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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불은 껐지만…''파월의 입'에 또 출렁

[SVB 사태]④ CS 결국 UBS에 매각
퍼스트리퍼블릭, 자금지원에도 불안 여전
파월 “금리 인하 없다” 일축…기대감 꺾여
채권·환율 등락 거듭…당분간 보합권 전망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허지은 기자] 금융시장을 뒤흔든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여진이 지속되고 있다. SVB가 파산한 이후 스위스 2위 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가 스위스 최대 은행 UBS에 매각된데다, 미국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역시 매각 수순을 밟는 등 대형 은행들의 불안이 커지면서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을 주축으로 긴급 유동성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제2의 SVB’가 나타날 수 있다는 긴장감은 지속하고 있다. 

주식시장 역시 SVB 사태 흐름을 주시하며 관망세를 지속하고 있다. 은행주를 중심으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시장 전체는 상대적으로 견조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권 불안이 미국의 긴축 중단을 가져올 거란 시장의 기대에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연내 금리 인하는 없을 거라고 못을 박으면서 당분간 위험회피 심리는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에 대해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인 S&P 글로벌과 무디스가 모두 투기(정크)등급으로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사진 게티이미지]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각) 발생한 SVB 파산 사태 이후 시그니처은행이 연이어 문을 닫으면서 위험자산회피 심리가 커지고 있다. 사태 초기에는 미국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출 것이란 기대감에 증시가 일부 반등했지만, 이 기대감이 꺾이면서 증시가 하락했고 이후 상승과 하락을 오가는 중이다.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지난 22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530.49포인트(1.63%) 하락한 3만2030.11로 장을 마쳤다. S&P 500지수는 전장보다 65.90포인트(1.65%) 떨어진 3936.97로,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장보다 190.15포인트(1.60%) 밀린 1만1669.96으로 거래를 마쳤다. 

UBS로 매각된 CS…퍼스트리퍼블릭도 불안

스위스 2위 은행인 CS는 결국 스위스 최대 은행 UBS에 매각됐다. UBS는 유동성 위기에 빠진 CS를 30억프랑(약 4조2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스위스 정부는 UBS가 CS 인수로 발생할 수 있는 일부 손실을 막기 위해 90억 스위스프랑(약 12조7000억원)을 제공하고, 스위스 국립은행은 거래 촉진을 위해 UBS에 1000억 스위스프랑(약 141조2000억원)의 유동성을 제공한다. 

당초 CS 주가는 스위스 국립은행(SNB)이 최대 500억 스위스프랑(약 70조3000억원)규모 유동성 지원 계획을 밝히면서 반짝 반등했다. 그러나 CS의 재무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에서 당국의 유동성 지원은 일시적인 숨통에 그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근 공개된 CS의 2022년 연례보고서에는 그룹 재무회계, 내부통제에 ‘중대한 약점’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CS의 재무 위험이 부각되면서 UBS에 매각되고 말았다. 

미국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을 둘러싼 시장 불안도 여전하다. 12일 뉴욕증시에서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주가는 전일 대비 15.47% 폭락한 13.33달러에 마감했다. 지난 16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와 JP모건 등 미국 대형은행 11곳이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에 총 300억달러(약 39조원)의 자금을 긴급 수혈한다는 소식에 주가가 반등하는 듯 했지만 소용없었다. 지난 8일 115달러 수준이던 주가는 15일만에 8분의 1토막이 됐다.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신용등급도 추락하고 있다. S&P 글로벌은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발행인 등급을 기존 ‘A-’에서 ‘BB+’로 4단계 낮췄고, 무디스 역시 기업 신용등급을 기존 ‘Baa1’에서 투자주의 등급인 ‘B2’로 7단계나 하향 조정했다. S&P의 ‘BB+’, 무디스의 ‘B2’ 등급은 모두 정크(투기)등급으로 평가된다. 무디스는 앞서 SVB 파산 이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국 은행에 대한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하기도 했다. 

실제 이러한 우려는 다른 지방 은행주들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 22일 댈러스에 본사가 있는 코메리카 주가는 8.45% 급락 마감했다. 트레이크시티의 자이언즈뱅코프(-6.72%), 클리블랜드의 키뱅크(-5.56%), 텍사스 웨스트레이크의 찰스슈왑(-5.43%)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형은행들의 지원에도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면서 다른 지방 은행들로 위기가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는 모양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 전경 [사진 연합뉴스]

“올해 금리인하 없다”…파월 ‘입’에 낙담한 시장

시장의 기대를 모았던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연준은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고 추가 긴축 여지를 남겨뒀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물가통제라는 명분을 바탕으로 삼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SVB 사태의 배경이 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테크(Tech) 기업들의 자금 경색에서 촉발했다는 점에서 금리 동결, 혹은 조기 긴축 종료 기대감도 대두된 바 있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경제 방향이 불확실해 올해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는다”며 “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증권가에선 한동안 위험자산회피 심리가 이어지겠으나, 그렇다고 안전자산 가격이 급등하지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 기대감을 꺾긴 했지만, 금리 상단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전망 자체가 증시에 훈풍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 연구원은 “SVB 사태 이전에 시장은 3월 FOMC에서 0.5%포인트 인상을 점쳤다. 이런 상황에서 0.25%포인트 금리 인상은 안도감을 충분히 던져줄 수 있다”며 “3월은 SVB 사태로 펀더멘탈과 괴리가 커진 미국 기술주 인덱스 및 정보기술(IT), 경기소비재, 배터리, 전기차, 반도체 등의 주가 하락에 따른 투자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환율의 경우 엔화 강세, 달러 약세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VB 및 CS 이슈로 달러화는 물론 엔화 등 안전자산에도 견조한 지지력을 제공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신흥국 통화인 원화보다 안전자산 선호 수혜를 받는 일본 엔화 강세가 나타날 수 있다”며 “적어도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유효한 올해 중반까지는 순환적인 달러화 약세 압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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