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떠나는 "단풍바다"
가을에 떠나는 "단풍바다"
대표적 코스는 ‘구천동 33경’ 전북과 경남의 4개군 8개면에 걸쳐 뻗어 있는 덕유산은 상봉인 북덕유산(향적봉 1,614m)에서부터 남덕유산(1,507m)까지 주능선이 17.5㎞. 이 능선들이 1천2백여m 이상의 고도를 유지하고 있는 거대한 규모다. 동쪽으로 황강, 서쪽으로 금강, 남쪽으로 위천, 북쪽으로는 남대천과 만나는 덕유산은 그 규모만큼이나 아름답고 깨끗한 계곡물이 넘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북에서 남으로 뻗은 능선에는 구천동계곡과 용추계곡이 숨어 있다. 덕유산 최고봉인 향적봉의 동쪽 깊은 골짜기로부터 북쪽으로 장장 70리에 걸쳐 펼쳐지는 구천동계곡의 비경은 누구나 감탄사를 연발할 정도. 신라와 백제의 관문이었던 제1경 나제통문에서 시작해 은구암·비파담·청금대·와룡담·함벽소·추월담·연화폭포 등 폭포·담·소·기암절벽·여울 등이 곳곳에 숨어 구천동 33경을 이룬다. 백두대간상에 솟아 있는 덕유산의 대표적인 단풍 코스는 구천동 33경을 보면서 북덕유산 정상을 오르는 코스. 백련사까지 가는 길은 정답다. 덕유산의 얼굴인 삼공매표소에서 약 5㎞. 비파담·궁월담 등 구천동 계곡의 33경이 길 옆으로 펼쳐진다. 구천동 계곡에는 원래 10개가 넘는 사찰이 있었다. 전란과 풍파에 모두 없어지고 이제는 백련사가 유일하다. 신라 경문왕 때 백련선사가 숨어살던 곳인데 흰 연꽃이 솟아 절을 세웠다고 한다. 108번뇌를 상징하는 1백8개의 계단을 오르면 대웅전. 그 왼쪽으로 30보만 옮기면 맑은 샘물이 솟는다. 물병을 가득 채우면 다리에 힘이 솟는다. 매표소에서 백련사까지가 워밍업 코스라면 백련사에서 향적봉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거의 유격훈련 코스다. 눈이 쌓일 땐 아이젠과 방한복도 준비해야 한다. 약 4㎞에 불과하지만 대단한 인내가 필요하다. 발걸음과 보조를 맞춰줄 냇물 하나 흐르지 않는다. 미끄러운 흙길과 계단만이 계속 이어진다. 그러나 단풍 비경은 감탄사가 절로 나올 만큼 절경이다. 여러 산악회에서 나무에 이름을 붙여 놓았다. 박달나무는 노란색, 참회나무는 연보라색, 당단풍은 붉은색, 층층나무는 노란색, 옻나무는 붉거나 노랑. 나무마다 가을색이 다양하다. 맑은 날 덕유산 정상 향적봉에 오르면, 북으로 가깝게는 적상산을 아래에 두고 멀리 황악산 계룡산이 보인다. 서쪽은 운장산 대둔산, 남쪽은 남덕유를 앞에 두고 지리산 반야봉이 보이며, 동쪽으로는 가야산과 금오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향적봉에서 나무계단을 15분만 내려오면 덕유산에서 두번째로 높은 설천봉이다. 무주리조트 곤돌라 도착 지점인 설천봉에서 바라보는 운해도 장관이다. 구름이 끊임없이 흘러와 골짜기를 메우면 산줄기는 마치 구름바다에 떠 있는 섬같이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설천봉 레스토랑에서 운해를 굽어보며 짙은 엑스프레소 커피향을 즐기는 것도 색다른 맛이다. 설천봉엔 주목과 구상나무의 고사목도 많아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는다. 11월이 되면 9부능선 위로 산이 하얗게 덮인다. 눈꽃의 일종인 상고대인데 눈이 내려 쌓인 게 아니다. 구름이나 안개가 추위 속을 지나가다가 나뭇가지나 바위에 얼어붙어 버리는 것이다. 두터운 서리라고 보면 된다. 단순한 눈꽃보다 조형미가 훨씬 뛰어나다. 덕유산 단풍을 보기 위해 무리해가며 다리품을 팔지 않아도 된다. 구름 위로 솟은 연봉들을 스치며 곤돌라를 타고 산을 오르는 것은 이제 유럽 산간에서만 가능한 일이 아니다. 향적봉도 곤돌라를 타고 오를 수 있다. 향적봉을 오르는 곤돌라는 알프스의 초지 같이 드넓은 슬로프 광장을 떠나 산기슭에 이르고 오색단풍이 절정을 이룬 관목숲을 뚫고 계속 고도를 높여간다. 리프트에 8인승 곤돌라 50개가 매달려 있어 줄을 설 필요도 없다. 올라가는 시간은 15분. 무주리조트는 최근 리프트와 곤돌라를 이용해 덕유산의 능선을 산행하는 주말 덕유산 리프트 등산 패키지를 내놓았다. 리프트를 타고 만선봉에 오른 뒤 향적봉까지 약 2시간의 능선산행을 한 후 설천봉에서 곤돌라를 타고 하산하는 프로그램이다. 산행 후 세솔동 노천 사우나에서 피로를 풀 수 있다. 토요일 오후 1시, 일요일과 공휴일 오전 10시 출발. 어른 1만원, 어린이 7천원. 