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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금 노린 불법 이민자 고용 극성

저임금 노린 불법 이민자 고용 극성

월마트 같은 대형 소매업체는 청소 용역 도급업체의 불법 이민자 고용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지난 10월 어느날 밤 미국 연방 당국은 21개 주에서 61개 월마트(WalMart) 매장을 급습했다. 연방 요원들은 야간 청소를 하는 불법 이민자 250명을 연행했다. 월마트 본사에서 서류를 압수했다. 월마트 측은 연행된 이들이 합법 이민자인 줄 알았다고 밝혔다. 그리고 어떤 경우든 책임은 자사와 계약한 용역업체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국이 월마트 본사에서 관련 서류까지 압수한 것으로 볼 때 이런 주장을 뒤집을 생각인 듯하다.

세계 최대 소매업체 월마트의 위법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발견될지 어떨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불법 이민자까지 고용하는 대기업들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 미국에서 일하는 불법 이민자는 1,1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고 불법 이민자들이 소매업체에서만 일하는 것도 아니다. 대기업은 사무실과 매장을 야간에 청소해야 한다. 그것도 저렴한 비용으로 해결하고자 할 것이다.

도급업체는 입찰가를 낮게 제시하는 한편, 원청업체에 관련법을 위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안심시킨다. 도급업체는 하도급업체를 고용한다. 이때 하도급업체 역시 위법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한다. 하도급업체가 또 다른 업체를 고용할 수도 있다. 그러면 결국 마지막 단계의 3차 도급업체가 인력을 고용하게 된다. 3차 도급업체에서 일하던 불법 이민자가 단속에 걸릴 경우 원청업체는 불법이 자행되고 있다는 데 놀랐다는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문제는 도급과 함께 근로자의 임금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한 연방 관리는 “근로자들이 자위 차원에서 이런 인력 수급 체계를 지닌 회사와 손잡고 일하다보면 손해보게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월마트의 토머스 윌리엄스 대변인은 이런 도급 수법에 대해 “아는 바 없다”고 주장했다. 월마트는 100개 이상의 청소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다. 윌리엄스는 이들 업체를 공개하는 것도 거부했다. 미국 내 최대 청소 용역업체인 뉴저지주 레드뱅크 소재 허라이즌 내셔널 컨트랙트 서비시스(Horizon National Contract Services)도 월마트를 위해 일하고 있다. 이는 허라이즌이 지난 1월 한 기업으로부터 계약을 인수하면서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확인된 바 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그 업체가 피라미드식 도급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서 로즈(Aruthor Rose)는 캘리포니아주 블루밍턴에서 청소 용역업체 미스터 클린(Mr. Clean)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지난 6월 식료품 체인 앨버트슨스(Albertsons)의 85개 매장에 대한 용역 계약을 빼앗겼다. 계약 가운데 일부는 뉴욕주 헌팅턴스테이션 소재 캐피털 클리닝 컨트랙터스(Capital Cleaning Contractors)에 돌아갔다. 캐피털은 로즈에게 근로자 1인당 시급 8.46달러에 하도급 계약을 맺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로즈는 캘리포니아주 최저 임금인 6.75달러에 세금과 보험료 2.35달러까지 합한 시급 9.10달러 밑으로 지급해 본 적이 없다. 로즈는 자신이 도급 계약자로 나섰을 때 1인당 시급 15달러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결국 그는 캐피털의 제안을 거절했다.

캘리포니아주 베이커스필드 소재 청소 용역업체인 컨 커머셜(Kern Commercial)의 프랭크 무노즈(Frank Munoz)도 앨버트슨스 건과 관련해 캐피털로부터 비슷한 조건을 제의받은 바 있다. 무노스는 “그런 조건이라면 최소 인건비는커녕 간접비나 청소용품 비용도 건질 수 없다”고 말했다. “도저히 합법적으로는 일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앨버트슨스는 불법 이민자에 의존하고 근로자 소득세 원천 징수액까지 탈루해야 할 만큼 낮은 가격을 제시한 도급업체를 입찰에서 제외해야 할 의무라도 있는 것일까.

사설탐정이라도 고용해 용역업체의 인력을 일일이 감시해야 하는 걸까. 현행법상 그런 의무는 없다. 캐피털은 가장 낮은 금액으로 입찰하진 않는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하도급업체에는 합법 근로자들만 고용할 것을 요구한다고 항변했다. 피라미드식 도급 수법은 1990년대 후반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소재 빌딩 원(Building One)이 처음 이용했다. 빌딩 원은 미 전역에 산재한 425개 하도급업체 네트워크로 대형 소매업체들의 하청을 따냈다. 빌딩 원은 규모의 경제 덕에 입찰가를 낮게 제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하도급업체들은 근로자를 이른바 ‘독립 도급업자’로 고용했다.

다시 말해 세금과 보험료를 대신 내줄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빌딩 원의 7개 경쟁업체에 따르면 독립 도급업자 가운데 상당수가 미국에서 일할 권리조차 없었다. 따라서 세금 ·보험료를 전혀 내지 않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이후 빌딩 원은 몇몇 계약을 해지당했다. 이는 캘리포니아주에서 불만을 품은 근로자들로부터 집단소송이 제기된 뒤의 일이다. 캘리포니아주는 독립 도급 수법이 가장 만연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당시 이미 하도급 관행이 널리 확산돼 있었다.

빌딩 원은 결국 텍사스주 휴스턴 소재 인컴패스 서비시스(Encompass Services)에 매각됐다. 인컴패스는 지난해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그 뒤 얼마 안 돼 허라이즌이 인컴패스의 계약 가운데 많은 부분을 인수했다. 허라이즌의 마이클 설리번(Michael Sullivan) 사장은 인컴패스에서 기업 청소 용역 담당 사장으로 일한 바 있다. 일부 도급업체가 제시하는 청소 용역비 절감액은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157개 슈퍼마켓 체인인 스테이터 브러더스(Stater Bros.)는 5개월 전 한 도급업체로부터 청소 용역비의 25%까지 깎아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그러나 해당 업체가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지 않으리라는 판단 아래 거절했다.

스테이터의 CEO 잭 브라운(Jack Brown)은 “하도급을 주는 업체와 계약할 경우 통제가 불가능해진다”고 귀띔했다. 스테이터는 예외에 속한다. 양심적인 많은 도급업체들은 좌절한 나머지 청소 용역업을 아예 접어버렸다. 캘리포니아주 사우스패서디나에 있는 다이버시파이드 메인트넌스 서비시스(Diversified Maintenance Services)의 리처드 대츠(Richard Datts)는 3년 전 보험요율이 폭등한 뒤 소매 체인점 청소 용역업을 중단했다. 그는 세이프웨이(Safeway) 소유의 본스(Vons)와 앨버트슨스 소유의 럭키(Lucky)가 용역비에 대해 한 치도 양보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대폭 깎으려 들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문제의 원인은 소매 체인점들이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앨버트슨스는 도급업체에 합법 근로자 고용을 요구하는데다 최저 입찰업체와 계약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반박했다. 월마트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든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노동착취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무엇보다 청소 용역업체에 외국인 노동력이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이민법으로 외국인 근로자 고용을 합법화해야 한다.
“근로자들의 노동 증빙서류를 갖고 있다. 하지만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관세국(BICE)에서 이들 근로자의 사회보장번호와 맞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면 이들을 해고할 수밖에 없다. 이제 달리 일손을 구할 길도 없다. 상황이 우습게 돼버렸다.” 동남부 지역의 한 대규모 청소 용역업체 사장이 당국에 화를 내며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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