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의 종말..거품 빠진 알짜 매물 '줍줍' 기회
[GAIC 2023]①
불경기 속 펀더멘털 기초한 평가 늘어
변화하는 트렌드에 투자 전략도 바뀌어야
밸류에이션 재조정…수익률엔 플러스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허지은 기자] 대체투자는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시중에 돈이 풀리면서 대체자산에 경쟁적으로 자금이 몰렸고, 성과가 나타나자 다시 투자금이 몰리는 선순환이 이뤄졌다. 그러나 시대는 변한다. 2010년대를 거치며 무한대로 이어질 것 같았던 양적완화 시대는 종료됐다. 2020년대 코로나19로 불거진 글로벌 긴축과 인플레이션, 세계 각국의 지정학적 긴장까지 더해지며 대체투자를 둘러싼 시장도 변혁기를 맞이했다.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자산가격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 전략을 짜기가 더 어려워졌다.
그래도 돈은 돈다. 지난해 얼어붙었던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도 올해 들어 온기가 돌고 있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기업 몸값(밸류에이션)의 거품이 빠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투자의 최전방에 선 사모펀드(PEF)와 벤처캐피탈(VC) 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알짜 매물을 찾느라 몰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M&A 전략은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 지난 5월 25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에서 열린 2023 글로벌 대체투자 컨퍼런스(GAIC)에서 그 해법을 모색했다.
“변화 속도에 맞춰 투자 전략도 바꿔라”
기조연설자로 나선 딩 위안 중국유럽국제공상학원(CEIBS) 교수는 밸류에이션에 대한 방법론을 공유했다. 밸류에이션과 지배구조 대가로 꼽히는 그는 “세상이 바뀌면 전략을 바꿔야 한다. 기존에 추구하는 전략을 유지하면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본래 기업가치를 유지하기 힘들다”며 “초저금리 시대에서 급격한 금리 인상 시기를 맞은 상황이나 글로벌 은행들의 잇따른 파산을 보면서 우리가 대비해야 하는 부분을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변동성이 커지는 시기에 투자 전략도 그에 맞춰 발빠르게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딩 위안 교수는 프랑스 보르도 제4대학에서 회계학 박사학위를 받고 프랑스 파리경영대학원(HEC Paris)에서 종신교수로 재직하다 유럽연합(EU)과 중국 정부가 합작으로 CEIBS를 설립하자 2015년부터 올해 3월까지 학장을 맡아 CEIBS를 글로벌 MBA로 키워낸 인물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CEIBS는 2023년 글로벌 MBA 순위 20위에 올랐다. 미국과 유럽 경영대학원이 상위권을 휩쓴 가운데 CEIBS는 아시아 MBA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딩 교수는 세상이 바뀌는 변화의 시기에 기회를 찾고, 이를 투자에 적용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에서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을 사용하지 못하게 됐을 때 위챗이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위기를 기회로 창출한 것”이라며 “최근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반도체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청정 에너지 등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한다면 당장은 기업가치 책정의 효율성이 떨어지더라도 결국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시장 투자 전략에 대해서도 딩 교수는 중국 내의 변화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중국에서는 현재 ESG 및 공동부유(Common Prosperity)와 개발 등 크게 두 가지 변화 기류가 흐르고 있다”며 “이를 합하면 하나의 내러티브가 나오는데, 바로 훌륭한 투자 환경이 나오는 것이다. 고령화와 관련된 헬스케어, 친환경 에너지 등이 새로운 투자 테마로 부상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어 “과거 글로벌 공급망이 중국에서 부흥을 하면서 중국 기업이 각광을 받았지만 현재는 공급망 교란 상태다. 가령 미-중 관계만 생각했다면 이제는 중국-동남아, 중국-베트남, 중국-인도의 연계 고리에 집중할 만하다”며 “이러한 고리를 개선시키는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투자 기회가 열릴 것이고, 이들 기업에 투자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형자산, 밸류에이션의 플러스 알파”
두 번째 기조연설자로 등장한 오종민 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장은 기업이 가진 무형자산의 밸류에이션 산출법에 주목했다. 오 교수는 “각 운용사들이 운용하는 펀드에 투자 대기자금(드라이 파우더)이 꾸준히 쌓이고 있지만, 딜 건수 자체는 줄어들고 있다. 이는 양질의 딜, 옥석을 가리는 일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무형 자산에 대한 정보가 기업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기업이 출원하는 특허를 기준으로 밸류에이션을 산정해본다면 업종과 업체별로 산출할 수 있는 가치에 대한 값이 달라졌다. 오 교수는 “최근 15년간 전기장비(Chip) 산업에서는 수많은 특허가 나왔지만 멀티플은 그렇게 높지 않았다. 그러나 통신의 경우 특허 출원 건수 대비 주가는 상승 곡선을 그렸다”며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보면 두 산업 모두 멀티플은 높았지만 하드웨어는 특허 출원 건수가 줄어든 반면 소프트웨어 산업은 늘고 있었다”고 밝혔다.
