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성’ 주목한 진단 기업…동반진단 사업 박차
[바이오 ‘블루오션’ 동반진단]②
국내 기업 제품 중 보험 적용 수 적어
시장 큰 해외로…AI·NGS 기술도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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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표적치료제와 면역치료제 등 새로운 치료제를 사용하려는 환자들은 동반진단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런 치료제는 같은 종류의 암을 앓고 있더라도, 암종의 유형에 따라 치료 효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업에서도 표적치료제나 면역치료제를 개발할때 동반진단 방법을 함께 마련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40년까지 새롭게 발생할 암 환자는 2750만명에 달한다. 암에 걸리는 비중도 국가를 가리지 않고 늘고 있다. 당장 국내 암 환자의 수는 1999년부터 2021년까지 243만4089명을 기록했고, 2021년 새롭게 발생한 암 환자만 27만7523명에 달한다. 이는 2022년에 발생한 암 환자의 수와 비교했을 때 10.8% 늘어난 수치다. 암 환자가 급증하고 표적치료제와 면역치료제를 사용하려는 환자들이 늘면서 동반진단 시장도 함께 커지고 있다.
젠큐릭스·HLB파나진 제품만 수가 인정
국내 기업 가운데 동반진단 제품으로 수가를 받는 곳은 젠큐릭스와 HLB파나진 2곳 뿐이다. 수가란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적용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환자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는 총액을 말한다. 보험 급여를 적용받지 못하는 약은 상대적으로 비싸기 때문에 환자들이 쉽게 선택하지 못하는 일이 많다.
젠큐릭스는 비소세포폐암 환자가 타쎄바(성분명 엘로티닙)와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를 쓰기 전 검사할 수 있는 동반진단 제품 드롭플렉스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조직과 혈액을 모두 검체로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100여 개의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돌연변이를 검출한다. 젠큐릭스 관계자는 “기존 검사는 민감도가 낮아 사실상 혈액을 검체로 사용하지 못해 조직검사만 가능하다”라며 “드롭플렉스는 생검(신체의 일부를 떼 현미경으로 검사하는 방법)이 어려운 곳에 종양이 있는 환자도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젠큐릭스는 드롭플렉스 외에도 자체 개발한 진단 기술 디디피씨알(ddPCR)을 활용해 특정 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쓸 수 있는 여러 진단 검사 제품을 개발,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드롭플렉스 제품군도 갑상선암과 대장암, 자궁내막암 환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확장해 제조 허가를 받은 상태다. 유방암 분야에서는 예후 진단 검사를 개발해 혁신의료기술로 인정받았다. 이를 통해 국내 의료기관에서 진료가 목적인 환자는 젠큐릭스의 유방암 예후 진단 검사 제품을 사용해 예후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HLB파나진은 유한양행이 개발한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를 사용하려는 환자들이 쓸 수 있는 동반진단 제품 PANA 뮤타이퍼R EGFR을 개발했다. 렉라자를 단독 투여하는 환자는 HLB파나진의 동반진단 제품으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 HLB파나진은 해당 제품 외에도 다른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쓸 수 있는 동반진단 제품을 개발하거나 연구용으로 판매하고 있다. 유방암 환자가 쓸 수 있는 PNA 클램프 PIK3CA는 연구용 제품을 판매하며 정식 출시를 위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좁은 국내 시장 한계…해외 협력·승인 노려
젠큐릭스와 HLB파나진 외에도 동반진단 시장의 성장성을 보고 제품을 개발하는 기업은 많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해외 기업의 협력 대상으로 선택받는 국내 기업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로 병리 조직을 분석해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를 발굴하는 솔루션을 개발한 루닛이 대표적이다. 루닛은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협력해 비소세포폐암 환자가 쓸 수 있는 암 치료제를 개발하는 과정에 참여한다. 아스트라제네카에 AI 기반의 동반진단 기술을 공급하는 형태다.
제약·바이오 시장에서는 루닛이 아스트라제네카와 협력하면서 AI 바이오마커 솔루션의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아스트라제네카는 루닛을 비롯한 여러 의료 AI 기업을 대상으로 AI 바이오마커 솔루션의 성능을 비교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닛으로서도 지난해 AI 바이오마커 솔루션을 출시한 이후 다국적 기업과 이번에 첫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 루닛이 아스트라제네카에 해당 솔루션을 독점 공급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AI 바이오마커 솔루션을 활용하려는 다른 기업과의 추가 협력도 기대된다.
동반진단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는 국내 기업도 있지만, 국내 시장이 작아 해외 진출을 노리는 경우가 많다. 디엑스앤브이엑스는 지난해 동반진단 서비스를 출시했으며 올해 유럽과 동남아시아 등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이 서비스를 소개하며 해외 사업 확대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엔젠바이오는 차세대 시퀀싱(NGS) 기술을 활용해 유전자 돌연변이를 찾아내는 동반진단 제품을 미국에서 허가받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35개 암종의 300여 개 유전자에서 돌연변이를 검사하는 온코아큐패널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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