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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확률’ 믿고 간다?”…경제성 부족 드러난 ‘대왕고래’ 미래는

가스전 첫 탐사 시추…석유·가스 모이는 구조는 있으나 경제성 떨어져
정부, 정밀 분석 토대로 추가 탐사 방침…장기적 사업 추진 가능성 여전

지난해 12월 30일 오전 경북 포항시 앞바다에 위치한 대왕고래 유망구조에서 웨스트 카펠라호가 탐사 시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동해 심해 가스전 프로젝트의 첫 탐사시추 유망구조인 ‘대왕고래’가 양호한 석유구조를 갖췄으나 경제성 있는 가스전은 아닌 것으로 잠정 분석되면서 전체 프로젝트 동력이 약화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시료 및 데이터 정밀 분석이 남아있지만, 첫 시추 과정에서 기대했던 수준의 석유·가스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세계 최대 유전으로 평가받는 남미 가이아나 유전이나 기존 동해 가스전의 경우 10차례 넘는 시추 끝에 유전이 발견됐고, 글로벌 오일 메이저들이 이번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고 사업 참여를 검토하고 있어 전체 사업 성공 가능성을 예단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고위 관계자는 6일 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시추 과정에서 가스 징후를 일부 확인했지만, 그 규모가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었다”고 발표했다.

그는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양호한 석유 시스템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이번 시추를 통해 획득한 시료·데이터는 나머지 6개 유망구조 후속 탐사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0일 포항 앞바다에서 약 40㎞ 떨어진 대왕고래 (유망)구조에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를 투입해 최근까지 탐사시추 작업을 벌여왔다.

웨스트 카펠라호는 수심 1260m에서 시작되는 해저 지형에서 1761m 깊이까지 드릴을 내려 암석을 뚫고 1700개 이상의 시료와 관련 데이터를 수집했다.

시추 현장에서는 세계 1위 시추기업인 미국의 슬럼버거(Schlumberger)가 채취된 암석과 가스 등의 성분을 기록·분석하는 ‘이수 검층’(mud logging) 작업도 병행했다.

탐사시추를 통해 대왕고래 유망구조가 미국의 심해 기술평가 전문기업 액트지오(Act-Geo) 분석처럼 석유·가스가 모여 있을 가능성이 높은 구조를 갖추고 있고, 일부 층에서 그 흔적을 발견했지만, 본격적인 시추에 나설 정도의 경제성은 없다는 것이 초기 분석 결론이다.

최 차관은 “지상에서 3021m까지 굴착하며 이수 검층을 통해 층별로 규모는 다르지만, 6개 지층에서 주변보다 가스 포화도가 높은 것을 확인했다”면서 “다만, 가스가 구조 유기물이 산화돼 나온 건지 근원암에서 이동했는지가 중요한 포인트가 될 텐데, 이런 부분은 정밀 분석 결과 발표 때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대왕고래에 대한 추가 탐사시추는 진행하지 않기로 하고, 시추공을 뽑고 현장에서 철수한다고 밝혔다.

애초 이번 프로젝트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발표하며 국민적 기대를 키웠다.

그러나 야당을 중심으로 ‘정치적 국면 전환용 카드’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고, 사업 성공 가능성을 두고도 분석 업체인 액트지오가 사실상 1인 기업이 아니냐는 의혹 등이 불거지며 논란 속에 추진됐다.

정부는 정치적 부담에도 성공 시 막대한 경제적 효과가 기대되는 이번 프로젝트를 장기 사업으로 보고 추진해왔다.

실제로 글로벌 석유 업계에서는 동해 심해 가스전 프로젝트의 성공 확률로 제시된 ‘20%’를 시추에 도전해볼 만한 수준이라고 본다.

정부는 대량의 석유·가스가 발견돼 사업이 본격 추진되는 상황을 가정해 조광권 등 제도 정비도 마쳤다.

그동안 소규모 탐사에 적합하게 짜인 조광권 규정을 대규모 사업에 맞게 바꿔 국가가 얻는 이익을 늘리면서 투자사와 공정한 이익 분배를 실현하려는 취지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1차 탐사시추를 위해 사업 예산 497억원을 신청했으나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이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첫 탐사시추는 석유공사 사업비로 전액 충당했다.

오는 5~6월께 정밀 분석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일단 초기 분석 결과 대왕고래 유망구조의 경제성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되면서 전체 프로젝트 추진에 대한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당장 추가로 남은 4차례의 시추 사업의 동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정부는 2차 시추부터는 오일 메이저의 투자를 받아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어서 예산 확보가 어려운 경우도 사업 추진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미 지난해 진행한 로드쇼(사업설명회)를 통해 글로벌 오일 메이저들은 동해 심해 가스전 프로젝트에 상당한 관심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시추 시 막대한 이익이 기대되는 상황에서 ‘20%의 확률’이라면 베팅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역시 1차 시추에서 석유·가스 매장을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했던 터라 이번 1차 탐사시추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성공 확률을 높여가며 추가 시추를 통해 ‘20%의 확률’에 도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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