덕유산은 사계절마다 변화무쌍한 자태를 뽐내는데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이 능선을 화사하게 단장한다. 여름에는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무성한 나무 사이로 야생화가 지천으로 깔려 있고, 온갖 새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가을에는 거대한 단풍바다를 이뤄, 보는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겨울은 심설산행 애호가들이 군침을 삼킬 만큼 눈이 많다. 또 하나 무주의 명물로 반딧불이를 빠뜨릴 수 없다. 초롱불 같이 반짝반짝 신호를 보내는 반딧불이는 30년 전만 해도 여름밤 농촌 들녘 물가나 풀숲에서 쉽게 만날 수 있었지만, 이젠 깊은 산골이 아니고는 찾아볼 수 없다. 개똥벌레로 더 잘 알려진 반딧불이가 무주에 서식한다는 것은 무주의 환경이 얼마나 청정한지를 말해 준다. 지금은 반딧불이를 볼 수 없다. 파파리반딧불이는 5∼6월에, 애반딧불이는 6∼7월에, 그리고 늦반딧불이는 8∼9월에 활동한다. 반딧불이의 최대 서식지는 나제통문에서 김천 방향으로 10㎞ 거리에 있는 88올림픽기념숲. 단풍나무와 기목나무·벗나무가 울창한 숲은 습기가 충분해 반딧불이가 서식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췄다. 여인의 붉은 치마 ‘적상산’ 덕유산 국립공원의 북서부 지역인 적상산(1,034m)도 단풍 산행지로 한번 들러볼 만한 곳이다. ‘붉은 치마(赤裳)’라는 의미의 적상산은 단풍철이 되면 여인의 화사한 치마처럼 온 산이 붉게 물든다. 신증동국여지승람 무주현 산천조에 ‘올라갈 수 있는 길은 오직 돌길뿐’이라고 소개됐을 정도로 험하다. 그만큼 사람들의 발길이 적어 호젓하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정상 부근에 양수발전소·산상호수가 들어서면서 자동차로도 오를 수 있다. 산행은 서창마을에서 시작해 처마바위∼장도바위∼석성을 거치면 정상에 닿게 된다. 문득 발에 밟히는 낙엽 소리에 고개를 들면 온통 단풍이다. 정상인 향로봉까지 오르는 데 4시간 정도 소요되며, 안렴대와 안국사까지 갈 수 있다. 안렴대는 적상산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곳이다. 여행수첩 ▶가는 길=대전∼진주간 고속도로를 타고 무주IC로 빠져 나가면 된다. 적상산과 덕유산·무주리조트로 빠르게 갈 수 있다. 적상산은 무주IC를 빠져 나오자마자 국도 19호선을 타고 읍내쪽으로 가다가 727번 지방도로 갈아탄다. 산 정상에 호수와 안국사가 있다. 덕유산은 고속도로 개통으로 교통사정이 가장 많이 개선됐다. 국도 19호선을 타고 읍내와 반대쪽(장수 방면)으로 간다. 적상면 삼거리에서 좌회전, 49번 지방도를 타면 국도 37호선과 만난다. 조금 더 달리면 구천동 방면. 삼공리에서 구천동을 거쳐 덕유산에 오를 수 있다. 덕유산 국립공원(063-322-3174·이하 지역번호 생략), 무주리조트까지도 표지판이 잘 돼 있다.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무주까지 하루 4회 고속버스가 운행되고, 무주읍에서 구천동까지 약 20분 간격으로 군내버스가 왕복한다. ▶쉴 곳=구천동 지역을 중심으로 숙박업소가 밀집해 있다. 가장 규모가 큰 것은 무주리조트(320-9000). 동양 최대의 스키시설과 알프스 분위기를 자아내는 호텔 티롤·워터파크·콘도(가족호텔)·국제회의장·놀이시설·골프장 등을 고루 갖췄다. 하루에 6천명 이상 수용 가능. 무주리조트 내에는 곳곳에 민속식당이 있어 다양한 먹을거리를 즐길 수 있다. 구천동 지구의 여관은 숙박료가 3만원부터. 낡은 시설이 많아 반드시 객실을 확인하고 짐을 푸는 것이 좋다. 무주읍에는 50실 규모의 무주호텔(324-6000) 등이 있다. ▶먹을거리=무주의 대표적인 맛은 어죽. 맑은 강물에서 잡아올린 자가미라는 물고기를 재료로 한다. 무주읍의 금강식당(322-0979) 등이 유명하다. 고추냉이 생채백반도 특이한 음식. 고추냉이와 삶은 소고기·닭고기가 조화를 이루는 음식이다. 고추냉이 특유의 맛 때문에 술안주로 인기가 높다. 무주읍의 두영회관(324-4733) 등에서 상을 차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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