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정부가 마련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가동할 시 현대차, 삼성전자 등 국내 대표 상장사의 주가가 최대 120% 상승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포럼)은 5일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분석을 제시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으로 내달부터 도입될 예정이다. 포럼은 이날 “한국의 대표적 상장사인 현대차, 삼성전자, LG화학, KB금융은 이사회가 재무상태표 비효율성을 없애고 제대로 주주환원 하면 주당 펀더멘탈 가치가 50~120% 상승할 수 있다”고 밝혔다.

포럼은 개별 기업이 밸류업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해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사회가 몇가지 결단만으로도 기업 가치를 두 배 이상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의 주가는 전 세계 자동차회사 중 가장 자본비용이 높은 우선주를 전량 소각해 주주환원하고 전체 자본비용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부분을 해결하면 시장의 신뢰를 받아 주가가 50만원까지 뛸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대차 보통주의 현재 주가는 22만7000원이다.

구체적으로는 보유 현금 19조원 가운데 8조원을 투입해 우선주를 전량 매입한 후 소각하고, 삼성동 부지를 매각해 마련한 재원으로 미래 모빌리티에 10조원 이상 투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현재 보유 중인 현대건설, KT 지분을 매각해 주주환원에 사용하고 향후 순이익의 30∼50%를 주주환원에 쓴다고 약속하면 현재 0.6배인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0배 ‘레벨업’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밸류업, 최소한 3년 이상 추진해야"

삼성전자의 경우 밸류업 프로그램을 시행하면 13만원 이상으로 뛸 수 있다고 봤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삼성전자가 현금 92조원 중 50조원을 투입해 우선주 전량을 매입하고 이 중 20조원 어치를 즉시 소각해 주주환원에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우선주 30조원 어치는 미국 뉴욕 증시에 주식예탁증서(ADR)로 상장할 것을 주장했다. 아울러 향후 순이익의 30∼50%를 주주환원에 쓸 것을 약속하고 대만 TSMC처럼 이사회를 글로벌 인사로 채운다면 현재 1.4배인 삼성전자 PBR은 2.2배로 뛸 것으로 전망했다.

자사주 소각·매입, 주주환원 비율 상향 조정을 병행하면 LG화학·KB금융의 주가도 급등할 것으로 분석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을 적용하면 LG화학은 PBR 0.9배에서 1.2배로, KB금융은 PBR 0.4배에서 0.7∼0.8배로 상승해 주가가 각각 70만원, 10만원 이상으로 뛸 수 있다고 봤다. LG화학과 KB금융의 현 주가는 각각 46만1000원, 6만6300원이다.

또 포럼은 금융 당국에 밸류업 프로그램은 최소한 3년 이상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프로그램 시행 주체가 경영진이 아닌 이사회임을 명확히 하고, 개별 상장사들은 홈페이지에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게재하도록 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상장사가 계획의 진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당국은 모범 사례를 널리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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