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옥’ 韓 STO 규제…"제대로 만들어야 산업 발전"
[글로벌 STO 써밋] ②
미국·싱가포르 등 주요국 STO 활성화 눈길
세계 토큰 증권 시장서 경쟁력 저하 우려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건엄 기자] 한국이 ‘옥상옥’ 구조에 가로막혀 글로벌 토큰증권발행(STO) 시장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 싱가포르 등 주요 선진국들이 선제적으로 STO 산업 활성화에 나서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지만 한국은 금융당국의 보수적 기조 아래 첫 발조차 떼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전문가들은 STO 활성화를 위해 민·관의 적극적인 소통과 시장참여자들의 규제에 대한 인식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신범준 바이셀스탠다드 대표는 지난 9일 서울 중구 KG타워 KG하모니홀에서 열린 ‘이데일리 글로벌 STO(Security Token Offering) 써밋’에 참석해 “STO 사업을 하면서 가장 힘든 것은 규제 때문이 아니라 역설적이게도 규제가 제대로 만들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업계는 자본시장법상의 투자계약증권 규정 및 토큰증권 가이드라인만으로 존재하고 있다”면서 “이것만으로는 STO 산업을 커버하기는 상당히 어렵고 입법이 명확해져야 기업도 해당 규정에 따라 예측 가능한 준법 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신 대표의 말처럼 한국은 금융당국이 STO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많은 업체들이 개점 휴업상태에 놓여있다. 해외 사례를 참고해 STO 제도를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규제 당국이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며 시장 안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도 내년 초에나 거래소를 통해 STO 상품을 거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지난 5월 이사회를 열고 '투자계약증권·비금전신탁수익증권 시장 시범 개설 방안 및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 신청' 안건을 의결한 바 있다. 혁신금융서비스는 기존 금융서비스와 차별성이 인정되는 사업에 대해 규제 특례를 인정하는 제도다.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하면 접수일로부터 30일 안에 처리해야 한다. 보완이 필요한 경우 최대 120일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채훈 블루힐릭스코리아 대표는 “한국은 STO 업체들 중 규제샌드박스에 못 들어간 회사가 95%에 달해 토큰증권 발행에 제한이 따른다”며 “시장에 빠르게 대처해야 하는 사업가들 입장에선 이런 면이 한국의 약점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인식 전환 절실
전문가들은 STO를 바라보는 금융당국의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고 봤다. 증권신고서 제출 과정 간소화와 상품 가치 산정 기준을 낮추는 등의 노력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시장 안착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설명이다.
신 대표는 “현재 투자계약증권 관련 증권신고서는 상품을 매번 발행할 때마다 300~500페이지 수준을 제출해야 한다”면서 “이에 따른 비용 또한 인건비·판관비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외부용역비로만 1억원이 나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발행비용이 높아지면 투자수익은 낮아질 수밖에 없고, 이에따라 투자자가 안 모이면 서비스는 문을 닫고 시장전체는 고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비관적이게도 제도나 법이 하루빨리 뚫리지 않으면 (이 시장이)1년 이내 사라질 수 있겠다는 위기감을 상당히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금융당국은 STO와 유사한 성격의 조각투자를 ‘투자계약증권’으로 판단하고 있다. 조각투자 서비스가 ‘증권성’을 갖고 있다고 본 것이다. 현재 금감원은 조각투자에 활용되는 실물자산 가격 산정의 객관성과 투자자 보호책 마련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피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원동 한국ST거래 대표는 “기본적으로 블록체인은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체를 통한 P2P(Peer-to-Peer) 방식으로 거래된다. 개별적으로 자산에 대해 STO 발행 전에 산정할 필요 없다고 본다”며 “그럼에도 규제 당국은 공정가격을 제시를 요구하고 있어 사업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줄리안 콴 인베스타X 대표는 “판매자가 마켓에 가격을 정해 상품을 올리면 그게 바로 가격이 된다”며 “누가 팔려해도 아무도 사지 않는다면 거래가 되지 않지만 이 부분이 매칭되면 거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토큰증권 역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치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단 의미다.
“STO는 증권과 동일”
반면 주요 선진국들은 STO를 증권과 동일선상에 놓고 거래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가별로 보면 싱가포르는 싱가포르통화청(MAS)을 중심으로 STO를 비롯한 디지털 토큰 관련 법과 제도를 빠르게 정비해 시장에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특히 11가지의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사안을 설명하고 사업 운영 시 필요한 요건을 제시해 혼란을 최소화했다.
