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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값 폭리’ 의혹이 모락모락

‘약값 폭리’ 의혹이 모락모락

익스프레스 스크립츠의 CEO 배렛 톤은 돈을 긁어 담을 정도라고 자랑한다. 하지만 이는 의약품 보험료를 과다 청구한 결과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노인을 위한 의료보험인 메디케어(Medicare) 적용 범위가 확대되자 의약품수익관리업체(PBM)인 익스프레스 스크립츠(Express Scripts)의 CEO 배렛 톤(Barrett Toan ·56)은 마냥 싱글벙글이다. PBM이란 제약업체 ·약구 ·정부 기관 ·기업 사이에서 의약품 관리 조율을 담당하는 업체다. 미 연방 정부는 향후 10년 동안 메디케어의 의약품 보조금으로 4,000억 달러를 지출할 계획이다. 그 가운데 상당 부분이 익스프레스의 금고를 거쳐 나가게 된다.

미국 제3의 PBM인 익스프레스는 기업과 정부 대신 의약품 비용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제약업체들로부터 의약품 가격 할인도 이끌어낸다. 익스프레스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미주리주 메릴랜드하이츠에 있는 익스프레스는 5,000만 명이나 되는 고객 네트워크를 관리한다. 연간 처리하는 처방전만 4억5,000만 장에 이른다. 미국에서 발급되는 처방전 6장 가운데 1장꼴이다.

익스프레스는 기업인수를 통해 급성장하고 있다.
현재 경쟁사로 메드코 헬스 솔루션스(Medco Health Solutions) ·어드밴스 PCS(AdvancePCS) ·케어마크(Caremark)를 꼽을 수 있다. 톤은 메디케어 확대로 늘어난 신규 고객 700만 명 가운데 상당수를 확보하기를 바란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신규 고객을 많이 확보할 경우 수익성은 분명히 향상될 것이다. 고객이 더 확보되면 약값을 더 싸게 협상할 수 있어 소비자에게도 득이다. 익스프레스의 사업모델은 의약품 가격을 좀더 싸게 유지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경제적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날마다 애쓰고 있다.”

말은 그럴 듯하다. 하지만 PBM도 영리기업이다. 그 점에 대해 톤은 수세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다른 경쟁사들과 마찬가지로 익스프레스에도 의약품 값을 과다 청구한다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익스프레스와 거래하는 12개 주 대부분이 불평 한 마디 없다. 문제는 버몬트주다. 익스프레스가 버몬트주를 위해 관리하는 약값 지출비용은 연간 최고 1,500만 달러에 이른다. 버몬트주 감독당국은 익스프레스가 연간 185만 달러의 부당 이익을 챙기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위산 분비 억제제 라니티딘(Ranitidine)의 경우 익스프레스가 약국에 4.02달러를 지불하면서 주 당국에는 8.49달러나 청구한다고 주장했다. 혈당강하제 메트포르민(metformin)도 약국에 25.95달러를 지불하면서 주 당국에는 38.93달러를 청구한다는 것이다. 뉴욕주도 익스프레스가 약값을 과다 청구해왔다고 말했다. 약식 감사과정에서 드러난 과다 청구액은 61만3,000달러로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나 뉴욕주 감사원장 앨런 헤베시는 현재 주 당국과 익스프레스의 계약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익스프레스 측은 버몬트주 당국과 마무리한 재협상 계약으로 연간 150만 달러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뉴욕주의 경우 감사 이후 문제를 바로잡고 과다 청구액은 환불했다고 밝혔다. 과다 청구는 ‘인간의 실수’였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뉴욕주 검찰총장인 엘리엇 스피처는 해명만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그는 익스프레스가 제약업체들과 벌인 가격 협상 기록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보스턴 주재 연방 검찰도 익스프레스의 관련 서류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메인주는 PBM의 기밀 공개 의무화 법안을 통과시켜 지난해 9월 시행에 들어갔다. 다른 9개 주와 워싱턴DC는 자체적으로 비영리 의약품 관리 기구를 설립했다. PBM을 배제해버린 것이다.

