이복현 금감원장 “은행들, 성과급 주는 만큼 금융소비자 몫 고민해야”
“비상적 상황서 은행의 공적 기능 중요해”
“가상자산 자율규제 적절성 언급 조심스러워”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은행의 이익이 주주 환원이나 성과급 지급에 쓰이는 만큼 금융소비자를 위해 고려돼야 한다고 밝혀 주목된다.
이 원장은 16일 마포 프론트원에서 열린 ‘가상자산 관련 금융리스크 점검 토론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원장은 최근 금융당국 압박으로 예금 금리가 떨어진 후 금융당국을 향한 긍정·부정 여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은행은 사실상 국민이 부여한 입법권에 의해 독과점적 상황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공적 역할이 있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고 답했다.
이어 “은행 예금·대출을 3000만명 이상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은행을 책임지는 분들은 금융소비자 보호에 나서야 한다”며 “예를 들어 은행의 발생한 이익의 3분의 1을 주주 환원, 3분의 1을 성과급으로 나눠준다면 최소한 3분의 1 정도는 금융소비자를 위한 몫으로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이 원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1년 정도 기간은 지난 40년 내 보기 어려운 수요·공급 양 측면에서 물가 교란에 의한 이자 상승이 일어났다”며 “이렇게 비상상황이고 어려운 때이기 때문에 은행의 공적 기능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원장은 이 금융소비자를 배려하는 방식이 시장 친화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A 은행이 몇 퍼센트, B 은행이 몇 퍼센트 올리는 게 적정한지를 시장 배분 기능 관점에서 금융감독당국이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저축은행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개인사업자대출, 자금관리, 수신업무 등 4대 고위험 업무에 대한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최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이 원장은 “내부통제 TF는 기본적으로 누구에게 법률적 책임을 묻거나 제재를 가하려는 것이 1차 목표는 아니다”며 “PF 부실 등 발생한 일에 대해 왜 그랬는지와 방지책을 마련하기 위해 구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장기적으로 동일한 일들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 금융회사 내부의 의사결정 시스템이라든가 동기부여 시스템에 대한 지적이 앞으로 있지 않을까 전망해 본다”고 덧붙였다.
가상자산에 관련한 질의응답도 계속됐다. 이 원장은 현재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닥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자율규제에 대해 ‘자율규제는 규제가 아니다’고 언급했다. 다만 그는 “지금 규제의 틀을 어떻게 할지 입법적 고민들을 국회에서 하고 있고, 금융당국을 비롯한 여러 이해관계자가 의견을 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자율규제가 적절한지, 아니면 다른 어떤 강력한 규제가 필요한지는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는 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가상자산법 입법 논의가 뒷전이 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이 원장은 “지난해 연말부터 금융위도 금감원도 자산유동화법이나 예금자보호법상 금융안정 개정 등 당장 정책에 필요한 입법을 마무리했다”며 “가상자산은 지금 논의를 해도 이번 국회에서 끝내기는 어려웠기 때문에 조율을 했을 뿐, 입법에 대해 소홀히 한 건 전혀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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