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실력 나이와 상관없다!
 | 일러스트 김회룡 | “활약이 대단하십니다. ” 프로골퍼 최상호는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이같은 칭찬(?)을 듣는다. 그때마다 최상호의 대답은 한결같다. “제가 뭘 잘하나요. 운이 좋은 것이지요….” 국내 프로골프사에 최상호는 ‘살아 있는 신화’나 다름없다. 국내 대회 43번의 우승기록은 앞으로도 영원히 깨어질 것 같지가 않다. 최상호의 최근 우승은 96년 영남오픈이다. 6년째 우승 소식이 없으니 “최상호 시대는 종쳤다”는 말이 어색하지가 않았다. 그런 최상호가 올해 무려 4번이나 우승 문턱까지 갔다. 4번 준우승했다. 특히 지난 11월16일 전북 익산CC에서 벌어졌던 익산오픈에서 무명의 석종률과 연장 3번째 홀까지 가는 대접전 끝에 아쉽게 또다시 준우승에 머물렀는데 비록 우승은 못했지만 주위사람들은 “역시 최상호!”란 감탄사를 아끼지 않았다.1955년생이니 최상호는 우리나라 나이로 마흔아홉이다. 며칠 있으면 오십줄에 진입한다. 요즘 같은 시대에 어느 누가 최상호처럼 분발을 할 수가 있을까? 그래서 만나는 사람마다 그에게 “대단하다”는 칭찬과 격려가 쏟아지는 모양이다. 그러나 필자는 며칠 전 최상호 못지않은 노장인 조철상(46)을 만나면서 최상호에 대한 말은 가려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프로는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어요. 그가 최근 열심히 훈련해서 갑자기 기량이 향상됐다는 평가는 말이 안 됩니다. 나이가 오십인데 무슨 기량이 향상된다는 겁니까? 새로운 기술도 없지요. 다만, 최프로는 과거의 기량을 고스란히 간직할 뿐이지요.” 조철상도 그 나이에 여전히 국내 대회에 열심히 출전하고 있는데, 그 역시 새카만 후배들에게 자주 “선배님, 대단하십니다”는 칭찬을 듣는다고 했다. 하지만 조철상은 그때마다 “나에게 칭찬하지 말라. 너희들이 문제가 있어. (최상호나 조철상이나) 우리는 옛날 기량 그대로야. 그걸 너희들이 이기지 못하는 거야.” 조철상은 “요즘 후배들은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그는 이어 의미 있는 말을 했다. “아마 상호형도 이 말을 하고 싶을 겁니다.” 최상호는 최근 장성한 아들을 위해 며느리감을 찾고 있다. 한국프로골프협회 부회장이다. 남서울컨트리클럽 헤드프로이며, 골프용품 업체인 빠제로 골프구단 감독직도 맡고 있다. 현역 프로골퍼 가운데 최연장자급인데다 협회 최고위 간부인 만큼 프로골퍼들의 애·경사에 참석하는 데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런 최상호이니 남들처럼 죽치고 트레이닝 캠프를 차려 골프공과 씨름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가 없는 처지다. 주위에서 “대∼단하십니다”는 칭찬에 최상호로선 딱히 대답할 말이 없는 것이다. 조철상이 대신한 것처럼 “체력·체격·영양상태·주위환경 등 무엇 하나 뒤질 게 없는 요즘의 후배들이지만 나 하나 못 이기는 것은 게으른 탓이다”는 말을 하고 싶지만 자신이 내뱉을 말이 아니다. 골프 경력 10년, 또는 20년이 넘는 주말골퍼들 가운데 어느덧 오십이 넘어 골프가 안 되는 사람이 많다. “늙어가는 탓이야…”라고 자조하는 경우가 많다. 싱글 스코어가 보기 플레이로 전락하는 현상을 나이탓이려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골프는 나이 먹는다고 쇠퇴기로 접어드는 게 아니다. 젊은이들과 당당하게 정면대결을 할 수도 있는 게 골프다. 최상호란 확실한 증거가 있지 않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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