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 간 협력' 제도화할 법률 개정이 시급하다[김기동의 이슈&로(LAW)]
12·3 사태 불구 검·경간 수사 혼선
법률 재정비 필요성 대두...기관 간 힘겨루기 그만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경쟁적으로 12·3 비상계엄 사건 수사에 뛰어들며 극도의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같은 장소에 대한 중복 압수수색, 동일인에 대해 동시 출석 요구가 발생하며, 심지어 같은 피의자에 대해 검찰과 공수처가 중복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혼란스럽고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최근 검찰과 공수처가 협의를 통해 각 기관별 수사 대상 피의자를 정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수사 대상이 시스템에 의해 자동으로 정해지지 않고, 기관 간 힘겨루기식 협상으로 결정되는 모습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한계 분명한 ‘쪼개기 수사’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수사 과정에서 혼란을 조정할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에서 대통령이 피의자로 입건되고, 부처 장관들 역시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국가적 중대사안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문제를 해결할 구심점이 부재하다는 점이 수사 과정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그간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진 검·경 수사권 조정 입법은 이번 사태에서 한계를 노출했다. 이 입법은 검찰과 경찰 간 권한을 나누어 권력 남용을 방지하고자 하는 취지로 도입되었으나, 권한 배분의 기준인 죄명과 범죄 유형이 지나치게 세분화되면서 실제 사건에 적용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이번 수사가 다루는 대상은 12·3 비상계엄을 둘러싼 ‘일련의 과정’이다. 그러나 연속된 역사적 사실을 죄명별로 쪼개어 수사하는 방식은 한계가 분명하다. 이러한 접근으로는 범죄의 동기와 목적, 그리고 범행의 배후를 포함한 사건의 전모를 제대로 규명하는 것이 쉽지 않다.
25년간 검사로 복무한 필자조차 법전을 보지 않고는 검·경 간 수사 범위를 판단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5억원 이상의 재산범죄는 검찰이, 5억원 이하의 재산범죄는 경찰이 수사한다. 내란죄는 경찰이 수사할 수 있지만, 경찰공무원의 직무 관련 범죄는 검찰도 수사할 수 있다.
이번 비상계엄 사건이나 9·11 테러, 세월호 참사와 같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는 법률에 명시된 절차에 따라 범정부적 합동수사 체계가 즉각 작동해야 한다. 법조문을 찾아가며 권한 범위를 따질 여유가 없다. 검찰과 경찰 간 이견이 생기면 국무총리나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 않는 한 기관 간 갈등을 해소하기 어렵다.
필자는 2014~2015년, 모든 수사기관이 참여하는 범정부적 ‘방위사업 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의 단장을 맡은 바 있다. 당시 합동수사단은 다양한 수사기관의 인력이 함께 힘을 합쳐 수사를 진행했다. 이 협력을 가능하게 한 제도적 장치는 형사소송법상 ‘검사의 수사지휘권’이었다.
검사로 재직 중 뉴욕 남부 연방검찰청을 방문했을 때였다. 당시 부검사장이었던 준 김(Joon Kim)은 한국의 수사권 조정과 관련된 질의에 대해 “미국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고, 수사관과 검사가 협력적으로 수사를 진행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FBI나 경찰이 주도하는 수사도 대체로 검찰의 자문과 지도를 받으며 협력한다”며, “더 나은 사건 결과를 위해 수사관과 검사가 사건 해결 과정에서 상의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국가는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를 위해 수사기관과 검찰의 협력은 글로벌 스탠더드다. 수사는 재판을 준비하는 단계로, 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나오지 않으면 수사는 무의미하다. 12·3 비상계엄 사건의 전모는 치열한 공판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법관의 판결로 확인될 것이다. 변호인들은 수사 전 과정의 적법성을 다툴 것이다. 만일 수사기관 간 혼선으로 증거능력이나 증거가치가 부정된다면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검찰-경찰 협력 약화...결국 피해는 국민 몫
검사는 형사재판에서 국가의 형벌 의지를 관철하는 역할을 맡는다. 나라마다 제도의 차이는 있지만, 검사가 이 과정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선진국에서는 검사의 사법경찰에 대한 관계를 명령(order)보다는 지도(guide)나 협력(cooperate)로 인식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권한을 나누는 수준을 넘어, 기관 간 협조체계를 갖춤으로써 실현할 수 있다.
이미 검찰과 경찰 간 협력체계가 약화되어 국민들이 제기한 고소·고발 사건 처리에도 문제가 생기고 있다. 피해자가 고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건이 검·경 간 ‘핑퐁’식으로 오가며 몇 년간 결론이 나지 않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현행 법률 아래에서는 검사가 책임지고 사건을 조기에 결론 내릴 제도적 장치마저 부족하다.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선량한 시민이고, 덕을 보는 것은 범죄자들뿐이다.
