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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이야기(17) ‘김·신·유’ 법률사무소]국제일각 에 특히 강한 30년 명문

[로펌이야기(17) ‘김·신·유’ 법률사무소]국제일각 에 특히 강한 30년 명문

김흥한 변호사가 국내 유일의 국제변호사로 한창 활약하고 있을 때인 68년 10월18일. 미국 미시간대에서 법학석사를 받고 돌아 온 김진억 변호사(61)는 서울 무교동의 한 빌딩에 변호사 사무실을 내고 국내 두 번째로 국제변호사 일을 시작했다. 김변호사 외에 사무직원 1명과 여직원 1명 등 세 사람이 전직원. 80년대 중반까지 ‘김·장·리’와 함께 국내 로펌업계를 주름잡은‘김·신·유’도 출발은 이처럼 미미하기만 했다. 그러나 10년 전 김흥한 변호사가 사무실을 낼 때와는 사정이 달랐다. 우선 김흥한 변호사가 국제법무서비스를 개발, 성공적으로 사무실을 운영하는 것을 보고 시작한 터라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 때 야기되는 위험부담은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할 수 있다. 김진억 변호사는 “유학가기 전 김흥한 변호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원래 목적은 유학 후 교수를 할 생각이었으나 변호사개업을 한다면 김변호사처럼 국제변호사가 되어야겠다고 마음 먹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65년 풀브라이트 장학금으로 미국 유학길에 오르기 전 4년반 동안 서울지법 좌배석을 거쳐 우배석판사를 지낸 김변호사의 경력에 비추어 일반 송무사건에 적지 않은 비중을 둘 수도 있었겠지만 처음부터 외국고객의 섭외사건에 치중한 점도 ‘김·신·유’의 특색 중 하나. 서울지법 부장판사로 있다가 변호사 사무실을 내 송무사건으로 기반을 잡은 후 섭외쪽으로 영역을 넓혀 간 태평양의 김인섭 변호사와는 대조적이다. ‘김·신·유’가 나중에 송무보다도 섭외분야에 비교우위가 있는 로펌으로 발달하게 된 데는 출발 당시의 이같은 사정과도 관련이 없지 않다. ‘김·신·유’가 나중에 송무에도 힘을 쏟게 된 것은 유록상 변호사를 거쳐 80년대 들어 정해덕 변호사 등이 합류하면서부터로, 현재 섭외와 송무사건은 6대 4 정도의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김진억 변호사가 소개받은 첫 고객이 국내외 기업을 통틀어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였다는 사실도 ‘김·신·유’가 ‘김·장·리’와 더불어 철저한 국제변호사 사무실로 출발했음을 말해준다.

처음부터 외국고객 겨냥 먼저 체이스 맨해튼을 대리한 ‘김·장·리’가 BOA까지 맡을 경우 외국기업들이 아주 꺼리는 이해관계충돌(Conflict of Interests)이 생겨 고객과의 사이에 교통정리를 이룬 결과임은 말할 것도 없다. 이후 김흥한 변호사가 맡을 수 없는 고객을 ‘김·신·유’가 대리하고, 반대로 ‘김·신·유’가 못하는 사건은 ‘김·장·리’가 처리하는 식의 투톱 시스템으로 ‘김·신·유’는 발전을 계속했다. ‘김·신·유’의 한 변호사는 “한창 잘 나갈 때는 고객들이 김진억 변호사의 자문을 받기 위해 보통 1주일씩 기다려야 했을 정도로 사건이 넘쳐났다”고 귀띔했다. ‘김·신·유’가 최초로 서비스를 개발, 로펌업계의 일반상품으로 자리잡은 사건도 적지 않았다. 70년 미국의 유니온 오일 오브 캘리포니아(Unoco)사를 맡아 한국화약과의 사이에 경인에너지(94년 10월 한화에너지로 상호변경)합작설립건을 성사시킨 일은 지금도 ‘김·신·유’의 변호사들이 자랑삼아 얘기하는 대표적인 케이스. 이재기 변호사는 “이 사건에서 국내 처음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 기법을 도입,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외자유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냈다”며 “은행의 지급보증이 아닌 해당 프로젝트의 공장을 담보로 신디케이트론의 형태로 수천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하는 쾌거를 올렸다”고 평가했다. 이어 사무실을 정동으로 옮기면서 판사출신의 곽창욱 변호사가 들어왔고, 나중에 ‘김·신·유’란 상호를 낳게 한 유록상 변호사가 사법연수원을 마친 후 70년 곧바로 합류했으나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시기는 그 다음의 삼일빌딩 시절로 넘어간다. 사무실 규모도 70년을 전후한 정동시절부터는 합동법률사무소가 아닌 소규모 로펌정도로 커졌다.

