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빈 방문 앞둔 尹 대통령…IRA‧반도체 지원법 해결 물꼬 틀까
바이든과 3번째 정상회담
대규모 투자 기업, 진퇴양난
반도체‧자동차 분야 애로 해소 숙제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다음 달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 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 등 우리 기업들의 우려를 표하는 미국 정책에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7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일정이 4월 26일로 예정됐다”며 “국빈 만찬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의 국빈 방문 초청은 이번이 두 번째”라며 “두 국가와 전 세계의 평화‧안정‧번영을 증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한미 동맹 70주년을 기념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이번 미국 방문을 통해 양국은 동맹을 강화하고 정치‧경제‧안보‧교류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기대된다.
주목할 점은 IRA‧반도체 지원법 등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보조금 정책 가운데 우리 기업이 우려해온 부분의 해결책 마련 물꼬가 터질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반도체와 자동차는 우리 경제를 견인하는 대표적 산업인데,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사실상 보조금 차별을 받고 있어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IRA는 미국 현지에서 생산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법이다. 자동차 한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까지 지원한다. 하지만 현대자동차의 경우 전기차 대부분을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기 때문에 이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전기차 공장 건설 계획을 앞당기고, 보조금 대상인 리스–렌트 차량 비중을 늘리는 등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당장 미국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면서 전기차 시장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지난 2월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제네시스 포함)와 기아의 지난달 미국 판매량이 역대 2월 판매 실적 중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전기차 판매량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에 따르면 2월 미국에서 판매한 전기차는 509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5925대)보다 14.1% 줄었다. 기아 역시 미국에서 2268대의 전기차를 팔았는데, 이는 1년 전보다 31.4% 줄어든 수준이다.
반도체 지원법 역시 우리 기업에는 차별적 요소가 짙은 정책으로 해석된다. 해당 법안은 미국이 중국 반도체 산업을 견제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정책으로 미국에 생산시설을 짓고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현재 미국 텍사스주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삼성전자가 수혜 대상으로 거론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미국이 밝힌 세부 지침과 가드레일 규정이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기업이 보조금을 받기 위해선 중국 등 우려 대상국에 10년 동안 투자할 수 없고 R&D나 생산시설 등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 생산시설을 둔 우리 기업에 향후 추가 투자가 제한되고, 사실상 기업 기밀로 여겨지는 생산시설 정보가 공개되는 것이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우리 기업과 경제단체, 정부는 미국과 논의를 통해 관련 법안에 대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을 방문 중인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IRA와 반도체법 같은 미 산업정책 이행 과정에서 주요 동맹인 한국의 기업이 불공평한 대우를 받거나 예기치 못한 불확실성에 직면할 가능성을 최소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반도체 지원법 등을 논의하기 위해 8일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이를 위해 전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관계자를 만나 반도체 통상현안 관련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미국 기업도 아닌 우리 기업이 개별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움이 많다.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며 “이번 대통령 국빈 방문을 계기로 기업 애로를 해소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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