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횡령’ 우리은행, 1년전 ‘내부통제 모범생’ 무색해져[김윤주의 금은동]
2022년 700억원 횡령 이어 또 다시
이복현 “필요 시 본점 책임 물을 것”
금융‧은행 산업이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변화에는 디지털 전환·글로벌 확장 등 내부 목표는 물론, 주요국 금리인상 등 외부 요인도 영향을 끼칩니다. 업계 내에선 횡령, 채용 비리와 같은 다양한 사건들도 발생합니다. 다방면의 취재 중 알게 된 흥미로운 ‘금융 은행 동향’을 ‘김윤주의 금은동’ 코너를 통해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소 잃고도 외양간 못 고쳤다.’ 이는 횡령사고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우리은행의 상황을 표현할 수 있는 말이다. 최근 우리은행에서 100억원대 횡령 사건이 발생하면서, 내부통제 부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우리은행은 지난 2022년 700억원대 횡령사고 이후 ‘내부통제 시스템 쇄신’을 선언했지만, 또 다시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금융권 등에 따르면 우리은행 경남 김해 지점 소속 대리급 직원 A씨는 조작된 대출 서류를 이용해 소액의 기업대출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모두 100억원 가량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직원은 이 돈으로 해외 선물, 가상 자산 등에 투자했다가 60억원가량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는 자체 내부통제 시스템에 의해 적발됐다는 게 우리은행 측 설명이다. 우리은행은 여신감리부 모니터링을 통해 대출 과정에서의 이상 징후를 포착했다. 이후 A씨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한편 담당 팀장에게 거래 명세를 전달해 검증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철저한 조사로 대출 실행 과정의 문제점을 파악해 유사 사례의 재발을 방지할 것”이라며 “관련 직원에 대한 엄중 문책과 전 직원 교육으로 내부통제에 대한 경각심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이번 횡령 사건은 어느 때보다 뼈아프다. 우리은행은 작년엔 내부통제 모범사례로 꼽혔다. 2022년 대규모 횡령 사태에 심기일전한 우리은행은 내부통제를 강화했다. 이에 2023년에는 내부통제 ‘모범사례’로 꼽히기까지 했다.
지난해 10월 금융감독원은 은행들이 제출한 내부통제 자체점검 사례 가운데 모범이 될 만한 사례 2가지를 꼽고, 이를 타은행에도 실시하도록 요청키로 했다. 우리은행의 ‘영업점장 불시 명령휴가 실시 후 특별감사 실시’가 모범사례 중 하나였다.
하지만 횡령 사태 재발로 우리은행이 처한 상황은 반전됐다. 지난 6월 19일 우리은행은 국내 20개 시중은행장들이 모인 감담회에서 공개적인 질타를 받았다. 이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권 횡령 등 각종사고에 대해 “은행권의 잇따른 불완전판매와 끊이지 않는 횡령 등 금융사고로 임직원의 도덕 불감증, 허술한 내부통제 등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면서 “이는 은행의 존립 기반이 위협받을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우리은행 횡령 사건과 관련해 필요시 본점 책임도 묻겠다고도 경고했다. 그는 “영업점 일선에서의 방어 체계, 본점 여신, 감사단 소위 3중 방어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그 과정에서 본점의 문제가 있다면 엄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머리를 숙였다. 조 행장은 “이번 일로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며 “강화된 내부통제 시스템을 통해 자체적으로 사고 파악을 할 수 있었지만 원천적으로 막지 못한 것은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있던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21일부터 우리은행 현장 검사 인력을 기존 6명에서 9명으로 늘리는 등 관련 검사를 강화했다. 또한 금감원은 7월 초까지로 예정된 검사 시한을 추가적으로 연장하는 방안도 열어두고 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종근당건강, 피부고민 맞춤 더마 브랜드 ‘클리덤’ 다이소 런칭 후 품절…
2SK하이닉스 AI 데이터센터용 고용량 SSD 개발…61테라바이트 용량 자랑
3요기요, 3개월 연속 흑자 기조...“요기패스X 등 효과”
4비상계엄 소동에 중소기업 시름..."계약 취소·환율 급등 손해"
5'8억 고급빌라'도 무주택 인정.. 청약 경쟁률 오를까
6LG디스플레이, OLED 제조 공정에 AI 도입…”업계 최고 수준 기술력 갖추어 갈 것”
7루닛, 임원 등 일부 주식 블록딜 매각..."개인 사유"
8아트블러드, 개 혈액 체외 생산 연구 결과 발표
9다쏘시스템, CES 2025에서 AI 기반 버추얼 트윈 통해 건강 인사이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