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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노사 관계 출구 없는 터널로 가나

[반복되는 夏鬪, 재계는 전전긍긍]①
상급 단체 총파업에 대거 참여…일부선 노조 설립 움직임도
실적 개선 돌입하자 “임금 인상” 한목소리…생산 차질 우려 ‘확산’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7월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한국 기업의 노사 관계가 ‘출구 없는 터널’ 속을 향하고 있다. 노동계가 “윤석열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총파업에 나서면서, 노사 관계가 정치 현안에 휘말리고 있다는 우려다.

세계 경기 침체 우려와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장기화 등으로 한국 기업을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은 해소되지 않는데, 내부에선 노사 갈등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셈이다. 재계 안팎에선 “실적 악화에 내몰리고 있는 기업에서조차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등 국내 기업 노사가 올해 임금 협상을 두고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올해 주요 기업 노조들이 대규모 파업을 감행, 생산 차질 피해 규모가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7월 3일부터 15일까지 윤석열 정권 퇴진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벌였다. 민주노총 등 43개 단체로 꾸려진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 준비위원회는 15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 7·15 범국민대회’를 열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나라를 팔아먹는 윤석열 정권 1년 만에 나라가 쑥대밭이 됐다”며 “윤석열 정권은 최저임금 후려치는 마이너스 정권이고 노동조합 파괴하는 폭력 정권”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측은 8월과 9월에도 윤석열 정권 퇴진 집회 등을 계획하고 있어, 노동계의 반정부 투쟁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등이 주도한 총파업에 국내 주요 기업 노조들이 동참하면서, 생산 차질 피해도 발생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이하 현대차 노조)는 12일 4시간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2018년 11월 이후 5년 만에 상급 단체 총파업에 동참한 것이다. 완성차업계 등에 따르면 당시 4시간 부분 파업으로 약 2000대의 자동차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의 이번 파업은 뚜렷한 명분 없이 상급 단체의 정치적 행보에 힘을 실어주는 파업”이라며 “현대차가 이번 파업에 대해 강경하게 대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실제 현대차는 이 회사 노조 임원 6명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법 정치 파업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노조가 합법적으로 파업권을 확보하려면, 노동위원회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고, 노조 조합원 대상 쟁의 행위 찬반투표에서 찬성 가결이 이뤄져야 한다. 현대차 노조는 이 같은 절차 없이 파업에 나섰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이와 관련 현대차 노조 측은 “상급 단체인 금속노조 파업 지침에 따른 부분 파업이라 파업권이 필요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이하 HD현대중공업 노조)도 7월 12일 3시간 부분 파업에 나섰다. 노동위원회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고 쟁의 행위 찬반투표도 가결로 마무리됐기 때문에, HD현대중공업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권을 확보하고 있다. 조선업계 등에선 “HD현대중공업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이 많지 않아 생산 차질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지만, 일부에선 “조선업이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어, 파업 자체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7월 14일 사내 소식지를 통해 “지금은 수주한 일감을 차질 없이 생산해 고객과의 신뢰를 지키는 것이 중요한 때”라며 생산 차질에 관한 우려를 내비치기도 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HD현대중공업 노조) 조합원들이 7월 11일 파업 찬반투표를 개표하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공동 대응 나선 조선사 노조…삼성重, 첫 현장직 노조 출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실적 개선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조선사에 노사 임금 협상이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장기간 불황에 만족할 만한 임금 인상을 쟁취하지 못한 조선사 노조들은 공동 대응에 나서는 등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삼성중공업에선 창사 이래 처음으로 현장직 근로자로 구성된 노조가 출범했다. 삼성중공업 노조는 출범 기자회견에서 “더 이상 근로자가 아닌 당당한 노동자임을 선포하고 모든 노동자가 노조 활동을 할 권리를 꽃피우겠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 노조는 규모 확대 등을 꾀하고, 올해 하반기에 금속노조에 가입한다는 목표다. 조선업계 안팎에선 “조선사의 실적 개선이 본격화되자, 노조가 임금 협상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조직력을 키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한항공과의 인수합병 절차가 길어지며 최악의 경영 상황에 내몰린 아시아나항공도 노사 갈등을 겪고 있다. 임금 협상과 관련해 단체 행동에 나선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는 7월 24일부터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지만, 파업 목전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6월 7일 시작된 조종사 노조 단체 행동으로 이달 16일까지 국제선 2편, 국내선 10편이 결항했으며, 총 56편이 지연된 바 있다. 항공유 과다 사용 및 과도한 정비 요구 등을 통해 고의로 항공기 정시 운항을 방해하고 있다는 게 아시아나항공 측의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실적과 무관하게 국내 기업 전반에 걸쳐 임금 협상을 둔 노사 갈등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대내외 악재에 시달리는 국내 기업들이 노조 파업에 속수무책으로 끌려다니고 있는 형국”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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