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민 1백년/이메리칸 드림의 주인공들·시카고편①]美시장서 ‘미스터 팔찌’로 각광
[美 이민 1백년/이메리칸 드림의 주인공들·시카고편①]美시장서 ‘미스터 팔찌’로 각광
| 박규태 사장(가운데)은 IT담당 부사장인 장남 창석씨(오른쪽)와 e커머스 담당인 차남 준석씨는 각각 IBM/앤더슨 컨설팅에서 훈편을 받게 한 뒤 QT로 영입했다. | 미국 시카고 교외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이온팔찌 제조회사 QT. 창업자인 박규태 사장의 영문 이름 철자를 딴 이 회사는 직원이 46명에 불과한 작은 규모지만, 이온팔찌 단 한가지 품목으로 연간 1억2천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마진율도 10%를 훨씬 넘는 효율적인 경영을 자랑하고 있다. 이 회사가 현재 생산하고 있는 이온팔찌는 니켈과 구리 등으로 만든 합금을 ‘이온화’ 처리한 것으로 팔목에 찰 경우 통증 치료와 기력 증진에 효과가 있다는 내용의 광고가 소비자들에게 먹혀들면서 막대한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공중파나 케이블 TV 방송의 홈쇼핑 시장에서 QT의 이온팔찌인 Q-레이는 광고 횟수와 시청률 등에서 3∼7위를 기록할 정도이며, 마이클 조던과 스코티 피핀 등 미 프로농구 슈퍼스타들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또한 박찬호 등 메이저리그 선수들도 상당수 이온 팔찌를 끼고 있다. 한국의 10대 종합상사 가운데 한곳인 D상사에서 상무로 재직하며 미국의 LA·뉴욕·시카고 등의 지사를 총괄했던 박사장은 지난 1986년 돌연 사표를 던진다. 무역업계에서 ‘불도저’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저돌적으로 영업에 나섰던 박사장은 미국 지사 근무 5년만에 과로로 쓰러져 2주 동안 사경을 헤맨 뒤 조직 생활을 접고 창업에 나섰다. 박사장이 처음 손댄 사업은 한국에서 카메라를 수입, K마트에 납품하는 무역이었다. 연간 매출 1천만 달러를 기록하며 한때 카메라 시장 점유율을 3%까지 올리는 등 짭잘한 사업 성공을 맛봤던 박사장은 지난 93년 스페인으로 여행을 갔다가 바르셀로나 공항에서 우연히 이온팔찌를 접했다. 통증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말을 듣고 반신반의하며 부부가 하나씩 끼고 미국으로 돌아와 몇 달이 지난 뒤 고질적이었던 박사장의 허리 디스크와 부인의 편두통에 차도가 나타나자 깜짝 놀라 곧바로 스페인으로 다시 날아갔다고 한다. 현지에서 팔찌 제작 현장을 둘러본 박사장은 원시적인 수공 제작 공정에 이온화처리의 노하우가 숨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사업화를 결정, 제작공장과 독점계약을 맺고 제품 생산에 나섰다. 미국 시장에 제품을 출시하기 전 먼저 한국에 ‘바이오-레이’라는 상표로 출시, 시장의 반응을 떠 보았다. 건강에 관한 각종 상품에 관심이 많은 한국에서 이 팔찌는 상당한 성공을 거둬 10여만개가 팔려나갔다. 그러나 바이오-레이가 인기 품목으로 등장하자 우후죽순같이 나타난 각종 모방품으로 더 이상의 성공을 기약하기 어렵게 되자 박사장은 미련없이 시장 철수를 단행한다. 박사장은 “모방품이 수없이 등장하면서 개당 1만원짜리 제품까지 나타났다”며 “이후 2년동안 모방품이 2∼3백만개가량 팔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시장의 판매를 통해 제품의 가능성을 확인한 박사장은 제조공정을 더욱 세련되게 갖춘 뒤 95년부터 미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처음 미국 시장에 제품을 내놓으면서 박사장은 우선 제조와 도매까지만 담당하고 소매는 기존의 유통망을 사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런 식으로 5년간 사업을 진행하다 제품의 특성상 소비자들에게 직접 마케팅을 펼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판단, 기존의 도매판매 방식을 접고 직접 마케팅에 뛰어들었다. 카탈로그와 전화 판매, 미디어 광고 등 직접 마케팅 가운데 카탈로그와 전화 마케팅이 그다지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결론지은 박사장은 공중파와 케이블 TV의 홈쇼핑 광고인 인포머셜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 전역에 흩어져 있는 TV 채널 4백50여개의 2∼28분짜리 인포머셜에 QT가 지출하는 광고비는 연간 3천만 달러에 달한다.광고 투자액의 2배이상 매출을 기록하지 못할 경우 실패한 것으로 간주되는 미국 인포머셜 시장의 성공 확률은 5%에 불과할 정도로 극히 낮다. 소비자권리 보호제도가 발달돼 있는 미국에서는 홈쇼핑이나 통신판매를 통해 물품을 구입했을 경우, 하자여부에 관계없이 30일이내에는 무조건 제품을 반환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으며, 제품광고에 이같은 내용을 명기하도록 규정돼 있다. 많이 팔아봤자 소비자들이 만족하지 못하면 그대로 다시 반품되기 때문에 어정쩡한 품질로는 결코 인포머셜 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박사장의 설명이다. 