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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수은주 준비된 폭염 特需 … 사상 최악 더위에 여름장사 ‘즐거운 비명’

치솟는 수은주 준비된 폭염 特需 … 사상 최악 더위에 여름장사 ‘즐거운 비명’

더위로 인해 빙과류 업체가 호황을 맞고 있다. 사진은 롯데제과 서울 양평동 빙과 제조라인.
1.코카콜라가 시음회 행사를 펼치고 있다. 2 주부들이 하이마트에서 에어컨 구매 설명을 듣고 있다. 3 할인점도 열대야 특수를 톡톡히 보고 있다.
연일 무더위가 계속되는 도쿄의 한 맥주 전문점에서 퇴근 후 직장여성들이 맥주를 마시고 있다.
지난 5월 말 삼성전자는 5월부터 6월 말까지 에어컨을 구매한 고객 중 6,000명을 선정해 ‘8월 한달 낮 최고기온이 영상 25도 미만인 날이 9일 이상일 경우 25만원씩 돌려준다’는 내용의 이벤트를 벌였다. LG전자 역시 비슷한 판촉전을 벌였다. ‘8월 한달 동안 낮 최고기온이 영상 28도 이상인 날이 10일 이하일 경우 에어컨 구매 고객들에게 25만원을 환불해 준다’는 내용이었다. 삼성전자만 예로 든다면 23평형 슬림형 AP-N2330 모델(2004년형) 830여대의 가격(15억원)에 달하는 이벤트였다.

더위가 영업상무 결과부터 말하면 두 회사 모두 손해를 입지 않을 전망이다. ‘폭염’과 ‘특수’를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상청의 8월 예보대로라면 두 회사 모두 이벤트로 인한 손실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8월 상순까지는 폭염이 계속되고 중·하순에도 평년 수준의 더위는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두 회사는 올 초 일본의 민간 일기예보 사업체로부터 날씨정보를 입수해 마케팅 전략을 준비해 왔다. 두 회사가 삼성화재 측에 ‘재정손실보험’을 든 것은 말 그대로 ‘만약’을 위한 ‘장치’ 수준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7월 내수용 물량을 지난해에 비해 50% 정도 늘려 확보하는 등 충분한 준비를 해뒀다”고 말했다. 예상은 들어맞았다. 삼성전자는 최근 광주 생산공장에 본사 영업직원들이 지원을 나갈 정도로 주문량이 폭주하고 있다. LG전자·위니아만도 등도 비슷한 상황이다. 불황에 힘겨워하던 유통 업계도 폭염특수를 예상하고 업체별로 다각적인 준비를 해왔다. 홈쇼핑의 경우 여름상품 판매 편성시간을 대폭 확대, 백화점이나 할인점의 경우 디스플레이 공간을 확대하고 이벤트 행사·가격할인 정책 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여름특수를 준비해 왔다. 더 많은 물량을 제때에 공급받기 위한 영업전도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덕분에 하이마트의 경우 최근 들어 하루 에어컨 판매량이 약 4,000대에 이르고,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7월20일부터 26일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에어컨 매출이 각각 335%, 480% 증가했다고 밝혔다. 음료·빙과 업계 역시 10년 만에 찾아온 폭염특수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음료·빙과 업계에서는 “더위가 영업상무”라는 말이 상식으로 통한다. 기온이 1도 오르면 맥주는 10%, 콜라의 경우 15% 정도의 매출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낮 최고기온이 연일 30도를 웃돌고, 한밤의 기온이 25도 이상되는 열대야가 계속되면서 음료·빙과 업계는 예년보다 약 30% 이상의 매출 신장을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백운목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1994년 폭염 때 빙과시장 매출이 29.4% 늘어났다”며 “올해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업들 ‘날씨가 돈’ 음료·빙과 업계 역시 올 폭염특수를 충분히 알고 있었다. 롯데칠성음료의 관계자는 “올 초부터 업계가 여름 폭염을 대비해 재고 물량을 최대한 확보해 왔다”고 말했다. 민간 일기예보 사업체인 케이웨더 관계자는 “여름 상품을 준비하는 업종의 경우 5월께 전에 여름 기후에 대한 정보 문의가 집중된다”면서 “최근의 폭염특수는 단순히 무더위 때문만이 아니라 관련 업계가 만반의 준비를 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현재 국내에는 케이웨더·웨더뉴스·첨성대 등 8개의 민간 일기예보 정보제공 업체가 성업 중이다. 이들 정보제공 업체에는 포스코건설·롯데마트·삼성중공업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고객으로 가입돼 날씨 정보를 제공받고 있다. 날씨가 기업에는 곧 돈이다.

70년 만의 무더위, 일본도 폭염특수
“1도 더워질 때마다 맥주 100만병 더 팔려”
‘살인적 더위’가 몰아닥친 일본에서도 더위 관련 상품들이 날개돋힌 듯 팔려나가고 있다. 지난 7월20일 도쿄가 1923년 관측 이래 최고 기온인 39.5도를 기록했고, 도쿄 인근 야마나시(山梨)현 고후(甲府)시는 아예 40도를 넘었다. 도쿄의 경우 20일 넘게 낮 기온이 35도를 웃돌고 있다. 밤에도 30도를 웃도는 ‘초열대야’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도쿄에서만 이달 들어 500명가량이 더위 때문에 병원에 실려갈 정도다. 하지만 기업들은 신이 났다. 무더위로 소비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에어컨·음료 등 날씨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상품들이 날개돋힌 듯 팔리고 있다. 지난해 ‘냉하’(冷夏)로 재미를 못봤던 에어컨 업체들은 최근 10년 사이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대형 에어컨업체인 ‘다이킨’의 경우 8월 에어컨 생산대수를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배인 5만대 규모로 늘리기로 했다. 에어컨 업체에서는 7월 말이 지나면 생산대수를 줄여나가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일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9월 말 내지 10월 초까지 잔서(殘暑)가 남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재고 부족’을 막기 위해 증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청량음료 회사들도 24시간 가동체제에 들어갔다. 맥주회사들은 “기온이 1도 올라갈 때마다 맥주 하루 판매량이 100만병(500㎖기준) 증가한다”고 함박웃음이다. 실제 긴자 등 도쿄의 대형 호프집은 요즘 오후 5시면 고객 예약이 꽉 찰 정도다. 편의점도 신바람이 났다. 자외선 차단 화장품도 지난해 여름에 비해 80% 이상 팔리고 있다. 호텔 수영장들도 밤 10시까지 손님이 떠나지 않아 관련 매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백화점에서는 한 벌에 7만엔(약 70만원) 하는 ‘열 차단 양복’이 최고 인기 상품으로 떠올랐다. 더위로 외출을 삼가는 때문인지 책들도 잘 팔리고 있다. 살인적인 요금 때문에 좀처럼 이용하지 않던 택시에도 고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도무지 걸어다닐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폭염 특수’에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까지 “경기를 생각하면 더운 게 꼭 나쁜 게 아니다”며 대만족이다. 다이이치(第一)생명경제연구소는 “더위에 의한 소비증가로 국내총생산(GDP)이 0.35%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위가 경기 회복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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