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건설시장에 ‘이명박 特需’ 훈풍 솔솔

건설시장에 ‘이명박 特需’ 훈풍 솔솔

이명박씨가 서울시장으로 당선되자, 건설 업계는 물론 부동산 업계가 흥분과 기대감에 휩싸여 있다. 이명박 차기 서울시장은 현대건설에 샐러리맨으로 입사, CEO까지 지낸 건설통으로 중동의 모래바람을 맞으며 ‘현대신화’를 창조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소통령이라 불리는 수도 서울의 수장 자리를 역임한 인물 중에서 어느 누구보다 건설과 부동산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을 뿐더러 ‘하면 된다’는 밀어붙이기식(?)의 현대건설식 사고로 무장된 인물이다.

건설업계 제2의 특수 오나 사실 건설업계는 이명박 후보의 당선을 내심 바랬었다. 선거 전 만난 모 대형 건설업체 사장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건설업계는 겉으로 보면 수익성이 한결 나아졌으나, 속으로는 빈 껍데기만 남은 상태”라며 “이명박씨는 건설업체 사장까지 지낸 인물로 제2의 건설업 부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후보 당선 이후 건설업계는 벌써부터 공약사업을 따내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이 차기 서울시장이 현 고건 시장 때보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공사발주 규모도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차기 서울시장이 내건 청계천 복원사업에 건설업계가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이 공사는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광교에서 중랑천까지의 7.8㎞의 하천을 복원, 운하를 건설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이에 투여되는 공사비는 하천 복원·운하 건설 9천4백억원, 경전철 건설비 3천9백억원, 주변 18만평을 재개발하는 사업 보상비 11조원 등 총 12조3천3백억원이 소요된다. 공사기간 역시 10∼15년이 소요되는 대형 프로젝트로 건설업계 입장에서는 가뭄에 단비나 다름없는 사업이다. 현대건설은 이미 청계천 복원과 재래시장 재개발에 대한 사업성 분석에 착수했다. 이명박 당선자가 현대건설 CEO를 지냈다는 사실에 내심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다. 대림산업은 청계천 복개공사를 한 경험을 살려 복원공사 수주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로 했다. 복개공사 당시 축적한 경험을 최대한 이용, 프로젝트를 따내겠다는 전략이다. 대우건설도 이 복원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서울시가 세부계획을 수립하며 전담팀을 구성키로 방침을 정하는 등 건설업계는 벌써부터 특수를 한껏 기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고건 시장 때 나온 소형주택 의무비율 부활, 분양가 간접규제 등의 일련의 규제정책도 완화되거나 폐지될 수 있을 것으로 건설업계는 잔뜩 희망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분양 연기하는 업체도 속출 한편 아파트 분양을 연기하는 업체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의 분양가 규제 방침에 강력한 불만을 표시하던 건설회사들은 이명박 후보 당선자의 등장으로 부동산 정책이 크게 바뀔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당초 건설회사들은 오는 7월 초 서울지역 6차 동시분양을 통해 1천5백가구를 일반분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6차 동시분양에 참가할 예정이었던 벽산건설(봉천동)·현대건설(정릉)·대림산업(압구정동)·금호건설(목동)·한화건설(화곡동)·한신공영(금호동)·증흥건설(도봉동)은 분양은 전면 연기키로 결정한 것이다. 분양시기를 미룬 건설회사들은 겉으로는 “사업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서울시의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사업연기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에는 분양가의 적정성 여부를 시민단체가 평가하면서 건설업체가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5차 동시분양 때 시민단체가 16개 업체를 대상으로 평가한 결과 11개 단지의 분양가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판정이 나왔다. 해밀컨설팅 황용천 사장은 “많은 건설사들이 낮은 분양가를 감수하고 이번에 동시분양에 참여할 것인지, 아니면 분양을 미룰지를 놓고 고민 중”이라며 “건설회사 출신의 이명박 서울시장이 취임하면 업계를 이해하는 주택정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건설업체 임원은 “서울시가 법적 근거 없이 분양가를 규제하고 있다”며 “이런 만큼 새 시장이 분양가 규제 방침을 폐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고 설명했다.

