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까지 나서 ‘뉴스 서비스’ 압박…네이버, 운영 투명성 강조
네이버, 3차 알고리즘 검토위원회 발족…안내 페이지도 개편
방통위·문체부 등 ‘네이버 조사’…수위 높아지는 정치권 압박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네이버가 뉴스 서비스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있다. 정치권에 이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등 규제 기관까지 ‘뉴스 알고리즘에 네이버가 개입했다’는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는 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네이버는 자사 뉴스 인공지능(AI) 알고리즘 안내 페이지를 개편했다고 7일 밝혔다. 이용자가 네이버 뉴스 서비스 운영 방식을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회사는 앞서 지난 6월 29일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네이버 뉴스 3차 알고리즘 검토위원회’도 발족했다. 3차 검토위는 ▲한국인공지능학회 ▲한국정보과학회 언어공학연구회 ▲한국정보과학회 인공지능소사이어티 ▲카이스트 인공지능 공정성 연구센터 등의 학회 및 기관에서 추천한 전문가 중 총 6인의 위원들로 구성됐다. 위원장은 유창동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가 맡았다.
3차 검토위는 ▲추천 심층성 강화 ▲추천 다양성 개발 ▲신규 추천 모델 개발 등을 주제로 네이버 뉴스 서비스를 검토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에어스(AiRS) 뉴스 추천 ▲뉴스 검색 알고리즘 전반에 대한 검토가 진행된다. 3차 검토위는 연내 검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네이버의 이번 ‘AI 알고리즘 안내 페이지’ 개편은 지난해 진행된 ‘2차 알고리즘 검토위원회’의 권고 사항에 따라 이뤄졌다. 2차 검토위는 당시 ‘뉴스 서비스의 원칙과 지향을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사회적 소통을 더 강화할 것’이라는 내용을 회사에 전달한 바 있다.
네이버는 이에 따라 뉴스 AI 알고리즘 안내 페이지를 ▲도입 배경 ▲AiRS 추천 ▲알고리즘 요소 ▲클러스터링 ▲기술 고도화 ▲FAQ로 구성해 내용을 풍부하게 전달하도록 바꿨다. 네이버 측은 “기존 서비스 이용안내-서비스 운영원칙-뉴스 AI 알고리즘과 검색 블로그 등에 게시했던 관련 내용들을 보다 투명하고 일목요연하게 분류했다”며 “특히 국내외 업체 중 가장 투명하고 상세한 수준으로 알고리즘 피처를 공개한 것이 특징”이라고 전했다. 개인화·비개인화를 기준으로 각 특징(피처)들의 의미를 설명하는 식으로 페이지가 구성됐다. 네이버는 해당 페이지가 더욱 확산할 수 있도록 ▲MY뉴스 ▲뉴스홈 헤드라인 타이틀 ▲링크 배너 등 다양한 영역에 연결 링크를 노출했다.
네이버는 AI 알고리즘 추천 기능의 약점도 보완했다. 올해 2월부터 시행 중인 ‘깊이가 느껴지는 시선’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주요 언론 단체가 선정한 우수보도상 기사’와 주요 매거진에서 정기 발행하는 ‘커버스토리·기획 기사’를 모아서 보여준다. 또 원하지 않는 언론사를 제외하는 ‘언론사 숨김’ 기능, 구독한 언론사를 더 노출하거나, 심층 기획 기사를 보다 노출되도록 ‘추천 비중 개인화’ 기능을 도입한 바 있다.
네이버는 2019년부터 자체 기사 배열을 중단하고, 언론사가 직접 편집한 기사를 사용자가 선택하는 구독 기반 형태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AI 알고리즘에 기반한 추천 서비스는 보완적으로 적용했다.
네이버는 이와 별개로 지난 6월 1일부터 뉴스 댓글 내용이 관련 법을 위반하거나 현저한 불쾌감 유발하면 이를 중단하는 정책을 강화했다. 작성 목록을 볼 수 있는 사용자 프로필에 ‘이용 제한 사실’과 ‘정지 기간’ 등이 추가로 표기되도록 했다. 이용 정지를 풀기 위해선 댓글 사용 규칙 등에 대한 퀴즈를 푸는 절차도 도입됐다.
여권·기관서 ‘네이버 뉴스 영향력’ 비판
네이버가 ‘뉴스 알고리즘 투명성’을 강조하고 나선 배경으론 최근 정치권의 행보가 꼽힌다. 올해 발의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만 6건에 달한다. 또 국민의힘 소속 김승수·윤두현·박대출·김기현 의원도 포털뉴스 서비스 관련 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포털 관계자에게 김영란법 적용, 기사 배열 심의, 광고 수익 목록 공개, 댓글에 국적 표기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 부처의 압박도 이어진다. 방통위는 네이버에 대한 실태점검을 최근 실시했다. 네이버가 뉴스 검색 알고리즘 인위적 개입했다는 의혹이 정치권에서 제기된 데 따른 조사다. 방통위는 네이버가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를 진행했는지를 살핀다. 네이버는 뉴스 운영 알고리즘에 ‘언론사 인기도 지표’를 인위적으로 적용, 기사 노출도를 조정했단 의혹을 받고 있다. 방통위는 실태점검을 통해 위반행위가 인정되는 경우 사실조사로 전환할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도 현재 ‘가짜뉴스 퇴치 TF’를 운영하고 있다. 거대 포털이 가짜뉴스 소비·유통을 부작용을 내포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게 운영 목적이다.
일각에선 포털 뉴스에 대한 제재·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는 정치권의 행보가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를 염두에 둔 현상이란 해석이 나온다. 제22대 총선은 2024년 4월 10일로 예정돼 있다. 총선을 1년여 앞둔 지난 3월부터 여권을 중심으로 공개 저격 발언이 이어지고 있고 포털뉴스 서비스와 관련한 법안들이 지속해 발의되면서 ‘포털 길들이기’가 다시 시작됐단 견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22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포털뉴스 이용자의 89.7%가 네이버를 통해 뉴스를 보는 것으로 집계됐다. 다음은 25.3%를, 구글은 14.4%로 나타났다. 사실상 네이버를 통해 포털뉴스의 대다수가 소비되고 있어,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 같은 영향력을 견제하고 나섰단 시각이 제기된다. 독립 자율기구로 운영되던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가 출범 7년 만인 지난 5월 22일 활동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한 일도 이 같은 정치권의 압박에 따른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제평위는 2016년 출범 이래 네이버·카카오의 포털뉴스 입점 심사·제재를 담당해 왔다. 실제로 제평위의 활동 잠정 중단은 네이버·카카오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IT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뉴스 서비스에 대한 정치권의 비판이 거세질 때마다 몸살을 앓았다”며 “2019년을 기점으로 ‘사람의 판단’을 제외한 형태로 뉴스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대형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다시 기업을 옥죄는 기조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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