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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의 땅’ 한국행 택하는 수입차 브랜드

[수입차 테스트베드 한국]②
수입차 시장 신생 브랜드 진출 가속화
친환경·럭셔리 수요 많아 관심 급증

2023 서울 모빌리티쇼 수입차 전시 부스에 몰려든 관람객들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글로벌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한 시장 침체 분위기 속에서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더욱이 최근 한국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을 보면 고가의 프리미엄 모델과 전기차 등 친환경차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다. 한국은 고가의 프리미엄 모델부터 친환경차까지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테스트할 수 있는 기회의 땅으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시선 한국으로 쏠린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 글로벌 브랜드의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2021년 한국법인 설립을 공식화한 폴스타(Polestar)는 이듬해 공식적인 판매 활동에 들어갔다. 폴스타는 스웨덴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다. 폴스타는 첫해부터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지난 한해 폴스타2 1종으로 2794대라는 판매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이는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회원사 기준 단일 전기차 모델 최다 판매 기록이다.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900여대)보다 많은 판매 실적을 올리며 폴스타의 주요 시장이 됐다.

미국의 최대 자동차 기업 중 하나인 제너럴 모터스(GM)는 지난해 신규 브랜드 론칭 계획을 밝히며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나섰다. GMC는 GM 산하 프리미엄 레저용차(RV) 브랜드다. 이 브랜드가 첫 선을 보인 고급 픽업트럭 시에라 드날리는 사전계약 이틀 만에 초도물량 100대가 완판되며 기대감을 높였다.

영국 석유화학기업 이네오스그룹의 계열사로 출발한 이네오스오토모티브(INEOS Automotive, 이하 이네오스)는 정통 오프로더(험지 이동을 위해 설계된 차)를 표방하는 ‘이네오스 그레나디어’를 지난 달 국내 공식 선보였다. 2017년 설립된 이네오스는 아시아 시장으로 활동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 지역 중 가장 먼저 한국을 택했다. 이네오스는 뒤이어 개막한 2023 서울 모빌리티쇼에도 전시 부스를 마련할 정도로 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고성능 스포츠카 브랜드 로터스(Lotus)의 한국 진출도 추진되고 있다. 로터스는 영국의 수제 스포츠카 브랜드다. 지난 1996년 기아자동차가 국내 시장으로 도입하면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알려진 바 있다. 당시에는 영국 본사와 부품 조립생산(CKD) 계약을 체결해 ‘엘란’이라는 이름으로 제작·판매하는 형태였다. 이번에는 공식 한국법인을 설립해 제대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려는 모습이다. 현재 로터스코리아 설립은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이 주도하고 있으며, 관련 인력 채용도 진행 중인 상황이다.

미국, 유럽뿐 아니라 중국 자동차 브랜드도 한국 시장을 진출을 노리고 있다. 중국 전기차 1위 브랜드 비야디(BYD)는 GS글로벌과 손잡고 지난 달 1톤 전기트럭 ‘티포케이’(T4K)를 출시했다. 그동안 전기버스 시장에 집중해온 BYD가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선점하고 있는 1톤 트럭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해 화제가 됐다. 이 브랜드는 국내 전기 승용차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도 착수한 상태다.

중국의 또 다른 자동차 기업인 지리(Geely)는 국내 완성차 업체인 르노코리아자동차와 손을 잡았다. 내년 출시를 목표로 신형 하이브리드차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생산될 이 신차는 2010년 지리그룹이 인수한 볼보자동차의 중형차용 플랫폼 CMA과 지리의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조합된다.


거침없이 지갑 여는 한국 소비자

업계에서는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의 국내 시장 진출이 가속화되는 원인으로 ‘한국 특유의 소비 패턴’을 꼽는다. 한국 소비자들은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고, 고가의 제품에도 과감히 지갑을 연다는 것이다.

수입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들은 유행에 민감하며 첨단 기술에 익숙하다”며 “최근 흐름을 보면 고가의 수입차에 대한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수입 브랜드 입장에서는 한국이 충분히 매력적인 시장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자동차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고 있는 전기차만 봐도 알 수 있다. SNE리서치 등에 따르면 한국 전기차 시장은 지난해 16만2987대로 전년 동기(10만1112대) 대비 61.2% 성장했다. 특히 2년 전(2020년, 4만6909대)과 비교하면 115.5% 늘어난 것이다. 이 같은 성장세는 중국 다음으로 높은 것이었다.

고가 수입차에 대한 수요가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차 신규 등록 대수는 31만1000대로 전년(30만9000대)과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같은 기간 수입차 판매액은 24조3720억원으로 전년(22조2530억원) 대비 9.5% 늘었다. 특히 1억원 이상의 프리미엄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 가격이 1억원 이상인 수입차의 신규 등록 대수는 7만1899대로 전년 동기(6만5148대)와 비교해 10.4% 늘었다.

이 같은 한국 시장의 특성 덕분에 글로벌 브랜드가 자사 제품의 시험 무대로 한국을 선택하는 것이다. 폴스타 CEO 토마스 잉엔라트는 지난 달 18일 2023 오토 상하이 현장에서 한국 취재진에게 “한국 고객들의 요구 수준이 매우 높다. 이는 독일과 유사하다”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 여부는 한국을 통해서 먼저 검증된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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