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본고장에 도전장…K패션, 유럽 시장 문 두드리는 까닭 [이코노Y]
국내 패션 시장 정체기…해외 시장 눈 돌려
K-문화 영향력 확대에 K-패션 위상도 높아져
“유럽서 인정받으면, 다른 국가로의 진출 수월”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K-패션의 글로벌 공략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콧대 높고, 까다롭기로 유명한 유럽 시장 진출에 속도를 높이며 영토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K-콘텐츠의 열풍에 올라타며 새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대기업부터 디자이너 브랜드까지…파리 진출 활발
지난달 열린 2024년 봄·여름(S/S) 파리 패션위크에 국내 패션업체 5곳이 참여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준지’, 한섬의 ‘시스템’ 등 대기업 패션 브랜드를 비롯해 디자이너 브랜드 ‘송지오’, ‘솔리드옴므’, ‘우영미’ 등이다.
파리 패션위크는 런던과 밀라노, 뉴욕 패션위크와 더불어 글로벌 4대 패션쇼로, 해외 유명 패션 브랜드가 모두 참가하는 행사다. 행사 기간 패션업체들이 전 세계 유명 백화점과 패션‧유통 바이어들에게 다음 출시 예정 신제품을 소개하고 판매 계약을 맺는다. 브랜드 가치를 널리 알리고, 상업적으로도 성과를 낼 수 있는 기회이기에 패션 브랜드들의 꿈의 무대이기도 하다.
현대백화점 한섬은 캐주얼 브랜드 시스템·시스템옴므를 앞세워 2019년부터 10회 연속 파리 패션위크에 참가해왔다. 한섬은 이번 파리 패션 위크를 기점으로, 코로나19 기간 중 위축됐던 글로벌 도매(홀세일) 매출 확대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시스템·시스템옴므는 프랑스 쁘렝땅 등 해외 백화점과 글로벌 패션 온라인몰 쎈스 등 20개국 50여개 패션·유통업체와 홀세일 계약을 체결해 매 시즌 계약 물량을 30% 이상씩 확대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시스템·시스템옴므의 글로벌 에디션 시스템 스튜디오가 2024년 SS 파리 패션위크에 참가해 20여 개국 패션 관계자와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단독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한섬에 따르면 시스템 등 브랜드의 유럽과 북미를 포함한 수출액은 지난해 22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삼성물산 패션의 준지는 약 50개의 유럽지역 매장에 입점해 홀세일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다. 일찌감치 해외 유통망을 확보해 유럽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올 1월엔 프랑스 파리 아랍세계연구소에서 ‘23년 가을·겨울(F/W) 시즌 컬렉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2006년부터 파리 패션위크의 문을 두드려온 ‘송지오’는 오는 8월 파리 쁘렝땅, 홍콩 하비 니콜스 등 세계 유명 백화점에 입점한다. 올해 컬렉션에서는 30주년을 기념해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리복’과 협업한 클럽C 레거시 컬렉션 슈즈를 선보인다.
국내 디자이너 우영미가 전개하는 남성복 브랜드 ‘우영미’는 2020년 파리 고급 백화점으로 꼽히는 ‘르 봉 마르셰’ 백화점 남성관에서 쟁쟁한 글로벌 브랜드를 제치고 매출 1위를 기록하며 K-패션의 가능성을 증명한 바 있다.
LF의 캐주얼 브랜드 ‘던스트’도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백화점 리나센테, 스위스 백화점 본제리그리더 등 해외 10여개국 유통 플랫폼에 입점했다. 최근 유럽, 북미 등 글로벌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블랙핑크 지수를 공식 앰버서더로 선정했다.미국·유럽 등 주요 국가로의 의류 수출액도 증가 추세다. 4대 패션쇼가 열리는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미국에 대한 지난해 의류 수출액은 4509억원으로, 4년 전보다 19% 가량 늘었다.
유통망 확보 어렵지만…K-콘텐츠 힘입어 유럽 시장 진출 속도
최근 K-문화가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며 K-패션 브랜드의 위상도 함께 높아지는 추세다. 정체기에 접어든 국내 패션업계는 글로벌 시장을 돌파구로 보고, 지금이 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적기라고 판단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작년 국내 패션 시장 45조7787억원으로 전년 대비 5.2% 성장했다. 국내 패션 시장은 2006년~2010년까지 평균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다가 2011년부터 1~4%대로 감소했다. 뿐만 아니라 소비심리 위축과 해외여행 정상화로 인한 소비 분산 우려 등으로 올해도 패션업계의 성장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10년 이상 유럽 패션 시장에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사실상 “유럽은 어려운 시장”이라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파리 백화점의 국내 백화점과 달리 경우 바이어가 직접 물건을 선별해 구입하면 백화점이 판매와 재고관리까지 모두 책임진다”며 “그렇기 때문에 상품성이 증명된 브랜드가 아니면 입점 자체가 어렵고 직매입 과정 자체가 굉장히 까다롭다”고 말했다.그러면서 “K-브랜드가 프랑스 백화점에 입점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며 “패션의 본고장인 프랑스 백화점에 매장을 입점시키고, 판매하게 되면 전 세계적으로 브랜드의 유통망을 넓히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국내 패션 브랜드의 유럽 시장 공략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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