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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귀환과 세계 대공황 데자뷔

[트럼프 2.0]­②
트럼프 전 대통령 선거 구호 ‘MAGA’
우방 기준은 이념 아닌 경제적 이익
달러 강세로 인플레이션 자극 우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에도 영향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 AFP/연합뉴스]
[이현훈 강원대 국제무역학과 교수] 많은 한국인에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은 놀라움이다. 선거 직전까지 한국인 대부분은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봤다. 미국에서 수많은 선거 여론조사가 발표된 가운데, 언론이 해리스 부통령에게 유리한 결과를 중점적으로 보도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은 많은 한국인에게 두려움이기도 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구호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다. 외교·통상 정책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적을 교란하고 상대방을 속이라”라는 손자병법의 내용을 최고의 전략으로 삼고 있는 ‘사업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우방의 기준은 이념이 아니라 경제적 이익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추진한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무력화한다는 구상이다. 외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해, 보조금 없이도 외국 기업들이 미국 내에서 제품을 생산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당근’을 주었다면 트럼프 2.0 행정부는 채찍을 휘두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위해 모든 국가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20%의 보편관세를, 특히 중국산 제품에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트럼프 2.0 행정부가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하면 미국은 해외에서 적은 제품을 수입하고 미국의 생산과 고용은 증가할 것이다. 법인세가 인하돼 세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관세수입은 세수 감소를 보충할 전략이기도 하다. 미국인의 입장에서 ‘관세 부과’는 그야말로 일석삼조다.

하지만 이런 정책은 수입 가격을 높여 미국 내 물가 인상(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은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방향에 제동을 걸어 시장금리를 높이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또, 관세수입만으로 법인세 인하에 따른 세수 부족을 메우기에는 한계가 있다. 재정적자가 바이든 행정부보다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이 역시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한다.

6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가 태국 방콕에서 열린 공화당 후보들의 선거 감시 파티에서 2024년 미국 대선 결과를 보고 있다. [사진 EPA/연합뉴스]
세계 금융시장에서는 달러 강세가 나타나고, 원·달러 환율도 상승할 공산이 크다. 이미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며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돌파했다.

이는 한국 내 수입 물가 상승을 불러와, 잡혀가던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계속해서 낮추는 데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어려운 내수경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한국의 수출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실상 한국 경제의 앞날은 어둡기만 하다. 보호무역주의는 국가의 경제 발전을 위해 관세를 비롯한 직접적인 방법으로 무역을 통제·간섭해 타국 상품과의 경쟁을 막아야 자국에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더 큰 우려는 미국발 관세전쟁이 전 세계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1928년 대통령 선거기간 동안 허버트 후버 전 미국 대통령은 농산물의 관세 인상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후버 전 대통령은 당선됐고, 공화당은 하원과 상원 모두 다수당을 차지했다.

결국 미국 상·하원은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통과시켰고 1930년 6월 미국은 농산물뿐만 아니라 2만개 이상의 수입품에 적용됐던 40%의 평균 관세를 60%로 대폭 인상했다. 

7일(현지시각) 호주 시드니의 신문 가판대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미국 대선 승리를 알리는 신문이 진열돼 있다. [사진 AFP/연합뉴스]
문제는 이후였다. 유럽 국가들은 스무트-홀리 관세법에 대응해 보복관세를 부과했고 세계 무역은 3분의 2가량 감소했다. 1929년 10월 뉴욕 주식시장 폭락으로 시작된 세계 대공황도 더욱 심화했다. 당시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30% 감소했고 실업률은 20%를 넘겼다.

최근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 연설을 통해 세계 경제가 국수주의와 교역 붕괴를 비롯해 1920년대 세계 대공황을 연상케 하는 압력을 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2.0 행정부를 앞둔 2024년 미국의 상황은 1929년 세계 대공황의 데자뷔를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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