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집중화 서막이냐, 일시적 현상이냐
강남 집중화 서막이냐, 일시적 현상이냐
재건축아파트 매도호가 큰폭 상승 서초구 방배동에서 전세를 살고 있는 김보경씨는 얼마 전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시세를 알아보기 위해 중개업소에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34평형의 시세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5억4천만원이었는데 5억8천만원으로 뛴 것이다. 이유는 단 하나. 재건축 사업을 위한 시공사를 선정했다는 것 때문이었다. 문제는 은마아파트가 1대 1 재건축으로 수익성이 거의 없는데다 재건축 사업 시기조차 불투명한 상태라는 점이다. 강남권에서 이처럼 뚜렷한 호재 없이 집값이 급등한 사례는 흔히 찾아볼 수 있다. 한 곳에서 가격이 오르면 다른 곳 역시 뛰는 도미노 현상까지 나타나며 ‘특별구(?)’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송파구 잠실 저밀도지구의 경우 전 단지에 한달 사이에 2천만∼5천만원 정도 가격이 올랐다. 잠실 시영 13평형은 3억∼3억1천만원, 17평형은 3억8천만∼4억2천만원선에 매도호가가 형성돼 있다. 6월 초 13평형이 2억6천만원, 17평형이 3억3천만∼3억8천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4천만∼5천만원까지 상승한 것이다. 특히 시영의 경우 잠실 저밀도지구 내에서 2순위 착공 단지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뛰었다. 잠실 주공 2·3단지도 매매가가 올 2분기에 비해 2천만∼3천만원 정도 올랐다. 강남구 청담·도곡 저밀도지구 내 아파트 값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도곡주공 1차에 이어 영동주공 1∼3단지가 사업승인을 받자 덩달아 다른 단지 가격도 호재 없이 오르고 있다. AID아파트 15평형은 6월 초 3억1천만∼3억2천만원에서 현재 3억6천만∼3억8천만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개나리 1∼3차 역시 7월 초에 비해 매도호가가 2천만원 정도 뛰었다. 매도호가는 이처럼 가파르게 오르고 있지만 실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어 시장과 가격이 따로 노는 엇박자 현상이 강남권 주택시장에서 일반화돼 있다. 전문가들은 그래서 매수기반도 거의 없고, 전세값과 비강남권 집값도 많이 안정돼 있어 강남가격 급등은 투기세력에 의한 ‘거품’이라는 지적도 한다. 평당 2천만원 단지 속출 아무튼 이같은 재건축 단지 가격 급등은 일반 아파트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강남권에서는 일반 아파트로 평당 매매가가 2천만원을 넘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는 기현상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40평형대 이상의 중대형 아파트에 이어 30평형대도 평당 2천만원 대열에 합류하는 추세다. 일반 아파트로 평당 2천만원이 넘는 단지는 강남구 압구정동·대치동·도곡동에 집중 포진돼 있다. 압구정동에서는 구현대4차·구현대7차·신현대 등 세 곳이 모두 평당 2천만원선을 넘어섰다. 특히 구현대7차 80평형은 평당 2천3백만원을 웃돌고 있다. 대치동·도곡동 일대에선 양재천을 끼고 있는 단지들이 초강세다. 대치동의 개포 1·2차는 최고 평당 2천1백만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선경아파트 45평형도 최고 평당 2천1백만원대에서 매물이 나아고 있다. 평당 2천만원에 육박하는 단지도 적지 않다. 강남구 도곡동에서는 주상복합아파트인 대림아크로빌 70평형이 1천9백만원대에 거래되고 있으며, 도곡동 삼성래미안도 2천만원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송파구에서는 잠실동 아시아선수촌아파트 66D평형이 평당 1천9백70만원에 호가가 형성돼 올림픽선수기자촌에 2천만원대 진입을 바라보고 있다. 강남권 아파트 값이 잇달아 급상승하는 이유는 뭘까. 강남의 입지여건 외에도 가격담합과 중개업소의 호가조작도 한몫을 하고 있다. 인근 아파트 값이 오르면 주민들이 그만큼 가격을 올려 매물을 내놓자고 하며 반상회 결의를 하는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강남 아파트 가격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얘기다. 강남구 역삼동 개나리아파트 인근 A공인의 한 관계자는 2개월째 한 건도 거래를 성사시키지 못했다고 얘기한다. 그는 집주인이 57평을 7억원에 내놓았다가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면 팔지 않겠다고 걷어가서 다시 7억3천만원에 옆 중개업소에 내놓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강남구 해청아파트 인근 C공인 관계자는 “주민들이 중개업소보다 아파트 가격을 먼저 알고 있다”면서 “주변 단지 비슷한 평형이 올랐다는 소문이 돌면 하루가 안 돼 호가를 올리라고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중개업소들끼리 서로 웃돈을 얹어 매물을 넘기는 내부거래인 일명 ‘찍고 돌리기’역시 매매가 과열의 주범 역할을 하고 있다. ‘찍고 돌리기’는 매물을 확보하지 못한 부동산중개업소가 웃돈을 주고 다른 중개업소의 매물을 넘겨받은 뒤 다시 다른 중개업소에 돌리는 방식. 최근 주요 재건축 단지의 매물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주변 일부 중개업소들이 서로 거래하면서 그때마다 2백만∼5백만원씩 프리미엄을 붙여 물건을 돌리는데, 최근 시중에 나온 대치동 은마 아파트 매물은 5차례나 중개업소들 간에 넘겨지기도 했다. 이 변태적인 거래관행은 중개수수료를 부담하지 않으려는 매도자와 법정수수료보다 많은 돈을 챙기려는 중개업소의 잇속이 맞아떨어진 결과의 산물. 매도자는 중개업소들이 물건을 서로 돌리는 것을 허락하는 조건으로 중개수수료 면제를 요구한다. 중개업소도 손해볼 게 없다. 법정중개수수료보다는 타 중개업소에 넘기면서 받는 프리미엄이 더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남 일대에서는 이같은 찍고 돌리기 방식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강남권 주택시장은 ‘강남’이라는 이점과 가격담합·호가조작 등의 투기세력까지 가세, ‘강남 신드롬(?)’을 만들어내고 있다. 문제는 현재의 현상이 주택시장의 ‘강남권 집중화’를 예고하는 서막인지, 아니면 일시적 현상으로 끝날지는 전문가들조차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남권만큼 살기 좋은 입지여건을 갖춘 지역이 없다는 사실을 시장 참여자들 모두가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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