얼마 전 익스프레스는 뉴욕주의 두 노동단체로부터 제소당했다. 익스프레스가 뉴욕주 당국에 약값을 과다 청구했다는 것과 비싼 의약품을 끼워주는 대가로 제약사들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숱한 다른 소송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 가운데 92개 소비자단체 연합인 ‘처방전 접근 소송 프로젝트(PAL)’가 익스프레스 등을 상대로 제기한 것도 있다. 익스프레스는 소송이 아무 득도 되지 않으며, 리베이트 거래의 경우 고객들에게 이미 밝혔고, 비용을 30%나 절감했다고 항변했다. 익스프레스는 최근 특정 의약품에 대해 홍보 대가를 수수하는 관행도 중단했다.

문제의 핵심은 교묘한 가격책정 과정이다. 제약사, 그 가운데에서 특히 특허가 만료된 일반 의약품 제조업체들이 도매가를 부풀려 발표한다. 그 뒤 PBM과 비밀 할인 거래를 튼다. PBM이 협상에서 큰 수완을 발휘한다고 떠벌리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소재 크레이턴대학의 약학교수 로버트 개리스는 일반 의약품과 특허 의약품 거래 30만 건에 대해 연구해왔다.

개리스는 PBM이 의약품 원가에 평균 5~10달러를 덧붙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익스프레스가 1,200건을 거래하면서 덧붙인 금액은 그보다 훨씬 많은 평균 11.5달러였다. 지나친 것은 아닐까. 하지만 익스프레스의 가격에 매우 만족하는 고객도 있다. 익스프레스는 최근 두 건의 계약을 체결했다. 미 국방부의 의약 급부 서비스를 맡게 된 것이다. 익스프레스는 지난해 총매출 130억 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회성 비용(조기 부채 상환과 최근의 기업인수)을 제외할 경우 순이익률은 2%다. 익스프레스의 수익 가운데 반 이상은 일반 의약품에서 비롯되고 있다.

과묵한 성격의 공무원 출신인 톤은 일반 직원들처럼 3평도 채 안 되는 공간에서 일하며 검소한 이미지를 풍기고 싶어한다. 그가 의약품 가격 관리에 대해 처음 배운 것은 1980년대 초반의 일이다. 당시 그는 아칸소 주지사였던 빌 클린턴 밑에서 사회복지 국장직을 맡았다. 86년에는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한 건강관리기관과 소매 약국체인의 합작 건강보험사 설립을 돕기도 했다.

합작사는 붕괴 직전까지 내몰렸다. 직원들은 암호 같은 의사들의 처방전을 일일이 해독하느라 끙끙거린데다 서류작업으로 업무처리까지 마비됐기 때문이다. 결국 합작 건강보험사는 같은 해 생명보험회사인 뉴욕 라이프(New York Life)로 넘어갔다. 당시 익스프레스 스크립츠로 명명된 합작사는 100만 달러라는 헐값에 내팽개쳐졌다. 그러나 88년 제정된 메디케어 법이 익스프레스를 회생시키는 데 한몫했다. 미 정부는 약사의 청구서를 전산망으로 제출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익스프레스는 어쩔 수 없이 컴퓨터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후 익스프레스의 네트워크는 5만5,000개 약국을 서로 연결하면서 의약품 구매 내역 수백만 건도 조회할 수 있는 대규모 전산망으로 성장했다.

톤은 익스프레스의 수익이 지나치다고 주장하는 변호사들과 씨름해야 한다. 익스프레스의 실질 수익이 어느 정도인지 묻는 질문도 용케 피해가야 한다. 메릴랜드주 로크빌에 있는 회계감시집단 ‘금융연구분석센터’는 익스프레스가 기업인수와 관련해 얻게 된 막대한 권리금을 기장하는 방식에 대해 문제삼고 있다. 익스프레스는 지난해 세 건의 기업인수에 5억1,100만 달러(추정 부채 포함)를 지출하고 영업권으로 4억7,600만 달러나 계상했다.

그 가운데 한 건은 영업권이 인수가보다 높게 기록됐다. 그러자 영업권을 고객 리스트 같은 다른 유의 무형자산으로 처리하고, 그 자산을 20년에 걸쳐 상각함으로써 수익이 축소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도 제기됐다. 익스프레스는 결국 납세 신고서에서 영업권을 감가상각 자산으로 공제하고 있다. 그러나 회계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익스프레스의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사면초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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