결국 QT의 성공 비결은 제품의 특성에 맞는 마케팅 방식을 선택해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박사장이 특히 신경쓰는 부분은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는 모방품에 대비하기 위한 제품제작 노하우의 보안 유지다. 이와 관련해 박사장은 “제품 품질의 핵심은 금속의 이온화처리 과정에 있다”며 “간단한 공정이지만 노하우가 없으면 상품에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스페인의 마요카섬에 위치한 제작 공장은 지하에 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외부에서는 무엇을 만드는지 전혀 알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공장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물론, 미국 시장에서 특허 조차 신청하지 않고 있다. QT의 이같은 사업 방식을 결정지은 것은 박사장의 경영철학. 박사장은 사업의 성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집중·특화·브랜드 세가지로 보고 있다. 품목을 여러 가지로 하지 않고 단순화해 관리비용(overhead)을 낮추고 품질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탁월한 노하우로 경쟁을 허용하지 않으며 자신만의 고유한 상표력을 획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영철학이 현실화한 결과가 효과적인 마케팅과 노하우 보안 유지로 나타났으며, QT는 아주 건강한 현금 흐름 구조를 갖추게 됐다. QT는 외상거래가 없다. 신용카드가 90%, 개인수표가 10%를 차지하는 결제구조에서 현금을 받고 물품을 출고하기 때문에 외상 매출은 단 1달러도 없는 상태다. 또한 은행 대출을 쓰지 않는다는 경영지론에 따라 빚이 한푼도 없으며, 연간 매출액의 15%가량을 현금 보유고로 확보하고 있다. 박사장이 또하나 밝히는 미국에서의 사업 성공 비결은 철저한 미국식 경영. 미국에서 사업하는 한국인들이 부딪히는 가장 큰 어려움은 기존에 몸에 익은 한국식 경영기법이 가져오는 각종 부작용이라고 박사장은 설명한다. 미국인 소비자를 상대로 상품을 판매하려는 기업의 경영 스타일이 한국식일 때 어긋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 한국식 경영에 익숙한 경영자는 직원들에게도 비슷한 문화를 요구하게 되고, 이는 결국 인재 풀을 스스로 좁히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경영 스타일을 채찍질하기 위해 박사장은 3CAP이란 회사 모토를 만들고, 스스로에게 또 직원들에게 되새기도록 하고 있다.3CAP은 창조적(Creative)·도전적(Challenging)·공격적(Aggressive)·긍정적(Affirmitive)·생산적(Productive)·발전적(Progressive)을 뜻한다. 도매에서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마케팅으로 전환한 지 2년이 지난 QT는 지금까지의 성공을 발판 삼아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다. 박사장은 “소비자들로부터 상당한 호응을 받은 만큼 금속을 소재로 한 바이오-일렉트릭 건강 상품의 기능은 입증됐다고 볼 수 있다”며 “앞으로 기존의 이온팔찌는 물론 새로운 형태의 제품도 내놓을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일렉트릭은 박사장이 이온팔찌의 기능을 설명하면서 인체에 흐르는 전기를 팔찌가 방전, 통증을 해소한다고 설명하면서 쓰는 용어다. 박사장은 이온팔찌가 앞으로도 상당한 기간 동안 성장을 거듭, 앞으로 5년 뒤에는 연간 5억 달러까지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팔찌 형태인 상품을 시계·목걸이·반지 등과 결합한 신제품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지난 93년 철수했던 한국 시장에 재 진출하기 위해 11월 초 한국바이오메탈이란 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혼신의 힘을 다해 매달렸던 사업이 안정 궤도에 들어서면서 박사장은 두 가지 새로운 사업외 활동을 시작했다. 먼저 2002년 10월17일 아프리카·호주 등 출신의 국제기록 보유 선수들로 마라톤 팀을 창단했다. 박사장은 여러 가지 스포츠를 고려한 끝에 비용은 적게 들지만 한국의 혼이 서린 종목인 마라톤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때 영입된 선수 가운데 음바렉 후세인(34) 선수는 지난 11월3일 열린 중앙일보 국제마라톤대회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박사장은 QT재단이란 비영리단체를 세워 선교활동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 무역업계의 ‘불도저’에서 미국 시장의 ‘미스터 팔찌(Mr. Bracelet)’로 변모한 박사장은 미국에 금속 소재의 ‘바이오-일렉트릭’ 상품이란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또 주도해 가고 있다. |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