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코 성형용 인공 연골 개발
| 핀셋으로 들고 있는 콧날 형태의 연골세포 틀(위). 파란빛이 나는 플라즈마 처리기에서 모양이 만들어지는 연골틀. | 콧대를 높인 성형 미인들은 콧대는 높아진 반면 찜찜함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높인 콧대를 만져 보면 이물질이 들어 있는 느낌이 좋지 않은 데다 혹시 코에 부작용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이다. 이물질감을 가져오는 것은 인공 콧날에 사용하는 재료인 실리콘 탓이다. 실리콘은 아무리 오래 콧날 속에 넣어둬도 자신의 물렁뼈와 같아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제 조직공학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조직공학은 자신의 피부나 연골을 키워 손상됐거나 새로 고칠 신체부위에 이식·복원하는 학문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생체재료연구센터 한동근 박사팀은 ㈜솔고바이오메디칼, 가톨릭대 이종원 박사팀과 공동으로 인공 코 연골을 최근 개발했다. 이 연골은 수술을 받으려는 사람의 연골 세포를 키운 것으로 콧날을 세우는 데 이용할 수 있다. 이 덕에 콧날의 이물질감이나 전혀 다른 물질을 삽입하는 데 따른 부작용도 거의 없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인공 코 연골은 어떻게 만들까. 우선 코 연골을 키울 틀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연골틀 제작에 사용하는 재료로 수술 봉합사용 고분자를 사용했다. 이는 몸 안에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녹아 없어지는 것이다. 연골틀을 코를 높이려는 사람이 원하는 형태로 주형틀로 찍어낸다. 콧날로 쓸 연골틀 속에는 수세미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전체 연골틀에서 빈 공간은 95%에 이를 정도다. 그 빈 공간은 앞으로 연골세포가 자랄 집이 된다. 콧날 형태로 연골틀을 찍어낸 뒤에는 화학적인 처리 과정을 거친다. 연골세포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먼저 연골틀을 플라즈마를 쪼여주면서 물이 잘 달라붙도록 하는 물질(화학 용어로는 단량체)을 연골틀 속 구석구석에 화학적으로 결합시킨다. 이런 처리를 하지 않으면 물이 잘 달라붙지 않는다. 그런 연골틀 속에서는 연골세포 역시 안착하지 못한다. 사람의 세포가 거의 물로 이뤄진 것처럼 연골 세포도 물이 가까이 하기 어려운 재료에서는 잘 살지 못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연골틀에 환자의 연골세포를 파종한다. 물론 연골세포는 수술 전에 약간 뽑아내 양을 많게 키워 놓아야 한다. 연구팀은 쥐를 대상으로 성능을 시험한 결과 연골틀에 연골세포를 파종하자마자 살 속에 집어넣어도 연골세포가 잘 자란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골세포가 연골틀의 빈 공간을 꽉 채우는 데 걸리는 기간은 2개월 정도였다. 이를 콧대를 높이는 데 사용한다면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 몸속에서 자연히 분해되는 봉합사 재료를 썼기 때문에 코 높이 수술 뒤 연골세포가 그 틀 안을 꽉 채울 때쯤이면 그 틀은 분해되기 시작한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그 자리에는 틀 형태로 자신의 물렁뼈와 똑같은 세포의 연골이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그렇게 연골을 만들기 어려워 실리콘으로 콧날 모양을 만들어 그냥 집어넣었다. 연골틀이 분해되는 속도도 조절이 가능하다. 연골은 각막처럼 혈관이 없는 조직이다. 이렇게 인공으로 만든 연골도 콧날 속에 들어가면 혈관이 없어도 그 틀 형태를 유지하게 된다. 현재 환자 자신의 연골을 키워 수술에 이용하는 것은 무릎관절용이 국내에서 상용화됐다. 그러나 이것은 특정 형태를 유지하도록 키우는 것이 아니다. 무형태로 키워 주사기로 무릎 관절에 주사하는 식이다. 한 박사팀이 개발한 연골은 여러 분야에 응용할 수 있다. 두개골이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않아 함몰돼 있거나, 종양 수술로 피부가 쑥 들어간 곳 등을 연골로 복원할 수 있다. 앞으로 상용화까지는 임상실험을 거치는 기간 등을 감안하면 3년 정도 걸릴 것으로 연구팀은 예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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