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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증시, 공포의 하루…‘25년 전 닷컴버블 고점 찍은 날과 같다는데’

AI버블 우려…“그때와 정확히 ‘평행’은 아냐”
트럼프 관세정책 불확실성은 ‘변수’

경기 침체 우려에 10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급락했다. [사진 생성형 이미지미드저니]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고공 행진하던 미국 뉴욕증시가 10일(현지시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매그니피센트(M)7으로 불리는 빅테크 주가가 하루 새 1100조 원 이상 증발하며 시장이 충격에 휩싸였다. 더욱이 이날은 25년 전 미국 주가지수가 고점을 찍은 뒤 추세가 꺾였던 ‘닷컴 붕괴’ 시점과 겹치자, 현재의 인공지능(AI) 붐에 대한 붕괴 우려도 제기된다. 

이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 대비 727.90포인트(p)(-4.00%) 급락한 1만7468.33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기인 2022년 9월 13일(-5.16%) 이후 2년 6개월 만에 최대 하락률이다. 

주가가 고점 대비 10% 이상 떨어지면 기술적 조정으로 보는데 나스닥은 이미 지난주 조정 국면에 진입한 상태다. 지난달 19일 고점 대비 하락률은 12.9%다. 

이날 테슬라 주가가 15.43% 내린 것을 비롯해 ▲애플(-4.85%) ▲엔비디아(-5.07%) ▲메타(-4.42%) ▲마이크로소프트(-3.34%) ▲알파벳(-4.49%) 등 그동안 강세장을 주도했던 매그니피센트7의 주가 하락이 두드러졌다. 

다우존스 마켓 데이터에 따르면 M7 시가총액은 이날 하루 동안 총 7590억달러(1107조3810억원)가 증발했다.

공교롭게도 나스닥은 종가 기준 2000년 3월 10일 5048.62로 닷컴 버블 시기 고점을 찍고 하락 전환했다. 그해 5월 23일까지 약 37% 떨어진 바 있다. 지수는 이후에도 계속 흘러내려 2002년 10월에는 1114.11까지 찍었다. 고점 대비 하락률은 약 78%나 됐다.

시장에서는 이번 미국 증시의 급락을 두고 닷컴버블과 유사한 점에 대해 예의주시하면서도 긍정과 부정적 시각에는 전망이 엇갈렸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25년 전 이번 주 나스닥 종합지수는 5년 만에 500% 이상 급등한 후 닷컴 시대 정점을 찍은 뒤 그 후의 붕괴는 빠르고 잔혹했다”며 닷컴 붕괴가 현재의 AI 붐 혹은 버블에 주는 함의를 분석했다.

WSJ은 “오늘날 AI도 같은 사이클이 전개될까 투자자들이 우려하고 있다”며 “사실이라 해도 닷컴 붕괴가 주는 중요한 교훈이 있다”고 했다.

현재 선도적인 AI 기업의 가치는 수십 억 또는 수천 억 달러에 달하며 일부는 의미 있는 매출을 창출할 전망이 거의 없어 마치 닷컴 버블의 모습과 유사하다.

트럼프, 오락가락 관세 정책 불확실성↑

다만 WSJ는 닷컴 붐은 붕괴로 이어졌지만 야심찬 기술에 대한 투자가 장기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것도 보여줬다고 전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가치 있는 상장 기업 5개와 상위 7개 중 6개는 그 시대의 기술 기업이거나 당시에 심은 씨앗에서 자란 기업이라는 것이다. 

WSJ은 이제 이러한 AI 투자가 ‘좋은 버블’로 이어질지가 관심인 가운데 AI의 진화로 검색이 더 스마트해지는 등 생산성 향상에 기여해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소개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테슬라의 주가가 과대평가되었다고 생각하지만 테슬라는 전기 자동차, 태양광 발전, 자율주행 자동차, AI로 구동되는 로봇의 미래도 열고 있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닷컴 버블 당시와 지금 상황을 정확히 ‘평행’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신생 기업들이 주도한 닷컴 버블과 달리 지금은 수익을 내는 빅테크들이 증시를 주도하고 있다고 짚었다. 

닷컴 버블 붕괴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증시 붕괴를 예측했던 금융 전문기자 짐 그랜트는 “어떤 것들은 변하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다. 전형적인 버블의 모든 신호가 우리 앞에 있다”면서도 “패턴은 비슷하지만 타이밍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재 미국 경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또 소비자 신뢰나 제조업 주문 등 경제 지표에 대해서도 걱정이 나오고 있다. 

이날 미국 증시 급락도 트럼프 대통령이 일시적 경기 침체를 감수하고라도 관세 등 자신의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이 투자 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방영된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경제정책 효과에 대해 “시간이 조금 걸린다”면서, 올해 경기침체가 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번 폭락이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하는 관세 정책으로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조지 마테요 키웰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WSJ에 “(트럼프 대통령 발언보다) 더 큰 의문점은 무역 정책의 미래 방향”이라며 “관세 자체보단 계속 번복하는 성격이 많은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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