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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정몽준, 원격조정 경영성적 ‘무난’

기업인 정몽준, 원격조정 경영성적 ‘무난’

정몽준 의원
정몽준 의원이 뜨고 있다. 월드컵 성공 이후 정가에는 ‘盧風’이 사그라들면서 정의원이 그토록 기다려왔던 ‘鄭風’이란 태풍이 불 조짐도 보이고 있다. 그도 이런 낌새를 느꼈는지, 잇따른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로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월드컵 이후 그는 「월간중앙」과 「월간조선」·「신동아」·「말지」 등 국내 시사월간지와 연쇄 인터뷰를 하면서 대선 출마에 대한 자신의 조심스런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인터뷰 때마다 표현은 다르지만 “아직 결심이 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가 다른 대선 주자와의 차별화에 성공하고 이것이 연말 대선에 표로 이어져 대통령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 아직 판단이 서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일단 결심이 서면 즉각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순발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바로 정의원이다. 정의원 스스로도 현대가의 문화에 대해 얘기하면서 “아버지(정주영 회장)께서 ‘너 내일부터 이 회사 맡아’하면 내일부터 그 회사로 출근해야 한다”는 얘기를 털어놨던 적이 있다. 즉 판단을 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일단 결심하면 바로 행동으로 옮긴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볼 만한 것은 최근 경제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그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와 노무현 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경제를 잘 이끌만 한 대선주자’로 꼽혔다는 점이다.

경제를 잘 이끌 것 같다 최근 발간된 시사저널에 따르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경제를 가장 잘 이끌만 한 대선 주자’에 정몽준(26%) 의원을 1위로 꼽았고, 이어 이회창(13.3%) 한나라당 후보·노무현(12.7%) 민주당 후보라고 답했다. 이회창 후보는 ‘反DJ’로 노무현 후보는 ‘非이회창’이란 정치적인 색깔로 대선 가도를 달리는 반면 적어도 정몽준 의원의 경우 정치적 색깔에서는 ‘무색무취(無色無臭)’라 할 수 있는 점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게다가 그는 경제전문가라고 자부했던 DJ와 달리 국내외 대학에서 경제·경영학을 전공했으며 현대중공업 회장을 지내는 등 실물경제에 밝은 인물이다. 그의 프로필도 아주 화려하다. 1975년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현대중공업에 입사, 이후 내내 회사 생활과 학업을 병행해 왔다. 현대중공업 상무에 오른 80년에는 미국 MIT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현대중공업 사장을 지내고 있던 87년에는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국제정치 박사학위를 받았다. 옛날 정주영 회장이 외국인 선주에게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을 보여주며 선박을 수주한 창업신화를 간직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을 물려받는 데 만족하지 않고 정치인과 축구인으로 나선 것도 그의 타고난 성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월드컵 성공으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그는 ‘기업인 정몽준’이란 측면에서도 비교적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지금은 ‘정몽준 사장’을 기억하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그는 현대가에서 또 하나의 ‘리틀 鄭’이라고 불리던 때가 있었다.

정몽구 회장 못지않은 보스 기질 그는 그와 절친한 샌님 스타일인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보다는 둘째형인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의 보스 기질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금 어눌한 듯한 말투이지만 사안의 핵심을 찌르는 명쾌한 논리로 임직원들을 장악하는 스타일이다. 현대중공업 사장을 지내던 80년도 중반에는 성격이 급해 실수를 하는 부하직원에게 바로 조인트를 걷어차며 치밀한 일 처리를 요구하는 등 부친을 쏙 빼닮았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가 일각에서는 그의 경영능력에 대해 정확한 평가를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그는 늘 입버릇처럼 현대중공업의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왔기 때문이다. 언론과의 인터뷰 기사에도 항상 빼놓지 않는 단골메뉴는 정치와 체육협회 활동에 전념하고 있으며, 현대중공업은 최대주주로 있을 뿐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였다. 88년 13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현대중공업을 떠난 정의원은 대주주로서의 의사를 표시해야 하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보충 설명도 따른다. 실제로 그는 현대중공업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다. 지난 98년부터는 현대중공업의 등기 이사에서도 빠졌고, 울산조선소나 계동 현대사옥내 서울 사무소에도 개인 사무실을 두지 않을 정도로 회사와는 무관한 인물이라는 점을 부각하려 했다.

돈 관리는 오너가 한다 그러나 그가 아주 오래 전부터 현대중공업의 주요 결정사항들을 임직원들을 통해 매일 보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회사 경영에 조금이라도 개입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 현대중공업은 물론 현대그룹 전체에 정치적인 영향이 끼칠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숨기고 있는 셈. 그는 이미 지난 92년 대선에서 국민당 후보로 나선 정주영 회장이 김영삼 후보와 맞붙었다가 ‘현대중공업 비자금 사건’ 등으로 이어진 끔찍한 경험이 있다. 따라서 그가 현대중공업의 경영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오너로서 자신의 재산에 관심을 갖는 차원으로 해석하면 될 듯하다. 현대그룹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정의원은 영업이나 선박을 건조하는 전문 분야는 전문경영인에게 권한을 완전 위임해 왔고, 대신 자신은 박병기 부사장을 통해 회사의 재무상태를 매일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의 돈이 엉뚱하게 사용되고 있는지 여부를 항상 체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의 ‘원격 경영’에 대해 특별히 흠을 잡을 만한 곳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주 우수’하다는 평가를 하는 것도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다. 일명 ‘MJ 그룹’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현대중공업을 포함 현대미포조선·현대기업금융·현대기술투자·현대선물 등 5개 계열사로 분류된다. MJ 그룹은 지난 4월 초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기업집단 순위에서 15위에 올랐지만 앞으로 덩치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현중이 현재 위탁경영을 하고 있는 삼호중공업을 인수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현대미포조선 실적 부진 MJ 그룹 계열사들은 현대미포조선을 제외하고는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은 지난해 1조원의 매출에 6백25억원의 적자를 냈다. 게다가 이 회사는 영업이익에서도 1백27억원의 적자를 내는 등 실적이 부진하다. 올 1분기 실적도 좋지 않다. 매출 규모는 지난해 1분기보다 다소 늘어난 2천4백억원을 올렸으나 영업이익에서는 오히려 63억원의 적자를 낸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 1분기에는 1백5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주력인 현대중공업도 그다지 상황이 좋은 편은 아니다. 현중은 재무상태로만 보면 과거 현대그룹과의 인연을 정리하느라 호된 신고식을 치르는 중이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지난해 7조4천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현대건설과 아산·석유화학 평가손 등으로 무려 7백81억원의 적자를 냈다. 반면 금융계열사들의 선전이 돋보인다. 현대그룹이 현대증권과 현대투신운용 경영에 실패, 금융에는 소질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MJ 그룹 계열사들은 두루 수익을 내는 우량회사들이다. 지난해 현대기업금융은 4백93억원, 현대기술투자 1백17억원, 현대선물 1백53억원의 영업수익을 올려 42억, 49억, 11억원의 흑자를 올렸다. 삼호중공업의 가파른 성장세도 주목된다. 한라그룹의 몰락으로 현중이 지난 99년부터 위탁경영을 맡고 있는 삼호중공업은 지난해 1조원의 매출을 올려 8백98억원의 흑자로 전환됐다. 정의원과 함께 국민당에서 활동해온 전직 현대그룹 임원은 “‘기업인 정몽준’을 논하는 것이 그리 큰 의미가 있겠냐”며 “정의원은 존스홉킨스대학 박사학위를 정부와 기업과의 관계를 케이스별로 스터디한 논문으로 취득했다는 점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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