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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홍콩H지수 ELS 배상 놓고 깊어진 시름

'불완전판매' 일부 증권사 배상안 마련 고심
“생각보다 보상안 세다…세부 지침 필요”

금융정의연대 등 단체 회원들이 지난 2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열린 홍콩 ELS 대규모 손실사태 관련 금융당국에 대한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에서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증권업계가 홍콩 항셍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배상안 마련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분쟁조정 기준안이 자율배상에 따르는 등 강제성이 없어 구체적인 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한 홍콩ELS 사태에 대한 분쟁조정 기준안을 발표했다. 이번 분쟁조정기준안은 판매사별 공통 적용기준과 투자자별로 고려되는 개별 기준을 적용해 세분화한 것이 특징이다. 

우선 판매원칙 위반 여부, 내부통제 부실 정도를 따져 판매자 요인(23~50%)을 고려한다. 또 ELS 투자경험, 금융상품 이해도 등 투자자 요인(±45%)을 가감해 개별 투자건별로 배상비율을 정하도록 했다. 가산·차감항목에서 고려되지 않거나 일반화하기 곤란한 내용이 있으면 기타 조정요인(±10%p)으로 반영된다.

업계에서는 수조 단위 손실이 예상되는 은행권보다는 증권사의 부담이 덜 할 것으로 예상한다. 

증권사는 온라인 판매비중이 87.3%에 달한다는 점이 부담을 더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금감원은 온라인 판매채널에서는 판매사의 내부통제 부실 영향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을 고려해 공통가중을 3%포인트(p)를 적용하기로 했다. 

또 증권사들은 은행권처럼 기본 배상 비율이 일괄 적용되지 않는다. 증권사를 통해 ELS에 투자해 손실을 본 투자자의 경우, 판매원칙 위반이 확인된 불완전판매 사례에만 20~40%의 기본 배상비율이 적용된다. 

반면 은행의 경우 기본 배상비율이 20~40% 수준으로 책정되면서 사실상 ‘일괄 배상’안에 대해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당국에서는 시스템상 발생한 적합성 원칙 또는 설명의무 위반이 발견돼 모든 판매 분에 대해 일정 부분의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불완전판매' 일부 증권사 부담 커질 듯…“구체적인 안 필요”

다만 일부 증권사 역시 배상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정 기간에 일괄지적 사항이 확인 됐기 때문이다. 은행과 마찬가지로 해당 기간의 모든 투자자를 대상으로 기본 배상비율이 적용될 방침이다. 

일례로 일부 증권에서 투자자성향 분석시 재산상황 확인을 누락하거나 원금보존을 원하는 투자자에게 ELS를 판매하는 등의 상황이 발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 증권사 지점에서 직원의 권유로 ELS상품에 1000만원을 가입한 60대 초반 A씨 사례를 보면 개별적인 부당권유 금지 위반과 설명의무 위반 사실이 발생했다. 해당 증권사는 A씨에게 가입서류를 지연해서 전달하고 모니터링콜도 실시하지 않았다.

앞서 금감원이 지난 1월 8일부터 3월 8일까지 현장검사 및 민원조사를 실시한 증권사는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투자·신한투자증권 등 6곳이다. 금강원은 이중 어떤 곳이 기본 배상비율이 적용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번 배상안과 관련해 '타격이 크다’고 느끼는 증권사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보다 세부적인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분쟁조정기준에 따라 금융사들의 자율적 배상(사적화해)을 권고하고 있다. 자율배상을 실시하면 신속하고 원활하게 배상이 이루어져 금융사-투자자 간 법적 다툼의 장기화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최소화될 수 있어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생각보다 보상안이 좀 세게 나온 것 같다는 분위기다”며 “(금융사) 자율적 판단에 맡기라 하기에는 너무 범위가 넓고, 고객 수도 많다 보니 좀 더 구체적이고 세분화된 안이 나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약간 애매한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서 똑같이 1000만원에 가입을 해서 500만원 손실이 났는데 어떤 고객은 민원을 넣어 500만원을 보상해주고 어떤 고객은 민원을 안 넣어서 보상을 안 해 줄 수도 있다”며 “투자 설명서 문서 확인 여부 등 이런 걸로 좀 더 구체화되고 그런 게 필요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된 배상 이유인 불완전 판매는 사실 굉장히 개별적인 사안이라 돈을 떠나 전체적으로 배상하는 게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반대로 손해를 봤다고 생각한 투자자분들은 나온 안을 보면 이거 빼고 저거 빼고 하면 사실 배상 금액이 그렇게 또 많지 않으시더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은 피해자나 참여자(금융사) 둘 다 납득하기 좀 어렵게 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H지수 ELS 관련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르면 ELS 판매잔액 18조8000억원(39만6,000계좌)이다. 이중 증권사의 판매잔액은 3조4000억원으로 전체 판매액의 약 18%다. 증권사 판매액 중 3000억원이 올해 1~2월 사이 만기가 도래했고, 만기도래액 중 손실액은 2000억원 수준이다. 올해 3월 이후 손실액은 9000억원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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