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농심 신성장 동력 개발, 사업 다각화 특명…신상열 미래사업실장 전무

[오너家 3‧4세가 뛴다]⑦
회사 측 “성장 방향과 확장에 중추적인 업무 맡기자는 취지”
신 전무, 故 신춘호 명예회장 농심 지분 상당 부분 상속
차기 농심 후계 1순위 평가

2024년 11월 농심이 하반기 정기 인사에서 신동원 회장의 장남 신상열 미래사업실장(상무)이 전무로 승진했다고 25일 밝혔다. 사진은 신상열 농심 전무. [사진 농심]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신상열 농심미래사업실장(전무)이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섰다. 농심은 2024년 11월 하반기 정기 인사에서 신 전무가 승진했다고 밝혔다. 농심 관계자는 “회사의 성장 방향과 확장을 결정하는 중추적인 업무를 맡기자는 취지로 농심의 비전을 만드는 미래사업실 전무 승진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신 전무의 움직임이 주목받는 것은 농심 그룹 후계자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는 해석 때문이다. 그는 1993년생으로 고(故) 신춘호 농심 그룹 창립자의 장손이자 신동원 농심 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농심 그룹의 경영권이 장자 승계 원칙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신 전무의 승진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신 전무는 2019년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같은 해 농심에 경영기획팀 사원으로 입사했다. 입사 1년 만인 2020년 대리로 승진, 이후 경영기획팀 부장, 구매 담당 상무(2021년)로 승진했다. 그리고 3년 만에 전무로 초고속 승진하며 신설된 미래사업실을 이끌고 있다.

미래사업실은 신사업 발굴을 위한 인수합병, 신규사업 등을 담당하는 곳이다. 사내 스타트업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거나, 벤처 캐피탈을 통해 외부 스타트업에 간접투자 하기도 한다. 농심 그룹의 미래 사업을 책임지는 곳이라는 평가다. 직전에 맡았던 구매실장직은 원자재 수급과 제품 가격, 협력 업체 관리 등을 담당한다. 재계 관계자는 “신 전무가 그룹의 오늘을 책임지는 핵심부서를 경험하고 내일을 준비하는 요직을 맡았다는 점에서 사실상 경영 포트폴리오 마무리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농심은 지난 3년간 국내 라면시장에서 약 56%의 점유율로 독보적인 시장 지배력을 나타내고 있다. 스낵 부문에서도 약 31%의 시장점유율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신 전무에게 주어진 과제는 녹록지 않다. 농심의 주력 사업인 라면 사업의 성장을 유지하면서 매출 다각화를 위해 다양한 제품 개발과 시장 확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내 라면 시장의 경우 인구구조‧생활패턴의 변화로 양적 성장세가 주춤해진 모습을 보이고 스낵 시장은 대체재 확대와 주 소비층 감소 등 위협 요소가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신제품 개발을 통한 신규 카테고리‧시장 확대 등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최근 연간 실적 면에서 호조를 보였지만, 올해는 성장세가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농심의 연결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보면 ▲2021년 2조6629억원, 1061억원 ▲2022년 3조1290억원, 1121억원 ▲2023년 3조4105억원, 2120억원을 기록했다. 2024년 3분기 누적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5836억원, 1426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액은 약 298억원(1.1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05억원(17.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회사 측도 사업 다각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반려동물 관련 사업을 추진하며 ‘반려다움’ 상표권을 출원하고 있다. 또 ‘주류’ 사업을 위한 신규 브랜드 ‘구디웨이브클럽’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018년부터는 사내 스타트업 N-START 제도를 운영하며 신사업 발굴에도 나섰다. 이 제도를 통해 발굴한 ▲건강기능식품 ▲스마트팜 ▲비건 등 3가지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 ‘라이필’ 브랜드는 기능성 제품 출시를 통해 2020~2023년 누적매출 850억원을 기록했다. 스마트팜의 경우 지난 2022년 말부터 오만‧UAE‧사우디아라비아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중동 지역은 국토의 상당 부분이 사막으로 농사가 어려운 여건인데, 스마트팜을 이용해 국산 딸기를 재배하도록 시스템을 고안한 것이다.

신춘호 명예회장 보유 지분 승계…농심 1순위 후계 구도

신 전무가 차기 후계자로 주목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1년 농심 창업자인 신춘호 명예회장이 작고한 이후 신 명예회장이 보유했던 계열사 주식을 상속하는 과정에서 농심 지분 대부분을 장손에게 상속한 바 있다. 신 명예회장이 보유했던 농심 주식은 35만주(5.75%). 이 가운데 20만주가 신상열 전무에게 돌아갔다. 이른바 ‘대’를 건너뛴 상속이었다. 당시 부장급이었던 신 전무는 이 상속을 통해 농심의 지분 약 3%를 보유한 주요 주주가 됐다. 신동원 회장의 후계자 1순위로 확인된 셈이다. 

농심 그룹의 지주사인 농심홀딩스의 2023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최대주주인 신동원 회장(42.92)을 필두로 ▲신동윤 율촌화학 회장(13.18%) ▲신윤경(2.16%) ▲신상열(1.41%) 전무가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농심 그룹의 계열 분리 가능성이 거론되는데, 이 작업이 현실화할 경우 신상열 전무가 실질적인 농심 그룹의 후계자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실제 농심그룹은 농심 창업자 故(고) 신춘호 명예회장의 아들 3형제가 주요 사업을 이끌고 있다. 신동원 회장은 그룹의 핵심인 농심, 차남인 신동윤 부회장은 화학업체인 율촌화학, 삼남 신동익 부회장은 메가마트를 경영하고 있다.

그런데 농심의 지분율을 보면 ▲농심홀딩스(32.72%) ▲율촌재단(4.83%) 다음으로 신상열 전무(3.29%)의 지분율이 높다. 개인 최대 주주로는 가장 많은 규모다. 이 상속이 농심 그룹 경영승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재계에서는 후계 구도를 명확히 하는 신호라고 보고 있다. 본격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농심 관계자는 “(승계나 계열분리 등은) 내부적으로 확정된 바 없는 사안”이라며 “신 전무의 승진은 글로벌 판망 확대 등 농심의 글로벌 비전달성을 위한 신성장 동력을 개발하고 사업 다각화를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1153회 로또 1등 번호 1·9·10·13·35·44…보너스 번호 5

2“치아에 구멍난다”...치과의사가 뽑은 ‘최악의 술’

3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179명 시신 수습 마무리

4 공수처 “崔대행에 경호처 협조 지휘 재요청”

59급→6급까지 7년, 초고속 승진 1년 만에 팀장 된 ‘충주맨’

6퇴임 앞둔 바이든, 마지막까지 ‘이스라엘’에 무기 판매

7 해경 “신안 가거도 해상서 22명 탑승한 낚싯배 좌초...3명 사망”

812월 세계식량가격, ‘육류’ 제외 모두 하락세

9파루인쇄전자·잉코, ‘CES 2025’서 혁신 기술 대거 공개

실시간 뉴스

11153회 로또 1등 번호 1·9·10·13·35·44…보너스 번호 5

2“치아에 구멍난다”...치과의사가 뽑은 ‘최악의 술’

3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179명 시신 수습 마무리

4 공수처 “崔대행에 경호처 협조 지휘 재요청”

59급→6급까지 7년, 초고속 승진 1년 만에 팀장 된 ‘충주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