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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바람 타고 케이블TV 지각변동

디지털 바람 타고 케이블TV 지각변동

국내 TV시청자의 절반 이상이 케이블TV(중계유선 제외) 가입자다. 이는 두 가구 가운데 한 가구가 지상파방송을 케이블TV방송국(SO)을 통해 시청하고 있는 것으로, SO의 손아귀에 지상파의 전송 여부가 쥐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96년 출범 후 4년 동안 가입자 증가 저조로 극심한 적자에 시달리던 SO들이 2000년대 들어 인터넷 열풍을 타고 인터넷 서비스 등 부가서비스를 개발하면서 확고한 지위를 확보해 가고 있다. 이런 케이블TV업계가 디지털 전환의 계기로 다시 한 번 재편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있다. 프로그램을 전송하는 단순 기능에 머물렀던 SO들은 디지털방송·통신기술의 융합과 광파이버에 의한 광대역 전송시스템의 구축으로 초고속인터넷 서비스·PPV(Pay Per View; 유료프로그램 서비스)·VOD(Video On Demand)·VoIP(인터넷전화)와 그 외 다양한 양방향 서비스를 제공하는 총아로 발돋움하고 있는 것이다. 케이블TV방송은 이제 개별SO와 MSO(복수SO)뿐 아니라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진출하는 미래 핵심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21세기 정보화사회의 핵심 인프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케이블TV업계 꾸준한 성장=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의 집계에 따르면 현재 케이블TV 가입 가구는 전국 109개 SO에서 7백만을 넘어섰다. SO들은 현재 전송망을 750Mhz나 870Mhz으로 한창 업그레이드 중이며 늦어도 내년 상반기는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 SO업계의 총 매출액은 7천억원으로 추산된다. 연 18%씩 성장이 예상돼 2005년에는 매출액이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케이블TV 가입 가구도 1천만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SO 매출액의 대부분은 프로그램 방송서비스보다는 초고속인터넷서비스 같은 부가서비스에서 발생하고 있다. 전체 7백만 가구 중 월수신료 1만5천원을 받는 기본형 가입자는 1백만이 채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4천∼6천원 정도의 수신료를 받는 보급형 가입자이거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와 연계된 무료 또는 덤핑 가입자들이다. 이같은 방송 부분의 수익 악화는 지역 프랜차이즈가 깨짐에 따라 복수 SO지역을 중심으로 가입자 유치경쟁이 벌어지면서 수신료 인하경쟁이 촉발된 데 기인한다. 따라서 SO들은 인터넷 서비스와 부가서비스 등을 통해 수익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이 필수적이다.