오 교수는 “산업별 사례를 봤을 때 특허의 경제적 가치에 따라 전통적 지표보다 기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본다”며 “또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기술 관련 배경을 갖고 있고, 특허 출원을 많이 할 수 있다면 해당 기업의 성장성이 더 높다고 봤다. 특허 출원에 후행하긴 하지만 주가에도 결국 반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무형 자산에서 나오는 추가적인 정보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고 전했다.
“출렁이는 밸류에이션, 지속가능한 가치 찾아야”
국내 자본시장의 ‘돈줄’을 담당하는 기관투자자(LP)들 역시 대체투자 시장의 밸류에이션 변화에 주목했다. 뒤이은 토론 세션에선 지난해부터 주식과 부동산 등 대부분의 자본시장에서 거품이 붕괴하는 현상이 벌어졌지만, 대체투자 시장에선 아직까지 거품이 완전히 빠진 상태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도윤 중소기업중앙회 노란우산공제 CIO는 "대체투자 시장에서 지금 투자 거품이 많이 빠졌느냐 묻는다면 실제로 그렇게 많이 빠졌다고 느끼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빠져나가는 과정이라고 본다”며 “대체투자 시장은 유통 시장이 따로 있지 않기 때문에 다른 시장 대비 밸류에이션이 크게 빠지지 않는 거다. 결국 유동성이 얼마나 받쳐 주느냐와 유통 시장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도윤 CIO는 “고령화 문제가 본격화하면서 헬스케어 소비 비중이 늘어날 거라고 보고, 인플레이션이나 임금 문제가 부각되면서 자동화나 AI(인공지능) 이런 분야가 수혜를 보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또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생산비용 확대 때문에 자동화, 인공지능(AI) 관련 섹터를 유망하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규홍 사학연금 CIO는 “지난해 글로벌 M&A 딜 금액이 전년대비 30% 이상 줄었고 밸류에이션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앞으로 고금리 하에서 이러한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글로벌 경제 활력이 떨어질 거고, 아무래도 한계기업의 리스크도 커질 수밖에 없다. 대체투자에서는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잘 유지하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세컨더리 펀드나 스페셜시츄에이션(SS) 펀드 등 다양한 투자처에 대해 중장기 전략적 자산배분이 필요하다. 좋은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남들이 안 된다고 하는걸 발굴해서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장기 투자자 관점에서 수익을 내려면 좋은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유지하고, 싸진 자산을 사고 비싸진 자산을 팔게 제도화하는 중장기 전략적 자산배분에 충실해야 한다”고 밝혔다.
“불경기에 피어난 투자, 수익률은 더 좋다”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이지만 오히려 투자 수익률엔 득이 된다는 전망도 나왔다. 250년 역사를 가진 금융가문, 로스차일드 산하 운용사인 로스차일드앤코의 조슈아 츄 M&A 디렉터는 “불경기 속 이뤄진 투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해왔다”고 강조했다. 로스차일드앤코는 전세계 40개국에 사무소를 두고 글로벌 기업들의 M&A 관련 거래에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누적 거래금액은 270억달러(약 35조7000억원)에 달한다.
