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 부른 정치의 실패 [EDITOR’S LETTER]

[이코노미스트 권오용 기자]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으로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습니다. 온 국민이 넉 달, 123일간 계엄과 탄핵심판의 스트레스를 받다가 내란범 탄핵으로 웃음을 되찾긴 했지만, 대한민국 경제는 파탄 날 지경입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6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중국을 더해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 분기 대비)이 한국(0.066%)은 전체 37개국 중 29위로 집계됐습니다. 한국이 세계 하위권 성장 성적표를 받은 것은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내수가 더욱 위축됐고, 결국 4분기 역시 0%대 성장률과 30위 안팎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런 흐름이라면 올해 1분기에는 역(-)성장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환경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글로벌 관세전쟁으로 인해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에는 최악입니다. 대미 수출 시 상호관세 25%와 주력 품목인 자동차·철강 25%에 더해 반도체 관세 부과도 예고돼 있는데요, 이대로라면 심각한 타격이 예상됩니다. 하나은행은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로 인해 대미 수출이 종전보다 13% 이상 감소하고, 국내 부가가치 손실 규모가 10조6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비상이 걸린 각국은 미국과 협상에 나서고 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25%에 대해 중국을 제외한 나라에 대해 90일 유예하고 맞춤형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과는 방위비 분담금과 주한미군 주둔 등 안보를 묶어 ‘패키지 협상’을 하겠다고 해 쉽지 않은 협상이 될 전망입니다.
한국은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을 미국에 급파하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는 등 관세 협상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강력한 리더십 부재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국난 수준의 국내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온 국민이 똘똘 뭉쳐야 하는데, 그럴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결국 정치의 실패가 경제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윤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정문에서 정치 실패의 원인을 짚었는데요, 국회가 소수의견을 존중하고 대화와 타협의 노력을 해야 하는 데 하지 않았고 대통령은 국회를 협치의 대상으로 존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헌재는 양측의 잘못을 질책하면서도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의 범위를 초월해 국민 전체에 대해 봉사함으로써 사회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했다”며 재판관 전원일치로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습니다. 대통령의 책임이 더 크다는 것이지요.
역사상 두 번째인 대통령 파면은 어느 사람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우리 모두의 잘못이기도 합니다. 대통령을 잘못 뽑은 결과를 온 국민이 혹독하게 치르고 있는 것인데요, 오는 6월 3일 치러질 21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이런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 국내외적으로 직면한 복합 위기를 잘 헤쳐 나갈 지도자가 누구인지 꼼꼼히 따져보고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겠습니다. 그것이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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