콴 대표는 “싱가포르는 STO에 증권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새로운 규제가 필요 없다. 판매와 투자유치 방법을 담고 있는 문서를 제출하고 상장되면 거래가 가능하다. 고객확인제도(KYC)도 이미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미국도 STO를 통해 발행된 디지털자산이 증권에 해당될 경우 증권과 동일한 규제를 부과하고 있다. 금전투자와 공동사업, 투자자에 따른 수익 기대, 제3자의 노력에 대한 수익 발생 등 네가지 기준에 부합할 경우 증권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식이다. 여기에 전통 금융권과 새로 지입한 가상자산사업자가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며 빠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밥 에죠담 INX 부사장은 “대체거래소(ATS)에서 토큰증권발행(STO) 등 다양한 자산들이 운용되고 있다. ATS를 통해 최초의 STO를 거래했던 기업이 INX를 통해 거래하고 있다. (미국 STO 시장의) 규제는 명확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는 제안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해야 된다. 프레임워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궁극적으로 규제당국과 시장 참여자들은 협업을 도모하고 피드백을 주고 받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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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준 바이셀스탠다드 대표는 지난 9일 서울 중구 KG타워 KG하모니홀에서 열린 ‘이데일리 글로벌 STO(Security Token Offering) 써밋’에 참석해 “STO 사업을 하면서 가장 힘든 것은 규제 때문이 아니라 역설적이게도 규제가 제대로 만들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업계는 자본시장법상의 투자계약증권 규정 및 토큰증권 가이드라인만으로 존재하고 있다”면서 “이것만으로는 STO 산업을 커버하기는 상당히 어렵고 입법이 명확해져야 기업도 해당 규정에 따라 예측 가능한 준법 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신 대표의 말처럼 한국은 금융당국이 STO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많은 업체들이 개점 휴업상태에 놓여있다. 해외 사례를 참고해 STO 제도를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규제 당국이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며 시장 안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도 내년 초에나 거래소를 통해 STO 상품을 거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지난 5월 이사회를 열고 '투자계약증권·비금전신탁수익증권 시장 시범 개설 방안 및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 신청' 안건을 의결한 바 있다. 혁신금융서비스는 기존 금융서비스와 차별성이 인정되는 사업에 대해 규제 특례를 인정하는 제도다.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하면 접수일로부터 30일 안에 처리해야 한다. 보완이 필요한 경우 최대 120일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채훈 블루힐릭스코리아 대표는 “한국은 STO 업체들 중 규제샌드박스에 못 들어간 회사가 95%에 달해 토큰증권 발행에 제한이 따른다”며 “시장에 빠르게 대처해야 하는 사업가들 입장에선 이런 면이 한국의 약점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인식 전환 절실
전문가들은 STO를 바라보는 금융당국의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고 봤다. 증권신고서 제출 과정 간소화와 상품 가치 산정 기준을 낮추는 등의 노력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시장 안착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설명이다.
신 대표는 “현재 투자계약증권 관련 증권신고서는 상품을 매번 발행할 때마다 300~500페이지 수준을 제출해야 한다”면서 “이에 따른 비용 또한 인건비·판관비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외부용역비로만 1억원이 나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발행비용이 높아지면 투자수익은 낮아질 수밖에 없고, 이에따라 투자자가 안 모이면 서비스는 문을 닫고 시장전체는 고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비관적이게도 제도나 법이 하루빨리 뚫리지 않으면 (이 시장이)1년 이내 사라질 수 있겠다는 위기감을 상당히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금융당국은 STO와 유사한 성격의 조각투자를 ‘투자계약증권’으로 판단하고 있다. 조각투자 서비스가 ‘증권성’을 갖고 있다고 본 것이다. 현재 금감원은 조각투자에 활용되는 실물자산 가격 산정의 객관성과 투자자 보호책 마련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피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원동 한국ST거래 대표는 “기본적으로 블록체인은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체를 통한 P2P(Peer-to-Peer) 방식으로 거래된다. 개별적으로 자산에 대해 STO 발행 전에 산정할 필요 없다고 본다”며 “그럼에도 규제 당국은 공정가격을 제시를 요구하고 있어 사업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줄리안 콴 인베스타X 대표는 “판매자가 마켓에 가격을 정해 상품을 올리면 그게 바로 가격이 된다”며 “누가 팔려해도 아무도 사지 않는다면 거래가 되지 않지만 이 부분이 매칭되면 거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토큰증권 역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치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단 의미다.
“STO는 증권과 동일”
반면 주요 선진국들은 STO를 증권과 동일선상에 놓고 거래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가별로 보면 싱가포르는 싱가포르통화청(MAS)을 중심으로 STO를 비롯한 디지털 토큰 관련 법과 제도를 빠르게 정비해 시장에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특히 11가지의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사안을 설명하고 사업 운영 시 필요한 요건을 제시해 혼란을 최소화했다.
콴 대표는 “싱가포르는 STO에 증권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새로운 규제가 필요 없다. 판매와 투자유치 방법을 담고 있는 문서를 제출하고 상장되면 거래가 가능하다. 고객확인제도(KYC)도 이미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미국도 STO를 통해 발행된 디지털자산이 증권에 해당될 경우 증권과 동일한 규제를 부과하고 있다. 금전투자와 공동사업, 투자자에 따른 수익 기대, 제3자의 노력에 대한 수익 발생 등 네가지 기준에 부합할 경우 증권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식이다. 여기에 전통 금융권과 새로 지입한 가상자산사업자가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며 빠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밥 에죠담 INX 부사장은 “대체거래소(ATS)에서 토큰증권발행(STO) 등 다양한 자산들이 운용되고 있다. ATS를 통해 최초의 STO를 거래했던 기업이 INX를 통해 거래하고 있다. (미국 STO 시장의) 규제는 명확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는 제안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해야 된다. 프레임워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궁극적으로 규제당국과 시장 참여자들은 협업을 도모하고 피드백을 주고 받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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