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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 CDO 조직 통해 데이터·AI 사업 키운다

"수천억원 쏟아도 데이터 사업 실패하는 기업들…기술 치우친 전략 때문"
데이터·AI 사업 성공하려면 고객에 집중해야…고객·시장 중심 사업 추진
애자일 조직 문화 도입해 대내외 변화에 빠르게 대응…인재 200여 명 채용

 
 
황규별 LG유플러스 최고데이터책임자(CDO)가 9일 오전 LG유플러스 용산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공지능(AI)과 데이터 사업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LG유플러스]
"글로벌 기업조차 회사가 보유한 데이터의 2%만을 활용했던 때가 있었다. 수많은 데이터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기업이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다면, 보통 기술적인 접근을 떠올린다. 그러나 이런 접근만으론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어렵다. 고객을 먼저 이해하고, 시장의 필요와 트렌드를 파악해야 한다."
 
황규별 LG유플러스 최고데이터책임자(CDO)가 9일 오전 LG유플러스 용산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LG유플러스의 디지털전환(DX) 전략을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LG유플러스가 보유한 데이터와 AI 기술로 수익을 내기 위해 무엇보다 고객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7월 AI 개발과 데이터 분석을 전담하는 조직 CDO를 신설했다. 황 CDO는 올해 초 이 조직을 이끌기 위해 LG유플러스에 합류했다. 황 CDO는 미국 델타항공과 통신사 AT&T, 워너미디어 등에서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 분석해 수익화를 담당했던 데이터 사업 전문가다.
 
황 CDO는 "제가 몸담았던 글로벌 기업 중에선 데이터 관련 분야에 수년간 수천억원을 투자하고도 실패를 거듭했던 기업이 있었다"며 "이 기업들은 기술적인 영역에 치우쳐 고객이 새로운 기술과 그 기술을 활용한 상품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고려하지 않았고, 이것 때문에 (데이터 관련 사업에) 실패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많은 글로벌 기업이 데이터와 AI 등 기술적인 영역에서 고객과 상품 중심으로 시각을 바꾸고 있다"며 "LG유플러스의 CDO 또한 이 회사를 자기완결형인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해 고객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LG유플러스는 구체적으로 연내 소상공인 맞춤형 AICC 서비스를 출시하고, LG유플러스가 보유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플러스, U+콕 서비스의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상품 중심의 애자일 조직으로 조직 문화를 바꾸고, 개발 역량을 내재화하기 위해 2024년까지 소프트웨어, 머신러닝 등 기술 분야 인재를 지금보다 2배 이상 확충할 계획이다.
 

소상공인 특화 AICC 출시…초거대 AI 모델로 고도화

소상공인 맞춤형 AICC 상품은 오는 8월 출시 예정인 AI 콜봇 서비스 'AI 가게 매니저'가 대표적이다. 이 서비스는 녹음된 음성을 활용하는 ARS와 달리 AI가 고객과 직접 대화하는 상품이다. LG AI연구원이 개발 중인 초거대 AI 엑사원을 기반으로 AICC의 기술 수준도 높일 계획이다. LG유플러스 고객센터에 적용된 AICC의 기업간거래(B2B)를 확대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AICC의 외부 솔루션 사업도 추진한다. 당장 올해 3분기부터 LG유플러스 고객센터에 AI 콜봇을 상용화하고, 자체 음성인식(STT)과 음성변환(TTS) 엔진을 출시한다는 전략이다.
 
LG유플러스는 이 회사가 보유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에게 사업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B2B 상품 데이터 플러스도 고도화한다. 데이터 플러스는 LG유플러스가 지난 4월 출시한 서비스로, 고객의 미디어 소비와 이동 패턴 등을 기반으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온·오프라인의 수요를 분석하는 플랫폼이다. 
 
LG유플러스는 데이터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정소이 LG유플러스 AI·데이터엔지니어링담당 상무는 "고객의 성별과 연령 등 정보는 모두 가명으로 처리해 개인을 전혀 식별할 수 없게 만든 뒤 활용하고 있다"며 "지난해부터는 여러 기관과 협력해 보안 수준이 높은 내부 시스템도 구축 중"이라고 했다. 
 
LG유플러스의 상품 추천 쇼핑 플랫폼 U+콕도 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 중 하나다. 이 서비스는 올해 4월 기준 1년 전보다 거래금액이 4배 이상 성장했고, 월평균이용자수(MAU)는 44만명을 돌파했다. LG유플러스는 이달(6월) U+콕 전용 모바일 앱을 출시할 예정이다.
 

2년 내 전문 인력 200여 명 영입…애자일 기반 조직 혁신도

LG유플러스는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고 대내외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상품 중심의 애자일 조직으로 조직 문화도 바꾸고 있다. 애자일 조직은 특정 상품을 출시하거나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소규모 팀이 주축이 되는 형태로,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구글, 토스 등 정보기술(IT) 기업 등이 앞서 도입한 바 있다. LG유플러스의 CDO는 현재 200여 명의 전문가가 20개 이상의 팀으로 구성돼있다. 앞으로는 각 팀에 배속된 전문가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기획, 개발부터 출시까지 할 수 있도록 전략과 예산의 자율권을 보장할 계획이다. 
 
외주와 제휴에 의존하던 개발 역량을 내재화하는 데도 집중한다.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은 앞서 전사 직원의 10%에 해당하는 직원 1000명을 DX 인력으로 키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LG유플러스는 이를 위해 오는 2024년까지 AI·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데이터·플랫폼 엔지니어, 소프트웨어(SW)·기계학습 상용 적용(ML-Ops) 엔지니어 등 개발 인력 200여 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인재를 사전에 확보하기 위해 산학협력 인턴십 프로그램과 테크 콘퍼런스, 해커톤 등도 강화해나간다.
 
황 CDO는 "데이터와 AI 사업은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며 "직원 개개인의 사고방식을 바꾸고, 조직 문화를 만들어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한, "CDO가 매출을 담당하는 부서는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인 매출 목표를 제시하긴 어렵지만, 단기적으로는 LG유플러스의 상품을 변화시키는 동력이 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선모은 기자 seon.mo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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