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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제 공격’에 고단한 네카오…경쟁력 하락 알지만 ‘댓글 정책’ 변경

[‘내우외환’ 네이버·카카오]②
총선 1년 앞두고 다시 시작된 ‘포털 길들이기’ 조짐
여권 중심 ‘뉴스 서비스’ 규제 강화 움직임…업계 ‘우려’
유입량 감소에 ‘절치부심’ 만든 신규 서비스도 중단 압박

총선 1년을 앞둔 시점부터 여권이 네이버·카카오를 향한 질타를 이어가고 있다. 양사는 이에 댓글 운영 정책을 변경하고 뉴스제휴평가위원회 활동을 중단하는 등의 조치를 시행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무슨 시즌제 공격도 아니고….”

최근 정치권의 행보를 두고 정보기술(IT) 플랫폼 업계에서 공공연하게 나오는 말이다. 대형 선거를 앞두고 주기적으로 네이버·카카오의 뉴스 서비스를 옥죄는 기조가 나타나고 있다. 일각에선 ‘정치권의 포털 길들이기’가 다시 시작됐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는 2024년 4월 10일로 예정돼 있다. 총선을 1년여 앞둔 지난 3월부터 여권을 중심으로 ‘공개 저격 발언’이 이어지고 있고 ‘포털뉴스 서비스’와 관련한 법안들이 지속해 발의되고 있다.

최근 여권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포털 질타’는 국민의힘 이철규 사무총장이 포문을 열었다. 이 사무총장은 지난 3월 28일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네이버가 권력에 취해 간이 부어도 단단히 부었다. 오만한 작태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 사무총장 발언 후 하루 만에 ‘가짜 뉴스’를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온라인을 타고 전방위로 확산되는 가짜뉴스는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미디어국도 3월 30일 성명을 내고 “이 사무총장이 네이버를 질타하자, 네이버를 두둔하고 국민의힘을 비난하는 보도가 나왔다”고 했다. 여당의 주장과 다른 보도가 나온 점을 두고 “막후에서 네이버가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 국민들은 네이버를 통해 왜곡된 정보를 사실로 믿게 된다”고도 짚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현재 ‘가짜뉴스 퇴치 TF’를 운영하고 있다. 거대 포털이 가짜뉴스 소비·유통을 부작용을 내포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게 운영 목적이다. 국회도 압박에 나섰다. 올해 발의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만 6건에 달한다. 또 국민의힘 소속 김승수·윤두현·박대출·김기현 의원도 포털뉴스 서비스 관련 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포털 관계자에게 김영란법 적용, 기사 배열 심의, 광고 수익 목록 공개, 댓글에 국적 표기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포털 다음(Daum)을 운영하는 카카오와 네이버는 총선·대선 등 대형 선거가 있을 때마다 좌우를 가리지 않고 질타받았다. 네이버는 그간 ▲뉴스 추천에 인공지능(AI) 기술 에어스(AiRS) 도입(2017년 2월) ▲뉴스 자체 편집 중단 및 AI 추천 기사 배치 적용(2019년 4월) ▲구독 기반 뉴스 서비스 전면 개편(2019년 9월) ▲네이버 콘텐츠제공(CP) 언론사 대상으로 집계한 많이 본 뉴스(랭킹 뉴스) 폐지(2020년 10월) ▲실시간 검색어 폐지(2021년 2월) 등을 통해 자정 노력을 지속해서 기울여 왔다. 카카오도 다음 뉴스 서비스에 ▲복수 댓글의 반복적 작성 제한(2018년 4월) ▲연예뉴스 댓글 폐지(2019년 10월) ▲실시간 검색어 폐지(2020년 2월) ▲스포츠 분야 댓글 중단(2020년 8월) ▲이용자별 언론사 선택 기능 도입(2021년 3월) ▲뉴스 클릭 시 언론사 홈페이지로 이동하는 ‘아웃링크’ 선택제 부분 도입(2022년 8월) 등을 시행했다.

IT업계 관계자는 “양대 포털이 지속해 서비스를 개선하고 사람의 판단에 따른 뉴스 배치를 없앴음에도 편향·조작 등의 지적이 지속되고 있다”며 “최근 진행되고 있는 여권 중심의 질타는 총선 전 뉴스 소비 통로인 포털을 장악하려는 움직임이 다시 나타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22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포털뉴스 이용자의 89.7%가 네이버를 통해 뉴스를 보는 것으로 집계됐다. 다음은 25.3%를, 구글은 14.4%로 나타났다.

