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진단]연말 금융시장 복병 회사채
[국내진단]연말 금융시장 복병 회사채
회사채시장이 연말 금융시장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중반까지만 해도 정상화 기미를 보이던 회사채시장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4월 이후 회사채시장은 순증발행 기조로 전환되어 6월과 7월에만 5조원이 넘는 회사채가 순증 발행되었다. 그러나 8월 이후 회사채가 순상환되기 시작하면서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의 상환을 걱정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최하 투자적격 신용등급으로서 회사채시장의 상황을 반영하는 척도로 받아들여지는 BBB등급 회사채의 발행이 위축되고 있다. 발행뿐만 아니라 거래에 있어서도 회사채시장은 위축되고 있다. 전체 채권거래액에서 회사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중반 15%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9월에는 7%까지 하락하였다. 반면 국채는 거래액 비중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집중적인 매수 대상이 되고 있다. 투자자들이 회사채가 아니라 국채를 선호하는 이와 같은 경향은 ‘flight to quality(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현상과 ‘flight to liquidity(거래가 용이한 자산에 대한 선호)’ 현상 때문이다. 회사채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면서 높은 유동성을 지니고 있는 국채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 것이다.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기업의 수익성 및 유동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고 이는 기업신용도의 하락을 초래하였다. 그 결과, 연초 이후 점차 축소되던 기업의 신용스프레드가 7월 이후 증가 추세로 반전되었다. 국고채 대비 AA-등급 회사채의 신용스프레드는 1.1%p에서 1.6%p까지 확대되었다. 기업의 신용위험이 높아졌음은 신용평가사들이 행한 신용등급 조정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한국신용평가가 올 들어 7월까지 행한 신용등급 조정에서 투자등급 기업들의 신용등급 하향조정비율은 17%였다. 그러나 8월부터 10월 사이에 행한 신용등급 조정에서는 이 비율이 38%로 증가하였다. 이처럼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 신용등급이 낮은 대기업이 가장 불리한 입장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점차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형태가 차별화되고 있다. 대기업은 주로 회사채를 통하여 직접 자금을 조달하고 중소기업은 은행대출을 통하여 자금을 차입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대기업은 회사채를 통하여 26조원을 조달하였고 중소기업은 14조원의 은행대출을 기록하였다. 한편, 회사채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신용등급별 회사채 발행액 비중 추이를 살펴보면, 8월 이후 우량회사채인 A이상 등급 회사채의 발행액 비중은 63%에서 85%로 급증하였다. 반면에 BBB등급 회사채의 비중은 35%에서 15%로 감소하였다. 이러한 가운데 올해 연말과 내년 1분기 중 회사채의 대규모 만기도래가 예정되어 있어 그 소화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선 올해 11월과 12월 중의 회사채 만기도래액은 12조 9천억원에 달한다. 또한 내년 1분기중 회사채 만기도래액 규모는 11조 6천억원이지만 BBB이하 등급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황이다. 따라서 이들 회사채를 어떻게 소화하는가에 따라서 올해 연말과 내년 초 자금시장의 전반적인 안정화 여부가 좌우될 수 있다. 최근 회사채시장의 안정을 위한 대책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신용보증기금에 대한 보증재원을 확충하고 기업별·계열별 발행한도를 확대하여 프라이머리 CBO의 발행을 활성화시키는 방안은 공급 측면의 애로를 해소하는 방법이다. 신비과세 채권펀드 등을 통하여 고수익채권시장을 활성화시키는 방안은 수요 측면의 애로를 해소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회사채시장 위축의 주된 원인이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경기 둔화의 지속으로 인한 기업 신용위험의 증가였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조속한 경기 회복이 중요하다. 따라서 저금리 기조 유지, 풍부한 유동성 공급과 같은 금융정책과 병행하여 적극적인 재정정책의 실시를 고려할 시점이다. 또한, 기업들은 정부 대책만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신용위험 관리에 힘써야 할 것이다. 단기적인 자금 수급 불일치로 인해 유동성 위기를 맞지 않도록 하고 수익성과 재무적 안정성 향상을 위한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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