츄 디렉터는 지난해부터 밸류에이션 거품이 꺼지면서 알짜 딜이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운용사들의 드라이파우더가 대기 자금으로 남아있는 만큼 제대로 된 투자 기회를 찾고 수익률을 높이려는 수요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초 챗GPT로 이름을 알린 오픈AI에서 자금을 모집할 때 60억달러라는 엄청난 돈이 모이기도 했지 않나”라며 “당분간 불확실성은 지속되겠지만, 투자사들의 의지가 강력해지고 있어 상황을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투자 기회를 찾는 PE와 VC들은 어느 분야에 주목하면 될까. 츄 디렉터는 약 500여개 PE·VC의 포트폴리오를 분석한 결과 핀테크(페이), 헬스케어 등이 투자 테마로 부상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국가별로는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이 중국·인도보다 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츄 디렉터는 “아세안 시장은 다른 글로벌 펀드나 VC들도 눈여겨 보는 시장”이라고 밝혔다.
오스템임플란트 공개매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유니슨캐피탈코리아(UCK)의 김수민 대표 역시 현 상황이 바이아웃 거래에 있어서는 긍정적이라고 짚었다. 김 대표는 “바이아웃 펀드의 차익거래(Arbitrage) 중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팔기다. 그런데 지난 3~4년간은 상장사 주가가 하루가 다르게 오르다 보니 딜 소싱이 쉽지 않았다”며 “현재는 조정이 일어나고 있다보니까 투자에 적합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투자 시장의 옥석가리기가 이뤄지는 건 LP들이 PE와 VC를 선택할 때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봤다. 거시 경제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결국 운용사의 역량이 더 중요해진 타이밍이 왔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운용사가 어떤 섹터에 전문성이 있느냐에 따라 목표 수익률 달성은 더욱 쉽지 않은 목표치가 됐다”며 “LP들 입장에서도 운용사의 핵심 역량과 전략의 지속가능성을 보고 투자 판단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VC 대표로 세션에 참석한 김중완 비하이인베스트먼트 대표는 향후 4~5년 뒤 트렌드를 예상해 투자처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벤처투자도 외부환경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작년 하반기부터 벤처시장으로 유동성이 적게 유입되면서 투자자 우위 시장이 됐다. 돈이 적기 때문에 투자를 받으려는 회사는 더 좋은 자리로 투자자를 유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따.
김 대표는 “올해 하반기까진 투자를 뒤로 미루는 영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시점이 아닌 미래 4~5년 뒤에 유행할 사업, 성장할 기업을 발굴해야 하는 게 VC의 특성이기 때문에 AI, 인구 고령화에 대한 니즈를 해결할 수 있는 업종을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래도 돈은 돈다. 지난해 얼어붙었던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도 올해 들어 온기가 돌고 있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기업 몸값(밸류에이션)의 거품이 빠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투자의 최전방에 선 사모펀드(PEF)와 벤처캐피탈(VC) 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알짜 매물을 찾느라 몰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M&A 전략은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 지난 5월 25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에서 열린 2023 글로벌 대체투자 컨퍼런스(GAIC)에서 그 해법을 모색했다.
