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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 쓴맛 본 韓 기업, 인도서 반전 노린다

[포스트차이나, 인도시장이 뜬다]①
인도 진출 30년 앞둔 삼성전자, 스마트폰 1위 ‘굳히기’
현대차, 작년 인도서 7000억원 순이익…10년간 3조원 투자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우리 기업들이 인도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인도 현지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면서 시장 점유율 확대를 꾀하는 것이다.

일찌감치 인도 시장에 진출해 20년 넘게 인도 시장을 공략해 온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은 인도 현지에서의 생산 규모를 늘리고 있다. 한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경제 보복 장기화로 중국 내 사업 규모를 축소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 기업들은 인도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한 속도전에 나섰다.

한국 기업이 공략하는 분야도 다양하다. 자동차뿐 아니라 휴대전화, 가전 등 고성장이 예상되는 분야에서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려고 하고 있다. 산업계 안팎에선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염두에 두고 대체 시장인 인도에 미리 투자한 우리 기업들의 전략이 빛을 발하는 시기가 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 등에 따르면 최근 들어 중국 대체 시장으로서 인도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과거에도 인도는 떠오르는 신흥국으로 관심을 받았는데, 미·중의 무역 갈등 장기화,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 등으로 인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한국 기업의 탈(脫)중국에 대한 담론이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중국 시장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는 시장을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중론이었다”며 “2016년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이유로 자행된 중국의 경제 보복이 사실상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시장의 성장 속도도 느려지고 있어, 그간 대체 시장으로 거론돼온 인도가 더욱 주목받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14억명에 달하는 인구에 2021년 기준 8.9%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자랑하는 인도가 중국을 대신할 교역국으로 급부상하는 것이다. 

현대차 인도 현지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자동차를 만드는 모습.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올해도 신기록 예고…인도서 ‘질주’하는 현대차그룹

일찌감치 인도 시장의 잠재력을 알아본 국내 주요 기업들은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인도 시장을 공략해 왔다. 이들 기업 중에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거론되는 기업이 현대자동차그룹이다.

1996년 인도 현지에 법인을 설립해 인도 시장에서 첫걸음을 뗀 현대차는 꾸준히 인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며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현대차는 인도 첸나이에 4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 1998년 첫 번째 인도 완성차 공장을 건립했다. 이후 출시한 인도 전략형 모델이자 경차인 ‘상트로’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인도 시장에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이른바 ‘인도 국민 경차’로 불린 상트로 효과로 현대차는 인도에 완성차 공장을 완공한 지 3년 만에 20만대 생산을 돌파하는 성과를 냈다. 현대차 인도법인(HMI)의 올해 상반기(1~6월) 판매량(수출 포함)은 34만대를 넘어서, 지난해 상반기보다 10% 이상 증가했다. 

기아의 경우, 2019년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셀토스를 내놓으며 다소 늦은 시점에 인도 시장에 진출했지만, 빠르게 인도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2020년 출시한 인도 전략형 SUV 쏘넷이 이른바 ‘효자 모델’로 자리매김하면서 판매량이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기아가 인도 시장에 진출한 첫해인 2019년 판매량은 6만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올해 상반기 판매량은 13만대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쏘넷과 셀토스 등이 판매량 증가를 주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완성차업계에선 “지난해 인도 시장에서 81만대를 팔아치운 현대차‧기아가 올해 지난해 판매량을 넘어서는 사상 최다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이 많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중국 시장 판매량이 40만대 밑으로 추락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차그룹에 인도 시장은 중국 시장보다 중요한 시장이 됐다는 평가다. 

실제 현대차와 기아의 인도법인이 지난해 벌어들인 순이익은 1조원에 육박할 정도다. 지난해 현대차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 인도법인(HMI)의 지난해 매출액은 9조2302억원, 순이익은 7109억원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은 2021년보다 25.8%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순이익은 62.5% 급증했다. 지난해 현대차 종속법인 가운데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순이익을 낸 곳이 인도법인이다. 지난해 기아 인도법인(KIN)의 매출액은 5조8836억원으로, 2021년과 비교해 59.4% 증가했다. 기아 인도법인의 지난해 순이익은 2021년보다 49.3% 증가한 2775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차의 지난해 연결기준 순이익(7조9836억원)의 약 9%를 인도법인 담당했으며, 기아의 지난해 연결기준 순이익(5조4090억원)에서 인도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로 조사됐다. 

