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지금이 싸다’ 이차전지로 몰린 '빚투'…과열 우려

이달 들어 신용거래융자 잔고 연중 최고치
약세장 속 ‘빚투’ 이차전지 관련 주로 몰려
반대매매 늘면 증시 불안 야기…개인투자자 피해 ↑

이차전지주 열기가 늘어나면서 빚을 내 투자하는 ‘빚투’ 잔고가 늘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승훈 기자] 이달 들어 신용거래융자 잔고(신용잔고)가 20조원을 넘어서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긴축 장기화 조짐과 중국발 부동산 위기 등으로 국내 금융시장도 불안감이 감도는 가운데 ‘빚투’(빚내서 투자)가 늘어나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최근 고점에서 크게 하락한 이차전지 관련주들에 대한 저점매수가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7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0조5573억원을 기록했다. 연중 최대치다.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20조5000억원을 넘어선 건 지난해 6월16일(20조6863억원) 이후 1년2개월 만이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이달 들어서만 4차례 연중 최고치를 새로 썼다. 지난 8일 20조4323억원을 달성하면서 SG증권발 하한가 사태 직전이었던 지난 4월 24일 세운 연중 최대치(20조4319억원)를 넘어섰다. 이어 14일 20조4697억원으로 연중 최대치를 경신했고, 16일엔 20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시장별로는 유가증권시장(10조6472억원)과 코스닥시장(9조9100억원) 잔액이 지난달 말보다 각각 5880억원, 2310억원 늘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린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을 말한다. 잔고가 늘어날수록 빚투에 나선 투자자들이 많아지고 있단 뜻이다.

신용거래융자 잔고 상위 종목에는 이차전지주들이 대거 차지했다. 상반기 국내 증시 상승세를 견인했던 이차전지주들은 최근 주가 조정기를 겪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이를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에코프로 대비 상대적으로 덜 올랐다는 생각에 POSCO홀딩스를 많이 담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전체 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종목은 POSCO홀딩스로 7470억원의 신용잔고를 기록했다. 포스코퓨처엠이 신용잔고 4030억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이어 ▲에코프로비엠(3120억원) ▲엘앤에프(2910억원) ▲에코프로(2300억원)가 각각 4위와 5위, 7위로 집계됐다. 

POSCO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전체 유가증권시장 잔고의 10%를 차지했다.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 엘앤에프 3종목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총 8330억원으로, 코스닥시장 잔고의 8%에 달했다. 

앞서 시장에선 이차전지주가 사실상 고점을 지나면서 이차전지 투자 열풍이 다소 사그라진 것으로 파악했다. 특히 지난달 26~27일 대형 이차전지주들의 가격이 하루 새 30% 넘게 오르내린 현상 이후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졌다. 실제 이처전지 대표주인 에코프로 형제와 POSCO홀딩스·포스코퓨처엠 등 4개 종목의 시가총액이 보름 새 30조원 넘게 증발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POSCO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 코스닥시장 상장사 에코프로 형제주 시가총액이 지난 14일 기준 142조621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4개 종목 주가가 장중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달 26일 종가 기준 173조8587억원과 비교해 31조2373억원(17.97%) 감소한 것이다. 이 기간 시총 규모는 POSCO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이 14조원가량, 에코프로 형제주는 17조원 가까이 각각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현재 증시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리스크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더욱이 반대매매가 일어나면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용거래 규모가 지나치게 커지면 증시 변동성이 높아졌을 때 반대매매가 쏟아져 주가 하락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현재 개별 종목에 대한 변동성이 높아져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하는 신용거래 등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신용잔고가 늘었는데 중국 부동산이나 미국 인플레이션 관련 리스크 등 대외 변수가 부각돼 주식이 하락하면 반대 매매로 인해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현금 비중을 늘리고 종목이나 업종을 다변화해 투자하는 리스크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무디스, 한국 신용등급 'Aa2·안정적' 유지..."올해 2.5% 성장"

2"의대 증원 정책 철회해달라"...의대 교수 3000명 모였다

3'빌라'에 손 가네...비(非)아파트 사들이는 3040 늘었다

4中 여행하다 휴대전화·노트북 불심검문 당할 수도

5노소영, 최태원 동거인에 건 위자료 소송...8월 선고

6김성태 기업은행장, 반도체 기업 하이콘 방문…“중소기업 지원 최선”

7카카오, 모처럼 ‘수익성 챙긴’ 실적…영업익 92% ‘급증’

8 ‘여친 살해’ 의대생, 신상 공개 안 해…“피해자 2차 가해 우려”

9中 이커머스서 산 슬라임...가습기 살균제 성분 검출

실시간 뉴스

1무디스, 한국 신용등급 'Aa2·안정적' 유지..."올해 2.5% 성장"

2"의대 증원 정책 철회해달라"...의대 교수 3000명 모였다

3'빌라'에 손 가네...비(非)아파트 사들이는 3040 늘었다

4中 여행하다 휴대전화·노트북 불심검문 당할 수도

5노소영, 최태원 동거인에 건 위자료 소송...8월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