“변화 속도에 맞춰 투자 전략도 바꿔라”
기조연설자로 나선 딩 위안 중국유럽국제공상학원(CEIBS) 교수는 밸류에이션에 대한 방법론을 공유했다. 밸류에이션과 지배구조 대가로 꼽히는 그는 “세상이 바뀌면 전략을 바꿔야 한다. 기존에 추구하는 전략을 유지하면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본래 기업가치를 유지하기 힘들다”며 “초저금리 시대에서 급격한 금리 인상 시기를 맞은 상황이나 글로벌 은행들의 잇따른 파산을 보면서 우리가 대비해야 하는 부분을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변동성이 커지는 시기에 투자 전략도 그에 맞춰 발빠르게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딩 위안 교수는 프랑스 보르도 제4대학에서 회계학 박사학위를 받고 프랑스 파리경영대학원(HEC Paris)에서 종신교수로 재직하다 유럽연합(EU)과 중국 정부가 합작으로 CEIBS를 설립하자 2015년부터 올해 3월까지 학장을 맡아 CEIBS를 글로벌 MBA로 키워낸 인물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CEIBS는 2023년 글로벌 MBA 순위 20위에 올랐다. 미국과 유럽 경영대학원이 상위권을 휩쓴 가운데 CEIBS는 아시아 MBA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딩 교수는 세상이 바뀌는 변화의 시기에 기회를 찾고, 이를 투자에 적용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에서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을 사용하지 못하게 됐을 때 위챗이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위기를 기회로 창출한 것”이라며 “최근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반도체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청정 에너지 등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한다면 당장은 기업가치 책정의 효율성이 떨어지더라도 결국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시장 투자 전략에 대해서도 딩 교수는 중국 내의 변화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중국에서는 현재 ESG 및 공동부유(Common Prosperity)와 개발 등 크게 두 가지 변화 기류가 흐르고 있다”며 “이를 합하면 하나의 내러티브가 나오는데, 바로 훌륭한 투자 환경이 나오는 것이다. 고령화와 관련된 헬스케어, 친환경 에너지 등이 새로운 투자 테마로 부상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어 “과거 글로벌 공급망이 중국에서 부흥을 하면서 중국 기업이 각광을 받았지만 현재는 공급망 교란 상태다. 가령 미-중 관계만 생각했다면 이제는 중국-동남아, 중국-베트남, 중국-인도의 연계 고리에 집중할 만하다”며 “이러한 고리를 개선시키는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투자 기회가 열릴 것이고, 이들 기업에 투자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형자산, 밸류에이션의 플러스 알파”
두 번째 기조연설자로 등장한 오종민 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장은 기업이 가진 무형자산의 밸류에이션 산출법에 주목했다. 오 교수는 “각 운용사들이 운용하는 펀드에 투자 대기자금(드라이 파우더)이 꾸준히 쌓이고 있지만, 딜 건수 자체는 줄어들고 있다. 이는 양질의 딜, 옥석을 가리는 일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무형 자산에 대한 정보가 기업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기업이 출원하는 특허를 기준으로 밸류에이션을 산정해본다면 업종과 업체별로 산출할 수 있는 가치에 대한 값이 달라졌다. 오 교수는 “최근 15년간 전기장비(Chip) 산업에서는 수많은 특허가 나왔지만 멀티플은 그렇게 높지 않았다. 그러나 통신의 경우 특허 출원 건수 대비 주가는 상승 곡선을 그렸다”며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보면 두 산업 모두 멀티플은 높았지만 하드웨어는 특허 출원 건수가 줄어든 반면 소프트웨어 산업은 늘고 있었다”고 밝혔다.
오 교수는 “산업별 사례를 봤을 때 특허의 경제적 가치에 따라 전통적 지표보다 기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본다”며 “또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기술 관련 배경을 갖고 있고, 특허 출원을 많이 할 수 있다면 해당 기업의 성장성이 더 높다고 봤다. 특허 출원에 후행하긴 하지만 주가에도 결국 반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무형 자산에서 나오는 추가적인 정보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고 전했다.
“출렁이는 밸류에이션, 지속가능한 가치 찾아야”
국내 자본시장의 ‘돈줄’을 담당하는 기관투자자(LP)들 역시 대체투자 시장의 밸류에이션 변화에 주목했다. 뒤이은 토론 세션에선 지난해부터 주식과 부동산 등 대부분의 자본시장에서 거품이 붕괴하는 현상이 벌어졌지만, 대체투자 시장에선 아직까지 거품이 완전히 빠진 상태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도윤 중소기업중앙회 노란우산공제 CIO는 "대체투자 시장에서 지금 투자 거품이 많이 빠졌느냐 묻는다면 실제로 그렇게 많이 빠졌다고 느끼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빠져나가는 과정이라고 본다”며 “대체투자 시장은 유통 시장이 따로 있지 않기 때문에 다른 시장 대비 밸류에이션이 크게 빠지지 않는 거다. 결국 유동성이 얼마나 받쳐 주느냐와 유통 시장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도윤 CIO는 “고령화 문제가 본격화하면서 헬스케어 소비 비중이 늘어날 거라고 보고, 인플레이션이나 임금 문제가 부각되면서 자동화나 AI(인공지능) 이런 분야가 수혜를 보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또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생산비용 확대 때문에 자동화, 인공지능(AI) 관련 섹터를 유망하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규홍 사학연금 CIO는 “지난해 글로벌 M&A 딜 금액이 전년대비 30% 이상 줄었고 밸류에이션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앞으로 고금리 하에서 이러한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글로벌 경제 활력이 떨어질 거고, 아무래도 한계기업의 리스크도 커질 수밖에 없다. 대체투자에서는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잘 유지하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세컨더리 펀드나 스페셜시츄에이션(SS) 펀드 등 다양한 투자처에 대해 중장기 전략적 자산배분이 필요하다. 좋은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남들이 안 된다고 하는걸 발굴해서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장기 투자자 관점에서 수익을 내려면 좋은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유지하고, 싸진 자산을 사고 비싸진 자산을 팔게 제도화하는 중장기 전략적 자산배분에 충실해야 한다”고 밝혔다.
