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값 올려야 생존하는 저가커피의 딜레마
[치솟는 생두값, 커피공화국의 시름]③
가성비커피로 살아남은 업체들, 생두값 오르며 위기
다양한 메뉴화 및 고품질 서비스로 이제 살아남을 때

커피 가격은 뉴욕상품거래소(NYSE)에서 거래되는 국제 커피지수(ICO)를 기반으로 결정된다. 아라비카 커피 생두 1파운드당 평균 가격을 센트 단위로 표시하게 되는데 이 지수를 보고 커피 농가나 유통업자, 투자자들이 시장을 예측하게 된다.
커피지수는 올해 초 400센트를 넘어섰다. 이는 1977년 이후 역대 최고 가격이다. 생두 수입 단가는 1kg당 5000원대에서 1만5000원대로 3배가량 상승했다. 여기에 ▲임대료 ▲인건비 상승 ▲최저임금 인상 ▲포화된 상권 ▲브랜드 간 출혈 경쟁까지 겹치면서 저가커피 브랜드에게 매우 위험한 상황이 됐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성장세를 보였던 저가커피 브랜드들은 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해야 할까.
저가커피 핵심 성공 요인 ‘가격 경쟁력’
국내 저가커피 시장 규모는 약 2조5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스타벅스나 투썸플레이스 등 기존 커피 프랜차이즈 매출 규모는 약 6조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빠르게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2006년 서울 신촌에서 탄생한 ‘빽다방’과 2014년 부산의 ‘컴포즈커피’, 의정부를 기반으로 2015년 시작된 ‘메가MGC커피’(이하 메가커피) 등 3인방은 국내 저가커피 산업의 대중화를 이끈 주역들이다. 메가커피는 대용량 커피와 공격적인 가맹 확장 전략을, 컴포즈커피는 경남 지역 기반을 시작으로 소형 평수 고효율 매장과 본사 이익 극대화를 중심에 뒀고, 빽다방은 ‘아샷추’(아메리카노 샷 추가)와 같은 다양한 창작메뉴 위주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저가커피업계에는 ▲더리터 ▲텐퍼센트커피 ▲커피에 반하다와 같은 업체들이 500여개의 매장을 확보해서 운영 중이다. 커피에 반하다는 전체 매장의 절반 정도를 무인매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저가커피의 성장 비결은 세계 커피 생두시장이 지난 2010년을 전후로 약 10년 동안 안정적으로 운영돼 왔던 점을 꼽을 수 있다. 2010년부터 2021년까지 뉴욕 선물지수를 통한 국제 커피 생두 가격은 1파운드 기준 100센트를 꾸준히 유지했다. 특히 이 시기 국내 저가커피 시장은 환율이 안정되면서 역대 가장 저렴하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추고 있었다.
또한 기존 커피 프랜차이즈 시장이 스타벅스를 제외하고 성장세가 정체됐다는 점도 저가커피 시장 성장의 요인 중 하나다. 투썸플레이스나 엔제리너스, 폴바셋과 같은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급속히 힘을 잃었고 이디야커피의 경우 과거에는 저가 포지션이었지만 계속된 가격 인상으로 이제는 저가커피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이제 저가커피 브랜드들도 가격 인상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실제로 컴포즈커피는 2월 가격을 인상했고 저가커피 시장 1위인 메가커피도 결국 백기를 들고 이달 21일부터 가격을 올린다.
이는 국제 커피 생두 가격이 1파운드 기준 100센트에서 400센트로 4배가량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저가커피 브랜드들의 경우 지난 10년간 단 한 번도 커피 가격을 올린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그들의 고민을 엿보게 한다.

믿고 마실 수 있는 브랜드 돼야
결국 저가커피 브랜드들은 프리미엄 음료나 디저트 라인을 강화하고 있으며 RTD(Ready-to-Drink) 제품 및 굿즈를 출시해 부가 수익원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메가커피가 논커피를 포함한 다양한 메뉴를 확대하고 있다면, 컴포즈커피는 복합적인 메뉴를 통해서 신메뉴의 객단가를 파격적으로 인상 중이다. 빽다방은 외식 프랜차이즈 본사를 둔 특성 답게 다양한 계절 메뉴를 시도하고 있다.
이외에도 ▲물류 최적화 ▲공동 원두 구매 ▲자체 로스팅 센터 확보 등을 통해 원가 절감을 꾀하고, 가맹점주의 불만을 줄이기 위한 마케팅 지원 확대와 소통 강화를 노력 중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불만 ▲가맹점의 저항 ▲가격의 압박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결과적으로 저가커피 브랜드의 미래는 ‘지속 가능한 가성비’에 달려 있다. 원재료 가격이 저렴할 당시 박리다매 마케팅으로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지만 이제는 보다 업그레이드된 서비스가 필요한 상황이다.
앞으로는 고품질을 기반으로 가맹점과 상생을 도모했을때, 장기적인 생존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본사 차원의 뼈를 깍는 고통분담과 미래를 내다보는 품질 향상만이 저가커피 생존을 위한 처방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와서 시장과 상황을 탓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소상공인이 연루돼 있기에 본사 차원의 특단이 필요하다. 이제 저가커피도 무조건 ‘싸서 마시는 것’이 아닌, ‘믿고 마실 수 있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 중요해진 시점이다.
심재범 커피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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