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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ABL생명, 우리금융 어깨 타고 업계 6위 도약 노린다

[희비 엇갈린 중소보험사 M&A] ①
우리금융 비은행 부문 경쟁력 강화 전략
인수 후 조직 통합·신사업 발굴은 과제

동양생명 본사 사옥. [사진 동양생명]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본격화하면서 생명보험 시장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인수는 우리금융이 비은행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하는 전략적 행보로, 인수가 완료되면 새로 출범하는 우리금융 보험사는 단숨에 생보업계 6위로 올라서 업계의 경쟁 구도를 재편할 전망이다. 그러나 통합 과정에서 수반될 인력 개편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패키지로 인수하는 주식양수도계약 양해각서(MOU)를 양사의 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체결했다. 이어 우리금융은 지난 8월 6일에는 인수를 위한 실사를 마무리했으며, 8월 말께 가격을 확정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함께 인수하는 배경에는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약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우리금융은 5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증권사와 보험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지 않았다. 실제 우리금융 전체 당기순이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년 90%를 웃돌 정도로 은행 의존도가 매우 높았다. 우리금융은 8월 1일에는 우리투자증권을 공식 출범하며 포트폴리오에 증권사를 추가했다.

통합 법인, 업계 5위 농협생명과 어깨 나란히

보험업계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통합은 자산규모와 수익성에서 업계의 판도를 바꿀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동양생명의 별도 기준 총자산은 32조4402억원, ABL생명은 17조4704억원이다. 추산하면 49조9109억원으로 NH농협생명 자산규모(53조8435억원)를 바짝 추격하며 생보업계 5위로 올라설 가능성이 있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연결 기준 지난해 순이익은 각각 2706억원, 799억원으로 합산 3505억원이다. 은행계 생보사 1위인 신한라이프(4724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익성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사들의 장기 수익성 지표라 불리는 보험계약마진(CSM)의 경우 올 1분기 기준 동양생명이 2조6911억원, ABL생명이 8942억원으로 도합 3조5853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KB라이프생명 CSM인 3조886억원을 가뿐히 뛰어넘는다. CSM은 보험계약으로부터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미실현 이익)의 현재가치를 뜻한다.

상품 포트폴리오 또한 균형 있게 갖춰질 전망이다. 올해 1분기 동양생명의 일반계정 개인보험 수입보험료 가운데 보장성보험의 비율은 76.7%다. 반면, 같은 기간 ABL생명은 보장성보험 비율이 33.6%, 저축성보험 비율이 66.4%다. 그런데 새 회계기준(IFRS17) 아래서는 저축성보험을 부채로 인식하므로 생보사들이 보장성보험 확대에 힘 쏟고 있다. 양사가 시너지를 내면 ABL생명의 저축성보험 쏠림이 완화되는 셈이다.

ABL생명 본사 사옥. [사진 ABL생명]
구조조정·신사업 진출 등 과제 풀어야

그러나 이번 인수·합병(M&A)은 여러 도전 과제를 안고 있기도 하다. 특히 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조직적 갈등과 인력 구조조정 문제는 큰 넘어야 할 산이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지난해 말 기준 직원 수는 각각 912명, 759명으로 합하면 총 1671명이다. 이는 다른 은행계 생보사인 신한라이프(1626명)와 NH농협생명(1000명)보다 많은 인원이다. 이 때문에 통합 과정에서 중복 인력을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2021년 7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가 통합해 출범한 신한라이프는 같은 해 12월 희망퇴직을 받아 약 250명이 퇴사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최대 3년치 기본급과 특별기원금 제공을 조건으로 추가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지난해 1월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의 통합으로 출범한 KB라이프생명 또한 기업·조직문화 차이 등으로 진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해외 진출이나 신사업 발굴 등을 통한 미래 성장 동력 확보도 과제라 할 수 있다. 그간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신사업 추진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경쟁사인 KB라이프생명은 지난해 10월 KB손해보험으로부터 요양사업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를 인수해 금융권에서 요양사업을 이끌고 있다. 신한라이프도 요양사업 자회사 신한라이프케어를 통해 내년 경기 하남시에 도심형 요양시설을 열 계획이다.

다만, 이번 인수는 중국 안방보험의 파산 절차와 맞물려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모두 안방보험의 대주주인 다자보험그룹이 소유하고 있는데, 안방보험 파산 이후 이 회사도 청산 절차에 들어간다. 중국 당국이 다자보험을 청산하면서 보유 자산인 동양·ABL생명을 빠르게 매각할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이번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경우, 보험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지고 비은행 부문 수익을 증대하는 기회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며 “기존 보험사들과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구축하기 위해선 장기적인 성장과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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