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시트 막막한 M&A 시장…세컨더리에서 답을 찾다
새해 M&A 시장 세컨더리 정조준
선수끼리 거래로 위기 돌파 한뜻
엑시트 시점·밸류 책정 간편 장점
막판 무산 가능성 배제할 수 없어
시장 상황 고려한 가격 조율 관건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성훈 기자] 새해 인수합병(M&A) 시장이 세컨더리(Secondary Deal·PEF 운용사 간 거래)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 여러 악재가 쌓이며 얼어붙은 M&A 시장을 타개할 방안으로 세컨더리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위기를 세컨더리로 돌파했던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른바 ‘선수끼리의 거래’로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분위기는 벌써 무르익고 있다. 복수의 PEF 운용사를 중심으로 세컨더리 리스트를 작성하고 미팅을 준비하는 등 관련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세컨더리 가능성을 넓히면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 반면 우려도 여전하다. 시장 상황을 고려한 인수가 조율이 핵심인데, 어느 선에서 합의를 이끌어내느냐가 관건으로 꼽힌다.
믿을 건 세컨더리…기회 노리는 PEF
새해 PEF 운용사들의 공통 관심사는 단연 세컨더리다. 복수의 PEF 운용사 관계자들이 ‘올해 세컨더리를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세컨더리딜이 잇따르면서 분위기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지난달 29일 MBK파트너스(MBK)가 유니슨캐피탈로부터 2조4000억원에 인수한 3D 구강스캐너 업체 ‘메디트’가 대표적이다. 앞선 GS-칼라일그룹 컨소시엄과의 우선 협상 결렬로 장기전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예상을 깨고 MBK가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시장에서 주목한 것은 PEF 보유 매물을 PEF 운용사가 되사는 ‘세컨더리’ 거래였다는 점이다. 매각 측인 유니슨캐피탈은 예정했던 시기에 엑시트(자금회수)를 일궈냈다는 점에서 쾌재를 부르고 있다. MBK 입장에서는 치과 진료의 디지털 변환을 예의주시하던 상황에서 당초 알려진 것보다 다소 할인된 가격으로 원하는 매물을 인수했다는 점에서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앞서 같은 달 22일에는 국내 유일 재보험사 코리안리가 PEF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PE)가 조성한 3호 블라인드 펀드 지분을 세컨더리 형태로 매각했다. 성장금융이 올해 단독 조성한 ‘K-그로쓰세컨더리1호’ 펀드가 해당 지분을 인수했으며, 거래 규모는 80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M&A(인수합병)과 IPO(기업공개)로 이분화된 국내 자본시장 엑시트에 다양성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렸다.
새해 들어 세컨더리 움직임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수천억원 규모 펀드를 보유한 한 토종 PEF 운용사는 세컨더리 리스트를 짜고 인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이 운용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가능성 여부를 타진 중이다”며 “우리 하우스(회사) 외에도 세컨더리에 관심 있는 곳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MBK의 새해 행보도 눈길을 끈다. 자본시장에 따르면 MBK는 내달 복수의 글로벌 세컨더리 자문사들과 미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원매자(Buyer)나 매각(Seller) 포지션 모두 주도적 입지를 확보한 MBK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세컨더리 틀 안에서 투자 제안이나 매각 논의 등 다양한 이야기가 오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각 나오는 투자’로 리스크 줄인다
새해 M&A 시장이 세컨더리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이야기를 종합하면 속된 말로 ‘각 나오는 투자’라고 말한다. 여타 매물과 달리 딜소싱(투자처 발굴)부터 인수까지 리스크가 적다는 점을 이유로 꼽는다. PEF 운용사가 인수한 매물인 만큼 엑시트 시점이 간명하고, 밸류에이션 책정이나 매각 협상이 비교적 수월하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기 악화로 갑자기 경영권을 내놓은 회사를 인수한다면, 원매자가 책정한 밸류에이션(기업가치)과 매각 측 밸류에이션 괴리가 큰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세컨더리는 (앞선 사례와 비교하면) 난이도가 낮고 협의도 용이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른바 ‘선수 간 거래’에서 답을 구하는 경우도 있다. 한 PEF 운용사 부대표는 “세컨더리는 동종업계 PEF 운용사 간 거래다 보니 허심탄회하게 인수를 협상하고 조율한다”며 “그럴 일도 없지만, 혹여나 부실 매물을 팔았을 경우 업계 평판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조심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위기 돌파를 외치는 상황에서 세컨더리 거래가 꾸준히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우려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시장 침체로 막판에 거래가 무산된 #PI첨단소재와 같은 상황이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가격 조율이 선행되어야만 현재의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세컨더리는 서로 원하는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다”면서도 “결국 양측 간 가격 조율이 생명인데 어느 선에서 합의를 이끌어 내느냐가 중요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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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는 벌써 무르익고 있다. 복수의 PEF 운용사를 중심으로 세컨더리 리스트를 작성하고 미팅을 준비하는 등 관련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세컨더리 가능성을 넓히면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 반면 우려도 여전하다. 시장 상황을 고려한 인수가 조율이 핵심인데, 어느 선에서 합의를 이끌어내느냐가 관건으로 꼽힌다.
