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족’ 되살아났지만…대출 금리 고점 멀었다[부채도사]
주담대 변동금리 최고 연 7% 돌파 눈앞
기준금리 동결에도 시장 불안에 시장금리 상승 중
연말까지 금리 인하 가능성 낮아…이자 부담 계속 증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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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금리가 다시 들썩이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수요가 다시 증가하는 분위기다. 아파트값 저점이라는 기대심리가 대출 수요를 자극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선 이런 현상을 두고 ‘가계대출 연착륙 실패’를 넘어 이자 부담에 따른 제2, 제3의 새마을금고 부실 폭탄이 곳곳에서 터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은행채 금리 오르며 대출 금리 다시 ‘고공행진’
금융권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는 조만간 연 7%에 재진입할 예정이다. 14일 기준으로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기준)는 연 4.09~6.93%를 기록했다.
주담대 변동금리는 지난 2월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 이후 최고 연 6% 초반까지 내려온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불안정해진 시장 영향으로 금리는 다시 오름세를 보인다.
은행권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AAA등급) 금리는 5월 11일 3.845%에서 8월 11일 4.285%까지 높아졌다. 이는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과 대규모 국채 발행 여파 등에 미 국채 금리가 들썩인 영향이다. 특히 지난달 새마을금고 뱅크런 우려가 발생한 이후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채권을 시장에 대량으로 팔면서 채권 금리 상승(채권 가격 하락)을 만든 점도 은행채 금리 상승의 원인이 됐다.
은행들도 진퇴양난을 겪고 있다. 은행권은 현재 금융당국 눈치를 보며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 금리차)를 줄여야 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채권 금리 상승으로 대출 금리가 오르면 예대금리차가 벌어지게 되고, 은행은 정기예금 금리를 더 높여 예대금리차를 좁혀놔야 한다. 이 경우 정기예금 금리 추가 인상에 따라 코픽스 금리가 오르면서 주담대 변동금리를 다시 높이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현재 우리은행의 ‘우리 첫거래우대 정기예금’ 금리는 최고 연 4.10%를 기록했고, 다른 은행들도 정기예금 금리를 4%대까지 높이는 중이다.
정기예금과 같은 은행의 자금 조달 금리를 반영한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지난 6월, 전월보다 0.14%p 높아진 3.70%를 기록해 두 달 연속 오름세를 유지했다. 앞으로도 코픽스는 계속 올라 주담대 변동금리를 인상시킬 가능성이 크다.
‘역머니무브’ 영향에 올 하반기 대출 금리 인하 어려워
은행권은 이런 현상들 외에도 지난해 하반기 발생한 ‘역머니무브’ 현상이 연말까지 대출 금리 인상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은행권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 총 200조1000억원 증가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특히 정기예금은 9월과 10월에 각각 32조5000억원, 56조2000억원씩 증가했다. 정기예금 금리가 당시 연 4~5%로 높아지고 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자금이 은행으로 쏠렸다.
이로 인해 올해 하반기부터는 은행의 이자비용이 급증할 전망이다. 보통 고객들은 정기예금 만기를 1년 단위로 설정한다. 이에 지난해 9월과 10월에 유입된 88조7000억원에 해당하는 금리를 연 4%으로 계산해도, 은행권이 두 달 간 지불해야 하는 이자비용은 3조5400억원에 달한다.
은행 입장에서 이자비용이 증가하면 이익이 줄기 때문에 신규 대출 금리를 낮추기보다 높이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이렇게 대출 금리 고점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대출 수요는 계속 커지고 있다. 7월 주담대는 전달보다 6조원 증가해 2021년 9월(6조4000억원) 이후 가장 큰 증가액을 기록했다. 월별 증가액은 4월 2조3000억원, 5월 4조2000억원, 6월 5조8000억원으로 매달 규모를 키우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계속 동결된다 해도 시장금리는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금리가 확실히 내려가는 모습이 나타나기 전까지 신규 대출 신청을 미루는 것도 자산을 지키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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