재건축 아파트 다시 뜨나 서울 재건축 시장에도 예전과 다른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아파트를 소유한 주인들이 내놓았던 매물을 다시 거둬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서울시의 재건축 정책이 고건 시장 때보다 다소 완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서울시내 재건축 사업 수익성은 크게 악화된 상황이다. 재건축 사업시 250%의 용적률도 적용받기 힘든데다 건물안전진단도 까다로워져 제때 사업을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차기 서울시장이 재건축·재개발 사업 활성화를 공약으로 들고나온 만큼 재건축 정책에도 일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부동산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강남 개포동의 한 중개업자는 “고건 시장 때보다 재건축하기가 한결 쉬워지지 않겠느냐는 것이 이 일대 주민들의 한결같은 얘기”라며 “이렇다 보니 내놓은 매물도 거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건축심의를 앞둔 일부 재건축 조합은 이 차기 서울시장이 취임한 이후에 건축심의를 올릴 것으로 검토하고 있다. 현재 심의를 올리는 것보다 이 시장 취임 이후 제출하는 것이 훨씬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이다. 특히 이명박 차기 서울시장이 당선 직후 서울 강남구 개포지구 용적률을 재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 한 예. 이 사건은 번복 불가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이당선자가 개발성향이 강한 인물임을 보여준 사례다. 개포지구는 몰론 서울의 재건축 조합들이 집단 연대해 재건축 관련조례 개정 청원 및 소송 등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강북 일대 중개업계가 거는 기대는 더욱 크다. 이 당선자가 균형 발전을 위해 서울 강북권에 개발을 집중시킬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집값 장기적으로 안정 대표적인 개발론자로 알려진 이명박 서울시장 당선자가 취임하면 집값이 중장기적으로 안정화될 수 있을 것으로 부동산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이는 서울시의 주택정책이 기존의 질(質) 중심에서 공급 우선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실 고건 현 시장은 주거환경의 질을 우선시하면서 건축규제를 강화해 왔지만, 이당선자는 공급확대에 무게를 두고 있어 규제를 상당 부분 완화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실제 이당선자는 건설회사 최고경영자답게 공급물량 확대를 통해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공약을 여러 차례 밝혔었다. 서울 도심지내 임대주택 10만호 건설, 재개발 재건축 절차 간소화 등은 이당선자가 선거기간 중 내건 공약이다. 이에 따라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아파트 공급이 늘어나 결국 집값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부동산 정보 제공업체인 닥터아파트는 이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대규모 재건축 단지가 몰려 있는 강남권 아파트 값은 강보합세 또는 소폭 상승 정도에 그치며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강북권 역시 공급물량이 늘어나면서 약보합 또는 횡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분석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이 당선자와 현 고건 시장이 주택·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부터가 다르다”며 “하지만 공급물량 위주 정책을 펼 경우 재건축 투기붐과 집값 상승·전세난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평행선 그리는 ‘의정갈등’...고래가 싸우자, 새우는 울었다

2‘검은 반도체’ 김 수출 역대 최고기록 달성…10억달러 수출 청신호

3이복현 "상법 개정보다 자본시장법 개정이 합리적"

4롯데, 해외 부실면세점 철수 검토…케미칼, 자산매각 추진

511월 기록적 폭설에 車사고 60% 급증…보험료 인상 조짐

6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4년만에 승인…통합 LCC도 출범

7이재명 “‘국장’ 떠나는 현실...PER 개선하면 ‘코스피 4000’ 무난”

8롯데바이오로직스 설립 2년 만 수장 교체…신임 대표는 아직

9상법 개정 되지 않는다면 “국장 탈출·내수 침체 악순환 반복될 것”

실시간 뉴스

1평행선 그리는 ‘의정갈등’...고래가 싸우자, 새우는 울었다

2‘검은 반도체’ 김 수출 역대 최고기록 달성…10억달러 수출 청신호

3이복현 "상법 개정보다 자본시장법 개정이 합리적"

4롯데, 해외 부실면세점 철수 검토…케미칼, 자산매각 추진

511월 기록적 폭설에 車사고 60% 급증…보험료 인상 조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