믿을 건 세컨더리…기회 노리는 PEF
새해 PEF 운용사들의 공통 관심사는 단연 세컨더리다. 복수의 PEF 운용사 관계자들이 ‘올해 세컨더리를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세컨더리딜이 잇따르면서 분위기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지난달 29일 MBK파트너스(MBK)가 유니슨캐피탈로부터 2조4000억원에 인수한 3D 구강스캐너 업체 ‘메디트’가 대표적이다. 앞선 GS-칼라일그룹 컨소시엄과의 우선 협상 결렬로 장기전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예상을 깨고 MBK가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시장에서 주목한 것은 PEF 보유 매물을 PEF 운용사가 되사는 ‘세컨더리’ 거래였다는 점이다. 매각 측인 유니슨캐피탈은 예정했던 시기에 엑시트(자금회수)를 일궈냈다는 점에서 쾌재를 부르고 있다. MBK 입장에서는 치과 진료의 디지털 변환을 예의주시하던 상황에서 당초 알려진 것보다 다소 할인된 가격으로 원하는 매물을 인수했다는 점에서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앞서 같은 달 22일에는 국내 유일 재보험사 코리안리가 PEF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PE)가 조성한 3호 블라인드 펀드 지분을 세컨더리 형태로 매각했다. 성장금융이 올해 단독 조성한 ‘K-그로쓰세컨더리1호’ 펀드가 해당 지분을 인수했으며, 거래 규모는 80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M&A(인수합병)과 IPO(기업공개)로 이분화된 국내 자본시장 엑시트에 다양성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렸다.
새해 들어 세컨더리 움직임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수천억원 규모 펀드를 보유한 한 토종 PEF 운용사는 세컨더리 리스트를 짜고 인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이 운용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가능성 여부를 타진 중이다”며 “우리 하우스(회사) 외에도 세컨더리에 관심 있는 곳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MBK의 새해 행보도 눈길을 끈다. 자본시장에 따르면 MBK는 내달 복수의 글로벌 세컨더리 자문사들과 미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원매자(Buyer)나 매각(Seller) 포지션 모두 주도적 입지를 확보한 MBK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세컨더리 틀 안에서 투자 제안이나 매각 논의 등 다양한 이야기가 오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각 나오는 투자’로 리스크 줄인다
새해 M&A 시장이 세컨더리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이야기를 종합하면 속된 말로 ‘각 나오는 투자’라고 말한다. 여타 매물과 달리 딜소싱(투자처 발굴)부터 인수까지 리스크가 적다는 점을 이유로 꼽는다. PEF 운용사가 인수한 매물인 만큼 엑시트 시점이 간명하고, 밸류에이션 책정이나 매각 협상이 비교적 수월하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기 악화로 갑자기 경영권을 내놓은 회사를 인수한다면, 원매자가 책정한 밸류에이션(기업가치)과 매각 측 밸류에이션 괴리가 큰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세컨더리는 (앞선 사례와 비교하면) 난이도가 낮고 협의도 용이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른바 ‘선수 간 거래’에서 답을 구하는 경우도 있다. 한 PEF 운용사 부대표는 “세컨더리는 동종업계 PEF 운용사 간 거래다 보니 허심탄회하게 인수를 협상하고 조율한다”며 “그럴 일도 없지만, 혹여나 부실 매물을 팔았을 경우 업계 평판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조심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위기 돌파를 외치는 상황에서 세컨더리 거래가 꾸준히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우려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시장 침체로 막판에 거래가 무산된 #PI첨단소재와 같은 상황이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가격 조율이 선행되어야만 현재의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세컨더리는 서로 원하는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다”면서도 “결국 양측 간 가격 조율이 생명인데 어느 선에서 합의를 이끌어 내느냐가 중요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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