“불경기에 피어난 투자, 수익률은 더 좋다”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이지만 오히려 투자 수익률엔 득이 된다는 전망도 나왔다. 250년 역사를 가진 금융가문, 로스차일드 산하 운용사인 로스차일드앤코의 조슈아 츄 M&A 디렉터는 “불경기 속 이뤄진 투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해왔다”고 강조했다. 로스차일드앤코는 전세계 40개국에 사무소를 두고 글로벌 기업들의 M&A 관련 거래에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누적 거래금액은 270억달러(약 35조7000억원)에 달한다.
츄 디렉터는 지난해부터 밸류에이션 거품이 꺼지면서 알짜 딜이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운용사들의 드라이파우더가 대기 자금으로 남아있는 만큼 제대로 된 투자 기회를 찾고 수익률을 높이려는 수요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초 챗GPT로 이름을 알린 오픈AI에서 자금을 모집할 때 60억달러라는 엄청난 돈이 모이기도 했지 않나”라며 “당분간 불확실성은 지속되겠지만, 투자사들의 의지가 강력해지고 있어 상황을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투자 기회를 찾는 PE와 VC들은 어느 분야에 주목하면 될까. 츄 디렉터는 약 500여개 PE·VC의 포트폴리오를 분석한 결과 핀테크(페이), 헬스케어 등이 투자 테마로 부상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국가별로는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이 중국·인도보다 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츄 디렉터는 “아세안 시장은 다른 글로벌 펀드나 VC들도 눈여겨 보는 시장”이라고 밝혔다.
오스템임플란트 공개매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유니슨캐피탈코리아(UCK)의 김수민 대표 역시 현 상황이 바이아웃 거래에 있어서는 긍정적이라고 짚었다. 김 대표는 “바이아웃 펀드의 차익거래(Arbitrage) 중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팔기다. 그런데 지난 3~4년간은 상장사 주가가 하루가 다르게 오르다 보니 딜 소싱이 쉽지 않았다”며 “현재는 조정이 일어나고 있다보니까 투자에 적합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투자 시장의 옥석가리기가 이뤄지는 건 LP들이 PE와 VC를 선택할 때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봤다. 거시 경제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결국 운용사의 역량이 더 중요해진 타이밍이 왔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운용사가 어떤 섹터에 전문성이 있느냐에 따라 목표 수익률 달성은 더욱 쉽지 않은 목표치가 됐다”며 “LP들 입장에서도 운용사의 핵심 역량과 전략의 지속가능성을 보고 투자 판단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VC 대표로 세션에 참석한 김중완 비하이인베스트먼트 대표는 향후 4~5년 뒤 트렌드를 예상해 투자처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벤처투자도 외부환경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작년 하반기부터 벤처시장으로 유동성이 적게 유입되면서 투자자 우위 시장이 됐다. 돈이 적기 때문에 투자를 받으려는 회사는 더 좋은 자리로 투자자를 유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따.
김 대표는 “올해 하반기까진 투자를 뒤로 미루는 영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시점이 아닌 미래 4~5년 뒤에 유행할 사업, 성장할 기업을 발굴해야 하는 게 VC의 특성이기 때문에 AI, 인구 고령화에 대한 니즈를 해결할 수 있는 업종을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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