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끝났다”…지분 확대만 남은 승계
[본격화된 한화그룹 3세 경영 ]①
사실상 독립 경영…김동관 부회장 등 삼형제 역할 분담 ‘마침표’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한화그룹의 오너가(家) 3세 경영 시대가 본격 개막했다. 그동안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그룹 내 경영을 총괄하는 가운데,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금융 등을, 삼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무가 유통 등을 각각 담당하는 구도였다.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이들 삼형제가 사실상 독립 경영에 돌입한 분위기다. 한화그룹 내 지배구조의 정점인 한화 지분 확대 등의 과제가 남아 있으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이른바 ‘교통정리’는 끝났다는 평가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2월 13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갤러리아 부문 인적 분할의 건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9월 임시 이사회를 개최해 갤러리아 부문을 인적 분할하고 첨단소재 부분 일부 사업을 물적 분할하는 등 사업 구조를 재편하기로 한 바 있다. 당시 한화솔루션 측은 “에너지 사업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단순화하고, 자산 유동화를 통한 대규모 자금 유치로 태양광 사업을 강화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인적 분할은 분할 전 회사의 주주 구성이 분할 신설 법인에도 유지되는 분할 방식이며, 물적 분할은 모회사가 신설 법인의 지분 100%를 소유하는 방식을 말한다.
지난해 12월 첨단소재 부문 물적 분할을 통해 한화첨단소재를 설립한 한화솔루션은 이번 임시 주총을 통해 갤러리아 부문 인적 분할도 확정하게 됐다. 갤러리아 부문 인적 분할을 통해 기존 주식을 약 9(존속 한화솔루션) 대 1(신설 한화갤러리아) 비율로 나누고, 3월 한화갤러리아를 신규 상장한다는 것이다. 원활한 주식 거래를 위해 주당 액면가를 5000원에서 500원으로 분할한다는 게 한화솔루션 측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기존 한화솔루션 주식 10주를 보유한 주주는 존속 한화솔루션 주식 9주(액면가 5000원)와 신설 한화갤러리아 주식 10주(액면가 500원)를 받게 된다. 1주 미만의 주식은 신규 상장 첫날 종가 기준 현금으로 돌려받는다.
한화솔루션은 또한 이번 임시 주총에서 백화점, 전자금융 등을 사업 목적에서 삭제하는 정관 변경의 건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기존에 한화솔루션 사업 목적에 있던 금융, 유통 사업 등을 사업 목적에서 제외한 만큼, 한화그룹 오너가 3세들의 주력 사업이 더욱 명확해졌다”며 “김동관 부회장이 이끄는 한화솔루션은 방산‧에너지 등에 집중하고,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전무가 맡는 사업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9월에 갤러리아 부문 인적 분할을 발표하면서, 기존 5개 사업 부문을 큐셀(태양광), 케미칼(기초소재), 인사이트(한국 태양광 개발 사업 등)의 3개 부문으로 줄인다고 밝혔다.
재계 안팎에선 “이번 갤러리아 부문 인적 분할을 기점으로 한화그룹 오너가 3세들이 사실상 독립 경영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그간 한화그룹 오너가 3세들의 경영 행보를 보면, 각자 맡고 있는 업무 영역을 서로 침범하지 않았지만, 김동관 부회장이 그룹 전반을 총괄한다는 느낌이 있었다”며 “갤러리아 부문 인적 분할, 정관 변경 이후에 한화그룹 3세들의 독립 경영은 기존보다 강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한화솔루션 임시 주총이 열린 이달 13일에 공교롭게도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의 사장 승진 소식이 전해졌다”며 “한화그룹 오너가 3세들이 각자 맡고 있는 사업 분야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분 확대 시간문제…계열 분리 가능성은?
과제로는 한화 지분 확대가 꼽힌다. 한화그룹 오너가 3세들이 한화 지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김동관 부회장의 한화 지분율은 4.44%다. 같은 기준으로 김동원 사장, 김동선 전무의 지분율은 1.67%로 집계됐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한화와 한화에너지를 합병시켜 오너가 3세들의 지분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화 지분 9.70% 보유한 2대 주주인 한화에너지의 지분 구조는 김동관 부회장 50%, 김동원 사장 25%, 김동선 전무 25%다. 양사가 합병되면, 이들 삼형제의 한화 지분도 늘릴 수 있다.
다만 “한화그룹 오너가 3세들이 현재 본격적으로 독립 경영에 돌입했고, 매년 한화에너지로 거두는 배당금도 있는 상황이라, 당장 위험 부담을 안고 한화와 한화에너지가 합병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재계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이 아직 건재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한화그룹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무리하게 한화와 한화에너지를 합병시켜 지분 확대를 꾀하는 전략을 감행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일부에선 한화그룹 오너가 3세들의 독립 경영 강화를 두고 향후 계열 분리 가능성에 대한 주장도 있으나, 현재로선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이 오랫동안 준비해왔던 지배구조 재편이 올해 들어 어느 정도 마무리된 분위기라, 당장 계열 분리를 추진할 것이란 전망은 설득력이 약하다”며 “그간 김동관 부회장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았던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전무가 각자 자신만의 경영 스타일을 통해 경영 성과를 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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