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도 만성위염엔 금물
우유도 만성위염엔 금물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우리네 속담이 빈말이 아닌 걸 증명이라도 하듯 요즘 판촉부의 P대리(34)는 속이 무척 쓰리다. 같은 부서에서 자신의 실적이 가장 저조했던 것. 회사가 갈수록 부원간의 경쟁을 독려하고 있어 이대로 가다간 자칫 내년 인사 때는 지방발령도 감수해야 할판이다. 위장은 우리 인체 중에서 가장 튼튼하고 자연치유력이 높은 기관. 그러나 P대리처럼 스트레스와 과음·흡연·각종 카페인 음료를 남용할 때는 때로 앙갚음(?)도 할 줄 안다. 아니나 다를까. P대리는 소화불량과 위를 칼로 후벼파는 듯한 통증이 지속되자 병원으로 달려갔다. 진단결과는 급성위염.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이종철 교수는 “급성위염은 위점막이 손상된 경우로 단순하게 점막이 부어오르는 부종성, 위벽의 혈관이 터지는 출혈성, 위점막이 떨어져 나가는 미란성으로 구분된다”며 “기간에는 차이가 있지만 자연 치유된다”고 말한다. 부종성은 2∼3일, 출혈성은 1주일, 미란성은 2주 정도 꿀물이나 미음 등 자극성 없는 유동식을 먹으면서 위를 쉬게 해야 한다는 것. 문제는 만성위염. 계속되는 위염이 위벽을 얇게 만들고, 10년 이상 위염이 장기화되면 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암으로 발전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염 자체는 큰 질환이 아니나 재발되면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이교수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만성위염을 일으키는 요인은 무엇일까. 물론 생활환경 속의 인자가 위염에 관여하지만 직접적인 원인은 위점액층에 사는 헬리코박터균의 활성화에 있다. 이교수는 “우리나라 성인의 70∼80%가 보유하고 있는 헬리코박터균은 유해산소와 독성물질을 분비해 위점막세포를 손상시킨다”며 “지금까지의 치료는 위산억제에 목표를 두었으나 최근에는 헬리코박터의 퇴치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고 말한다. 약물치료는 우선 위산억제제로 위를 무산상태로 만든뒤 항생제를 복합처방한다. 몇 가지 항생제를 함께 쓰는 것은 이 세균이 위점액층에 숨어 있어 잘 죽지 않기 때문. 이교수는 “헬리코박터균을 박멸한다 해도 우리나라 식사문화 때문에 재감염 기회가 높다”며 “현재로서는 이 균을 없애는 것보다 위의 건강유지를 통해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한다. 담배는 위세포의 재생을 방해하고, 우유는 일시적으로 위벽을 보호하지만 산 분비를 촉진, 만성위염 환자들에겐 금기시되는 것들이다. 적게 자주 먹고 위내에 3시간 이상 체류되는 쇠고기 스테이크·삶은 달걀·장어·튀김류 등도 피해야 할 식품들. 위궤양의 경우에는 급성위염처럼 위를 쉬게 할 필요는 없고 정상적인 식사를 하면서 위벽세포의 재생을 촉진시키는 약들을 복용하면 6∼8주면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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