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세대, 연금 꿈 깨라”…出口없는 국민연금
“386세대, 연금 꿈 깨라”…出口없는 국민연금
“386세대들은 국민연금 받을 생각하지 마라-.” 현재 35세 미만인 국민들은 지금 열심히 국민연금을 내봐야 정작 연금 수혜연령이 되는 65세가 됐을 때 연금 혜택을 한푼도 받지 못할지 모른다. 물론 현재의 국민연금 제도를 정부가 하나도 고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에서다. 왜 이 지경이 됐을까. 근본적 원인은 간단하다. 국민연금이 지출과 수입 간에 수지가 안 맞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행 국민연금제도 아래에선 1원을 낸 국민은 국민연금 수급연령이 되었을 때 평균 2.83원을 돌려받게 된다. 단순계산을 하면 국민들이 낸 연금 불입액과 국민연금으로 국민들에게 돌아갈 금액이 똑같아야 국민연금 재정이 안정적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연금제도 아래에선 자기가 낸 돈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돈을 돌려받게 돼 있어 당연히 연금이 고갈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제도는 1988년 사업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처음 도입됐다. 취지는 그럴싸했고, 정부도 ‘3배 수익률 보장’을 내세우며 월급쟁이들의 장밋빛 환상을 불러일으켰다. 결과적으론 공약(空約)이 되고 말았지만 어쨌든 국민연금은 그 뒤 양적인 팽창을 거듭해 왔다. 95년 농어촌 지역, 99년 도시 지역에 확대 적용돼 단기간에 전 국민연금의 외형을 갖추었다. 올 3월 말 현재 1천6백50여만명이 가입했으며, 연금 수급자도 80만명에 이르고 있다. 또한 연금기금은 총 92조원을 조성, 연금급여로 지급된 15조원을 뺀 77조원이 운영되고 있으며, 오는 2010년쯤엔 규모가 2백5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문제는 본격적으로 연금이 지급되는 2008년 이후부터다. 88년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20년이 지나 처음으로 연금을 받게 되는 시점이 바로 2008년이다. 그때까지는 돈이 쌓이다가 이때부터는 뭉텅 뭉텅 빠져나가게 돼 있다. ‘2008년 국민연금 위기설’이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전문가들이 계산한 국민연금 고갈 시기는 2030년 전후다. 현재의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이때가 되면 국민연금 곳간이 완전히 비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는 그때까지 손만 놓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보험률을 올리거나 연금지금액을 강제로 낮추는 방법으로 재정안정화를 꾀하려 들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연금가입자들의 희생이 불가피하다. 직장생활하는 동안 꼬박 꼬박 부은 연금불입액을 다 찾지 못하거나 연금을 받더라도 쥐꼬리 같은 금액에 만족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칠지 모른다. 이런 우려는 결코 과장된 게 아니다. 국민연금 재정운영 상태를 한번 들여다보면 입이 벌어진다. 국민연금 재정이 현재 다른 재정 부문과 통합운영되고 있는 게 문제다. 국민연금 재정은 연금수령이 본격적으로 도래하지 않아 아직까지 흑자를 내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다른 재정 부문에서 펑크나 나면 국민연금 재정에서 꾸어다 메우는 식으로 전체 재정을 꾸려가고 있다. 그러니까 국민들이 낸 연금불입액의 상당 부분이 이미 정부재정 충당용으로 쓰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국민연금 지급에 대비해 쌓아두어야 할 책임준비금이 제대로 적립이 안 되고 있다. 나중에 정부가 책임준비금 부족액을 메워야 하는데 그 방법으론 채권을 발행하거나 세금을 올리는 수 외엔 뾰족한 게 없어 결국 국민의 세부담만 늘어나게 된다. 게다가 책임준비금의 감독체계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일반 보험사의 경우 책임준비금이 부족하면 사장이 구속까지 되지만 국민연금은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정부는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봤자 해결책이 나오지 않자 98년 연금법을 개정했다. 경제상황·임금상승률 등을 고려해 보험 관련 규정을 5년에 한 번씩 바꿀 수 있도록 한 것. 이것도 성과라면 큰 성과다. 이제 새로운 5년이 흘러 재조정 시기가 2003년으로 다가왔다. 바로 내년이다. 이때는 특히 새 정부가 들어선 시점이라 큰 부담없이 연금법을 주무를 수 있다. 만약 지금처럼 대증요법식으로 대처한다면 연금가입자들이 훨씬 불리한 조건에 놓이게 되는 것은 뻔한 노릇이다. 연금위기설이 고개를 들면서 최근 들어 연금 조기수령이 급증하고 있다. 나중에 어찌될지 모르니 먼저 찾아먹는 게 최상책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공단이 지난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0년 이상 연금에 가입하고 퇴직한 직장인들이나 지역가입자 중 55∼59세에 연금을 타려는 조기노령연금 수급자들이 99년 2만6천1백42명에서 2000년에는 4만4천3백명으로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말 현재 노령연금을 받고 있는 총수급자는 60만2천2백명이다. 현재 연금은 기본적으로 10년 이상 가입해 60세가 되면 타게 돼 있다. 하지만 10년 이상 가입한 후 퇴직 등으로 소득이 없는 이들의 노후생활을 위해 55세부터 조기노령연금(현재 최고액 월 53만8천원)을 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단 연금액은 60세를 기준으로 1년에 5%씩, 최대 25%까지 적게 지급되도록 하고 있다. 지난 1월 55세로 무역회사에서 퇴직한 박모씨는 지난달부터 매월 26만4천3백30원의 조기노령연금을 받고 있다. 88년부터 14년간 1천3백83만2천1백원의 보험료를 낸 박씨는 “남자 평균수명인 73세까지 내가 받을 수 있는 연금 액수를 따져본 결과, 지금부터 타는 게 더 나은 것으로 계산됐다”고 말했다. 박씨가 73살까지 산다면 받을 총 연금액은 5천7백10만원. 60세부터 받는 것(월 34만7천8백20원, 총 5천4백26만원)보다 2백84만원을 더 받게 되는 셈이다. 국민연금은 애시당초 첫단추가 잘못 꿰였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선진국들도 국민연금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지만 첫단추가 잘못됐다고 그냥 있을 수는 없는일. 정부는 지금까지 해왔던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솔직히 실상을 공개하고 보다 근본적인 치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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