경인에너지 합작성사 지금도 자랑 삼일빌딩에 있을 때 신웅식 변호사(56)가 합류, ‘김·신·유’라는 상호가 비로소 완성됐다. 이후 신변호사가 사무실을 탈퇴한 91년 말까지 김진억·신웅식·유록상 세 변호사가 주축이 된 ‘김·신·유’는 섭외사건에 관한 한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자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신·유’는 특히 외국기업의 국내진출(Imbound)은 물론 국내기업의 해외진출(Outbound)과 관련된 법무서비스를 개발, 로펌의 영역을 한 차원 넓혔다는 게 신웅식 변호사의 회고. 한 가지를 예로 들면 ‘김·신·유’는 신변호사를 앞세워 70년대부터 80년대 중반까지 중동에 진출한 현대·동아·대림·한양·삼익 등 대다수 국내건설사를 대리, 이 분야에 관한 한 뚜렷한 비교우위를 구축하기도 했다. 중동에 진출하는 건설사의 경우 ▶공사를 완성하기까지의 금융조달 ▶보험 ▶운송 ▶무역분쟁 ▶국내외 근로자의 인사관리 ▶자재구입·하청 등 관련된 법률문제가 하나 둘이 아니었다. 중동건을 전담한 신변호사는 당시 아예 1년에 8∼10개월은 중동 현지에 눌러앉아 변호사일을 볼 정도로 특수를 누렸으나 이는 나중에 신변호사가 ‘김·신·유’를 탈퇴하는 계기로도 작용했다. 삼일빌딩 시절에 있었던 또하나 빼놓을 수 없는 일은 신변호사가 합류하기 바로 직전까지 나중에 ‘김&장’을 일으킨 김영무 변호사(55)가 잠시‘김·신·유’에 몸담았다는 사실이다. 이름도 한동안 김진억·김영무 두 변호사의 이름을 따 ‘김&김’으로 불렀다고 한다. 김흥한 변호사를 빼면 ‘김·신·유’가 국제변호사들의 산실 역할을 하며 국내 로펌업계가 형성되는 단초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김·신·유’호가 순항만을 거듭한 것은 아니다. ‘김·장·리’가 93년 5월 황주명 변호사 등의 탈퇴로 분열된 것과 비슷한 일이 ‘김·신·유’에서도 일어났다. ‘김·신·유’의 한 축을 떠받쳐 온 신웅식 변호사가 91년 말 사무실을 탈퇴, 부친인 신언한 변호사(87)와 함께 ‘신·신 합동법률사무소’로 독립하면서 신변호사가 확보하고 있던 상당수의 고객이 신변호사를 따라 ‘김·신·유’를 떠나는 곡절을 겪었다. 이에 앞서 90년엔 약 8년간 외국고객이 관련된 섭외업무에 눈부신 활약을 보인 미국변호사 그린 월드마저 고객중 하나였던 애트나 생명보험회사로 자리를 옮겨 ‘김·신·유’는 이래저래 적지 않은 전력손실을 입어야 했다. 이 와중에 김영삼 정부가 들어선 93년 초엔 로펌 중 유일하게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까지 받게 돼 ‘김·신·유’는 창업 이래 최대의 위기에 봉착하는 듯했다. ‘김·신·유’는 당시 갑근세 등이 누락되었다는 이유로 12억여원의 세금을 추징당했다.

90년대 들어 위기 겪어 그러나 ‘김·신·유’는 위기를 곧 기회로 활용했다. 창업주인 김진억 변호사와 주요 파트너변호사들 간의 동업관계를 조정하는 등 내부 유대를 돈독히 하는 한편, 창업 30년을 맞는 올해부턴 아예 법무법인으로 탈바꿈, 조직의 투명성을 더욱 높였다. 장주형 변호사는 “법무법인으로 조직을 바꾼 것은 일종의 리엔지니어링으로 보면 된다”며“변호사들에 대한 인센티브제 도입과 연구활동 지원 등 창업 30년을 맞아 대대적인 개혁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규변호사도 꾸준히 영입, 올해도 3명이 증원될 예정이다. 국내변호사는 13명에 불과하나 외국변호사는 상대적으로 많은 8명이 포진, 섭외사건에 관한 한 여전히 높은 명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유록상 변호사가 이끄는 해상·보험팀도 로펌업계에선 뚜렷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9명의 변리사가 소속돼 있는 특허팀도 로펌업계에선 ‘김&장’다음으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김·신·유’가 밝힌 고객을 보면 유럽쪽의 필립스(Philips)· 지멘스(Siemens)· 쉘(Shell)· 글락소웰컴(Glaxo Welkome)· 획스트(Hoechst)· 스탠더드 차터드은행 (Standard Chartered Bank), 미국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American Express)· 유니온 카바이드 (Union Carbide Corp.)· 레이시온 (Raytheon)· 아티티(ITT)· 티알 더블유(TRW)· 에이피엘(APL)· 애트나(Aetna), 아시아의 히타치· 마루베니· 홍콩상하이은행 등 굵직굵직한 외국기업들이 즐비하다. 국내 고객으로는 기아자동차(섭외분야)· 농심· 현대상선· 현대석유화학· 새한종금· 제일시티리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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