다시 시작된 질타에…경쟁력 하락 감수한 변화

외부 압박이 다시 시작되자 카카오와 네이버는 뉴스 댓글 정책을 6월부터 변경해 적용했다. 정치권에서 댓글을 통한 여론 조작 가능성을 포털이 나서 개선하라고 요구한 데 따른 변화로 해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네이버는 1일부터 관련 법을 위반하거나 현저한 불쾌감 유발하는 댓글을 게재하면 이를 중단하는 정책을 강화했다. 욕설·비속어·권리 침해·반복적 작성 등의 댓글도 제한 범위에 포함했다. 이런 댓글을 작성한 사용자는 작성 목록을 볼 수 있는 프로필에 ‘이용 제한 사실’과 ‘정지 기간’ 등을 추가로 표기되도록 했다. 이용 정지를 풀기 위해선 댓글 사용 규칙 등에 대한 퀴즈를 푸는 절차도 신규로 도입됐다.

카카오 역시 다음의 댓글 운영 정책을 8일부터 변경했다. 다음 뉴스에 새로운 댓글 서비스 ‘타임톡’ 베타 버전을 적용,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도록 기능을 꾸렸다. 추천순∙찬반순 정렬과 같이 일부 댓글을 상위에 보여주는 형태에서 벗어나는 게 핵심이다. AI를 통해 운영 정책 위반 댓글을 자동으로 가려주는 ‘세이프봇’의 가시성도 높였다. 댓글창은 기사 발행 후 24시간만 운영된다. 회사 측은 “일부 댓글이 과대 대표되거나 부적절한 댓글이 사라지지 않는 현상을 개선하기 위한 변화”라고 전했다.
카카오는 8일 새로운 댓글 서비스 ‘타임톡’ 베타 버전을 다음 뉴스에 적용했다. [제공 카카오]

또 네이버·카카오의 요청에 따라 독립 자율기구로 운영되던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가 출범 7년 만인 지난 5월 22일 활동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제평위는 2016년 출범 이래 네이버·카카오의 포털뉴스 입점 심사·제재를 담당해 왔다. 활동 중단의 대외 명분으론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합한 제휴 모델 구성’을 내걸었으나, IT업계에선 정치권의 압박에 손을 들었다고 해석한다. 실제로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4월 제평위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기구를 법제화하는 신문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네이버·카카오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마련한 ‘콘텐츠 추천’ 신규 서비스도 제동이 걸렸다. 양사는 검색 수요 변화에 맞춰 최신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신규 기능을 최근 포털에 각각 적용해 시범 운영 중이다. 네이버는 ‘트렌드 토픽’을 다음은 ‘투데이 버블’이란 이름을 붙였다. 웹 문서를 수집·분석해 토픽(주제)을 추출하고 이를 몇 가지 키워드로 보여주는 형태다.

이 서비스는 AI를 통해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한다. 일괄적으로 키워드를 노출하는 서비스가 아니다. 네이버·카카오 모두 이 때문에 “실시간 검색어(실검)와 완전히 다른 서비스”라고 누차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상황이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양사의 신규 콘텐츠 추천 서비스를 두고 “3년 전 폐지된 실검과는 다른 서비스인 양 포장했지만 사실상 실검을 부활시키는 꼼수”라며 “변형된 ‘실검’ 서비스는 여론 선동의 숙주 역할을 할 위험성을 안고 있다. 네이버·다음은 3년 전 실검이 폐지된 이유를 되돌아보길 바란다. 실검 부활은 포털의 자기 부정”이라고 했다.

문제는 네이버·카카오의 이런 변화가 외부 요인에 따른 것이란 점이다.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한 기능 개선이 아니라 정치적 압박에 따른 변화라 편의성 저해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양사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마련한 콘텐츠 추천 기능도 시작과 동시에 종료 압박을 받으면서 이 같은 우려는 더욱 확산하고 있다. 실제로 2020년 3월 네이버가 댓글 이력 공개 정책 도입 후 정치 분야 댓글 비중이 곧장 기존 대비 11%p 감소하기도 했다. 유입량 감소는 포털 매출의 40% 안팎을 차지하는 광고 수익이 감소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웹 트래픽 분석 사이트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국내 검색 엔진 점유율은 구글 66.1%, 네이버 28.55%, 빙 2.67%, 다음 1.35%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이를 두고 “국내 포털뉴스 소비의 10% 정도를 담당하는 구글의 영향력이 MZ세대를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음에도 정치권의 비판은 국내 포털로만 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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