삼성전자 인도 현지 매장 모습.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인도 시장 선점에 ‘진심’인 韓 기업 

한국 기업들은 성장하는 인도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인도 타밀나두주와 올해부터 10년간 약 3조2000억원을 투자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현대차 1‧2 공장이 있는 타밀나두주 첸나이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생산 시설을 현대화하고 전기차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 전기차 배터리 조립 공장을 건설하고, 향후 5년간 타밀나두주 거점 100곳에 전기차 충전소를 세운다. 여기에 인도 시장 진출 이후 처음으로 인도 현지에 있는 해외 완성차업체 공장을 사들일 계획이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올해 3월 미국 완성차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의 인도 탈레가온 공장 인수와 관련해 법적 구속력이 있는 주요 거래 조건서에 서명, 인수 추진을 공식화했다. 

1995년 국내 대기업 중에 처음으로 인도 시장에 진출한 삼성전자도 인도 시장에 지속 투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8년 인도 노이다에 연간 1억대 이상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스마트폰 공장을 완공했다. 약 8000억원을 투자해 휴대전화, 냉장고 등을 생산한 노이다 공장을 확장한 것이다.

인도에서만 공장 2곳과 연구개발센터 5곳, 디자인센터 1곳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는 인도 스마트폰 시장 1위 굳히기에 나서고 있다. 올해 1월 인도 뉴델리에 ‘삼성 익스피리언스 스토어’를 열고 인도 현지에서 스마트폰 등 주요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지난 5월에는 인도 방갈로르의 ‘삼성 오페라 하우스’에서 2023년 네오 QLED TV 제품 공개 행사를 진행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이미 인도 스마트폰과 가전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시장 장악력을 키우기 위해 더욱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997년 노이다에 인도법인을 세운 이후 대규모 투자를 한 LG전자는 판매‧생산법인에서 연구개발센터를 아우르는 현지 완결형 사업 구조를 구축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6월 초 인도 현지를 찾아 “시장 규모가 크고 상당한 성장 잠재력을 갖춘 인도에서 LG전자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 1위 위상을 확대하고 향후 사업을 전략적으로 더욱 성장시키고 키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그는 인도 뉴델리에서 모빌리티 분야 등 다양한 신사업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프리미엄 가전을 비롯해 차별화된 맞춤형 서비스, 온라인 판매 역량 강화 등 현지화 전략에 대한 지속적인 정비를 주문했다. 인도 시장이 갖는 중요성을 상기시키고 인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2005년 인도 현지에 일관제철소(쇳물부터 철강 완제품까지 생산하는 제철소)를 건설하려다 철수하는 아픔을 겪었던 포스코는 지난해 1월 인도 아다니그룹과 친환경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인도의 고급 철강 시장을 선점한다는 포부다.

HMM은 지난 6월 말 인도·지중해로 향하는 신규 FIM 컨테이너 서비스를 선보였다. HMM이 단독 운항하는 이 서비스는 극동아시아와 인도, 지중해를 연결한다. HMM 측은 “최근 인도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연평균 7%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호황을 누리고 있어 세계 경제에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기존 미국, 유럽 중심의 컨테이너 노선 외에도 인도 등 신흥시장으로 서비스를 확대해 네트워크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이다. 


재생에너지‧인프라 사업 기회 ‘주목’

한국 기업에게 인도 시장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는 가운데, 재생에너지와 인프라 등의 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적극 발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지난해 말 발간한 ‘2023 인도 진출 전략’에서 올해 한국과 인도 수교 50주년을 맞아 양측 수요가 있는 ▲전기차 ▲재생에너지 ▲온실가스 국제 감축 ▲인프라 등의 유망 분야에 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국가적으로는 양국의 통상 정책 채널을 운영함과 동시에 향후 개방 수준 확대와 원산지 관리 시스템 개선 등에 대한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기업의 경우 이차전지·에너지 저장 기술·친환경 건축 기자재 등에서 인도 기업과 교역을 늘리고, 중장기적으로 유망 부문 투자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게 코트라의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2월 ‘해외 경제 포커스’를 통해 우리 기업들이 인도의 높은 경제성장률에 대비해 적극적으로 인도 진출을 모색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은 “기계·설비, 소재·부품 등 중간재 시장의 대(對)인도 판로를 개척하고 인프라 사업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며 “중국 등에 편중된 공급망을 인도 등으로 다변화하는 노력도 계속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소비자 수요의 다양화·고급화에 대응해 소비재 수출을 확대하고, 온라인쇼핑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는 등 인도 내수시장 공략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며 “인도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현지 정부 규제, 생소한 기업 환경 등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책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다만 “환경오염, 경쟁국 대비 열악한 사업 환경 등이 인도가 글로벌 생산기지로 도약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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