◆디지털 전환 계기 사업자 재편=자기 구역을 인정받고 안정되게 사업을 펼쳤던 SO들에게 위기가 닥쳤다. 디지털 전환이다. 막대한 디지털 전환비를 감당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SO업계는 재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SO들이 디지털 전환에는 천문학적인 투자금이 필요하다. 특히 셋톱박스 보급과 망업그레이드에 자금이 많이 든다. 5만 가입자 SO기준으로 대략 망업그레드와 디지털헤드엔드 구축·셋톱박스(보급형) 보급 등을 포함 최소 1백50억원 이상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양방향 데이터서비스와 T-커머스에 제약이 없으려면 셋톱박스 값이 50만원은 돼야 하고 이 금액만 총 2백50억원에 이르게 된다. 이같은 엄청난 투자금액을 감당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SO업계의 명암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SO업계는 디지털 전환을 계기로 전국 SO들이 7∼10개의 MSO로 통합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왜냐하면 중소규모 단일 SO들은 ▲수백억원에 이르는 투자금을 확보하기 어렵고 ▲작은 규모로 인해 투자대비 낮은 수익률로 점차 치열해지는 새로운 서비스 개발경쟁에서 뒤떨어지며 ▲우수 콘텐츠 확보경쟁에서도 거대사업자보다 불리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환경변화에 따라 단일 중소규모 SO들은 거대사업자들의 틈바구니에서 생사의 눈치를 보고 있다. 대다수 SO들이 DMC구축 사업자들의 행보을 예의주시하며 어느 쪽에 줄을 서야 할지 기웃거리고 있으며, 어떤 SO들은 이 와중에 몸값을 올려 M&A에 몸을 던지려 하고 있다. 업계는 현재 이같은 처지에 있는 SO들은 전국 SO의 30%에 가까운 30∼35개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부담으로 인해 SO연합체가 등장했고, 외부자본을 끌여들어 디지털미디어센터를 구축하는 방안이 나왔다. 그 대표적 케이스가 한국디지털미디어센터(KDMC)와 브로드밴드솔루션즈(BSI)의 BMC(브로드밴드 미디어센터)다. 또 다른 한켠에선 MSO들이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독자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추진 중이고 SO들과 제휴해 인터넷 서비스를 하고 있는 통신사업자들 또한 DMC 구축에 뛰어들었다. 이처럼 케이블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고 있는 사업자들은 KDMC와 BSI를 비롯,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병행하는 시내전화사업자 하나로통신, 국내 최대 MSO인 씨앤앰커뮤니케이션과 서울 동북부지역의 MSO 큐릭스, 부산과 경기지역 MSO 한빛아이앤비 등이다. KDMC(대표 박성덕)는 오는 12월 말 디지털방송을 시작한다는 계획으로 현재 전국 24개 SO가 2천만원씩 갹출, 4억8천만원의 초기자본금으로 출발했으며, 추가로 8개 SO가 참가의사를 밝히고 있다. 금주 중으로 4백30억원짜리 SI구축 프로젝트에 참여할 SI업체를 선정할 방침이다. 현재 삼성SDS·한전KDN나 C&C·LG CNS·쌍용 등 5개 대기업 컨소시엄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KDMC는 선정업체에 50억원 안팎의 투자도 받는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SK텔레콤과 4백억원의 투자의향서에 합의했다. 디지털케이블 솔루션업체인 BSI(대표 정석훈)도 미국계 투자은행으로부터 유치한 1억 달러 규모의 투자자금을 바탕으로 디지털미디어센터의 일종인 BMC(브로드밴드 미디어센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BSI는 서울 은평·경기 부천지역에 35만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드림씨티방송이 최대주주로 참여하고 있으며, 미국계의 케이블디지털서비스 기술을 도입해 서비스한 후 점차 국내 표준인 오픈케이블(OCAP)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를 위해 BSI는 지난달 중순 젬스타-TV가이드사의 IPG(Interactive Program Guide) 솔루션을 향후 10년간 사용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IPG는 기존 EPG(Electronic Program Guide)에 양방향 기능이 보강된 것으로 프로그램 안내화면과 채널화면이 연동돼 나타날 뿐만 아니라 선택한 채널로 바로 이동할 수 있다. OCAP표준에 맞추겠다고 밝힌 KDMC가 OCAP의 표준화에 따라 사업개시가 영향을 받는 것과 달리 BSI는 목표가입자수(1백만)만 확보하면 곧장 서비스에 들어간다는 전략이어서 디지털방송을 가장 빨리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로통신도 지난주 자본금 3백억원 규모의 드림DMC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여개 SO로 출발해 일단 단촐하게 시작하겠다는 것이 하나로통신의 전략이다. MSO진영에서는 씨앤앰과 큐릭스·한빛아이앤비 등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씨앤앰커뮤니케이션(대표 오광성)은 다음달 중 송파SO를 통해 케이블TV 최초로 고선명고음질(HDTV) 디지털 방송을 시작해 상반기 중 서울과 경기지역 12개 SO의 90만 가구에 서비스한다는 계획이다. 디지털화를 위해 씨앤앰은 미국의 모 투자은행과 투자협상을 벌이다 포기하고 대주주로부터 지난해 말 6백억원을 추가 투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씨앤앰은 상반기 중으로 7백50∼8백70㎒로 전송망 업그레이드가 마무리되는 대로 디지털헤드엔드와 본격 양방향 데이터방송을 지원하는 CAS를 구축하고, 셋톱박스 보급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서울 동북지역 MSO인 큐릭스(대표 원재연)도 도봉·강북 등 6개 지역의 망을 상반기까지 870㎒급으로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며, 자체 초고속인터넷 사업 등 부가서비스 확충에 나섰다. 큐릭스는 지난해 SK텔레콤과 싱크로라는 초고속인터넷서비스 상품을 내놓았으나, 수익배분과 SK텔레콤과의 망사용 문제로 중단하고 자체 인터넷서비스로 돌아섰다. 부산과 경기지역 등을 중심으로 12개 지역(가입자 150만)에서 자가망 기반을 확보한 한빛아이앤비(대표 이필상)도 현재 셋톱박스 업체 휴맥스의 지분투자를 받아 디지털미디어센터 구축에 나섰다. 휴맥스(대표 변대규) 1백50억원을 투자해 지분 10.5%를 확보했으며, 셋톱박스 공급을 전담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휴맥스가 유럽식 셋톱박스를 주로 공급해온 점을 들어 한빛아이앤비가 국내 표준인 OCAP이 아니라 유럽식 DVB-C와 그에 따른 데이터 서비스방식인 MHP방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란 추측도 낳고 있다. 이밖에 군소 MSO나 대규모 단일 SO등도 디지털 전환에 낙오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앙유선계열(대표 이인석) 12개 SO들도 디지털케이블TV로의 전환을 앞두고 7백50㎒이상으로 업그레이드를 한데 이어 자체 디지털미디어센터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안양과 수원·천안지역의 5개 SO를 보유한 안양방송계열(대표 배창선)도 성남·분당지역 30만 가입자를 확보한 아름방송(대표 박조신)등도 8백70Mhz급으로 망업그레이드를 추진 중이며 자체 DMC구축을 추진 중이다.

◆앞으로 판도는=케이블TV업계는 디지털화가 업계의 M&A를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디지털투자가 완료되면 이같은 흐름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가입자당 부가가치 창출에서 MSO와 거대 DMC사업자를 개별SO들이 따라갈 수 없으며, 인터넷 서비스와 VOD·인터넷전화·T커머스·콘텐츠 제작과 가공, 나아가 과금체계 등에서 규모의 경제가 절대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케이블TV의 디지털 전환이 진행되는 지금부터 내년 말까지 전국 SO들은 위에 열거한 10개 안팎의 거대사업자군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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