이번 12·3 비상계엄 사건 수사를 둘러싼 혼선으로 관련 법률의 재정비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입법의 최우선 목표는 국민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고소, 고발한 사건이 신속히 처리되도록 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각 기관이 그 고유한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범죄에 대한 국가적 대응’이라는 목표하에 협력할 수 있게 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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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혼란스럽고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최근 검찰과 공수처가 협의를 통해 각 기관별 수사 대상 피의자를 정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수사 대상이 시스템에 의해 자동으로 정해지지 않고, 기관 간 힘겨루기식 협상으로 결정되는 모습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한계 분명한 ‘쪼개기 수사’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수사 과정에서 혼란을 조정할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에서 대통령이 피의자로 입건되고, 부처 장관들 역시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국가적 중대사안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문제를 해결할 구심점이 부재하다는 점이 수사 과정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그간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진 검·경 수사권 조정 입법은 이번 사태에서 한계를 노출했다. 이 입법은 검찰과 경찰 간 권한을 나누어 권력 남용을 방지하고자 하는 취지로 도입되었으나, 권한 배분의 기준인 죄명과 범죄 유형이 지나치게 세분화되면서 실제 사건에 적용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이번 수사가 다루는 대상은 12·3 비상계엄을 둘러싼 ‘일련의 과정’이다. 그러나 연속된 역사적 사실을 죄명별로 쪼개어 수사하는 방식은 한계가 분명하다. 이러한 접근으로는 범죄의 동기와 목적, 그리고 범행의 배후를 포함한 사건의 전모를 제대로 규명하는 것이 쉽지 않다.
25년간 검사로 복무한 필자조차 법전을 보지 않고는 검·경 간 수사 범위를 판단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5억원 이상의 재산범죄는 검찰이, 5억원 이하의 재산범죄는 경찰이 수사한다. 내란죄는 경찰이 수사할 수 있지만, 경찰공무원의 직무 관련 범죄는 검찰도 수사할 수 있다.
이번 비상계엄 사건이나 9·11 테러, 세월호 참사와 같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는 법률에 명시된 절차에 따라 범정부적 합동수사 체계가 즉각 작동해야 한다. 법조문을 찾아가며 권한 범위를 따질 여유가 없다. 검찰과 경찰 간 이견이 생기면 국무총리나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 않는 한 기관 간 갈등을 해소하기 어렵다.
필자는 2014~2015년, 모든 수사기관이 참여하는 범정부적 ‘방위사업 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의 단장을 맡은 바 있다. 당시 합동수사단은 다양한 수사기관의 인력이 함께 힘을 합쳐 수사를 진행했다. 이 협력을 가능하게 한 제도적 장치는 형사소송법상 ‘검사의 수사지휘권’이었다.
검사로 재직 중 뉴욕 남부 연방검찰청을 방문했을 때였다. 당시 부검사장이었던 준 김(Joon Kim)은 한국의 수사권 조정과 관련된 질의에 대해 “미국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고, 수사관과 검사가 협력적으로 수사를 진행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FBI나 경찰이 주도하는 수사도 대체로 검찰의 자문과 지도를 받으며 협력한다”며, “더 나은 사건 결과를 위해 수사관과 검사가 사건 해결 과정에서 상의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국가는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를 위해 수사기관과 검찰의 협력은 글로벌 스탠더드다. 수사는 재판을 준비하는 단계로, 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나오지 않으면 수사는 무의미하다. 12·3 비상계엄 사건의 전모는 치열한 공판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법관의 판결로 확인될 것이다. 변호인들은 수사 전 과정의 적법성을 다툴 것이다. 만일 수사기관 간 혼선으로 증거능력이나 증거가치가 부정된다면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검찰-경찰 협력 약화...결국 피해는 국민 몫
검사는 형사재판에서 국가의 형벌 의지를 관철하는 역할을 맡는다. 나라마다 제도의 차이는 있지만, 검사가 이 과정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선진국에서는 검사의 사법경찰에 대한 관계를 명령(order)보다는 지도(guide)나 협력(cooperate)로 인식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권한을 나누는 수준을 넘어, 기관 간 협조체계를 갖춤으로써 실현할 수 있다.
이미 검찰과 경찰 간 협력체계가 약화되어 국민들이 제기한 고소·고발 사건 처리에도 문제가 생기고 있다. 피해자가 고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건이 검·경 간 ‘핑퐁’식으로 오가며 몇 년간 결론이 나지 않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현행 법률 아래에서는 검사가 책임지고 사건을 조기에 결론 내릴 제도적 장치마저 부족하다.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선량한 시민이고, 덕을 보는 것은 범죄자들뿐이다.
이번 12·3 비상계엄 사건 수사를 둘러싼 혼선으로 관련 법률의 재정비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입법의 최우선 목표는 국민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고소, 고발한 사건이 신속히 처리되도록 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각 기관이 그 고유한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범죄에 대한 국가적 대응’이라는 목표하에 협력할 수 있게 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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