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의 ‘사각지대’ 누비는 P2P
단속의 ‘사각지대’ 누비는 P2P
“우리 아이들이 웬만한 어른들은 접근할 수도 없는 ‘그들만의 세계’를 인터넷상에서 구축하고 있다는 생각에 오싹한 기분이 들었어요.” 서울에서 사는 최재영씨는 중학교에 다니는 자신의 딸아이가 컴퓨터에서 김선일씨 참수 동영상을 봤다는 얘기를 듣고 혀를 차면서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김선일씨 동영상 유포를 강력하게 단속하겠다고 별렀지만 중·고생들은 이를 비웃기나 하듯 학교에서 P2P(peer to peer·개인간 파일 공유 프로그램)를 통해 버젓이 동영상을 봤다.
비단 김선일씨 동영상뿐만이 아니다. P2P를 통해 각종 음란물·성인 영화 등 원하는 콘텐츠를 얼마든지 구미에 맞게끔 내려받을 수 있다는 말에 그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었다. 최씨의 딸아이는 “P2P나 메신저를 이용하면 누구의 제지도 받지 않고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최씨 역시 매일 컴퓨터를 통해 e메일을 보내고, 웹사이트상에서 원하는 정보를 검색하고 있다.
인터넷에 몰입하거나 매니어가 된 것은 아니지만 인터넷을 자신의 일상생활에서 빠뜨릴 수 없는 동반자라고 생각해 왔다. 그는 초고속 인터넷 사업자가 제공하는 유해 차단 서비스가 유해 정보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왔다. 그러나 딸로부터 돌아온 답은 충격적이었다. “기존 음란물 차단 프로그램은 전체 인터넷 회선 사용량의 10% 정도에만 적용될 걸요. 나머지 90%에 대해서는 아무런 효과가 없어요. 어른들은 이런 내용을 잘 모르면서 알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어요.”
사실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어른들은 아이들이 인터넷상에서 어떤 경로를 통해 음란물 등 유해 정보에 노출되는 지 알 수가 없다. 한국통신의 ‘클린아이’, 하나로통신의 ‘하나포스 가디언’, 두루넷의 ‘두루넷 아이’ 등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가 한달에 3천원씩을 받고 유료로 제공하는 유해 정보 차단 서비스는 더 이상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유해 정보 차단 서비스가 제기능을 발휘하던 시절은 2, 3년 전 끝났다. 이는 지난 5월 한국통신 조사에 잘 나타나 있다.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데이터 소통량(트래픽)의 88.76%가 개인간 파일 공유 프로그램인 P2P와 메신저 프로그램을 통해 유통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웹사이트를 통한 유통량은 4.5%에 불과했다. 현재 제공되고 있는 유해 정보 차단 프로그램은 웹사이트에만 적용된다. 90%에 가까운 데이터는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인터넷상을 떠도는 것이다. 최씨의 딸이 한 말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다.
P2P와 메신저 프로그램을 통한 정보 유통이 급증한 것은 불과 2, 3년 전부터다. 웹사이트가 주요 정보 유통 경로였던 시절에는 인터넷 사업자가 제공하는 유해 정보 차단 프로그램도 제기능을 발휘했으나 몇년 사이 사정이 급변한 것이다. 게다가 지난해 국무총리실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전체 청소년의 절반 이상이 P2P를 통해 음란물 등 유해 정보에 접해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게 P2P다. P2P란 궁극적으로는 서비스 제공자(서버)와 수요자(클라이언트)의 구분을 없애는 서비스로 일반적으로는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개인간 파일 공유 행위를 말한다. 전송 속도가 빠를 뿐만 아니라 정보 검색도 아주 쉽고 간단해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해왔다. P2P 서비스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P2P를 통한 음란물이 초등생들 사이에서 버젓이 유통되자 경찰은 지난 5월부터 일제 단속을 벌여 사이트 운영자 14명, 사용자 5백73명 등 모두 5백87명을 검거했고, 이중 사용자 2명을 포함한 3명을 구속했다. P2P와 메신저 등 새로운 데이터 소통 방식에 대해 정부가 나서서 규제해야 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주무 부서인 정보통신부 역시 사안의 심각성을 절감하고 있다. 정통부 정보이용보호과의 문기환 사무관은 “국내 청소년 P2P 이용자 중 33.8%가 음란물을 접해본 것으로 조사되는 등 불법·유해 정보의 차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미국의 경우 P2P 사용자의 40%가 18세 미만의 청소년이며, 콘텐츠의 약 42%가 성인물로 추정되고 있다고 문사무관은 덧붙였다. 우리나라도 P2P 서비스 콘텐츠에서 유해 정보가 차지하는 비중이 50%선에 이르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통부가 최근 조사한 ‘주요 P2P 사이트 운영 실태’ 자료에 따르면 P2P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위 10개 업체 중 실명 인증을 요구하는 업체는 3개사에 지나지 않았다. 특히 5개사는 부모 동의 없이도 청소년의 가입을 허용하는 등 청소년들이 유해 환경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정부는 물론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나 관련 업계에서는 사안의 심각성을 진작부터 절감해왔다.
각기 체계적인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지만 현실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인상을 풍긴다. 가장 핵심적 조치인 차단 프로그램 개발만 해도 그렇다. 정부는 자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통부는 검색어와 이미지 식별을 통해 음란 정보를 식별할 수 있는 P2P 유해 정보 차단 기술을 개발키로 하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용역을 의뢰해놓은 상태다. 그러나 정부 차원의 기술 개발은 2005년 말께나 완료된다.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인 한국통신이나 하나로통신 역시 뾰족한 수가 없어 고민이다. 한국통신의 신동민 초고속사업팀 부장은 민간 업체가 개발한 기술의 음란물 차단율이 기대치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차단율이 떨어지는 프로그램을 고객에게 제공했을 때 항의가 빗발칠 것”이라며 곤혹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민간 업계에서는 P2P 음란물을 걸러내는데 나름대로 성능이 개선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는 입장이다. 네트워크 장비 유통 업체인 (주)파인핸즈는 청소년들이 P2P를 통해 음란물을 내려받을 수 없도록 하는 상품인 ‘키즈와처’(kidswatcher)를 개발했다. 이는 P2P 유해 정보의 제목에 들어갈 만한 음란 관련 키워드를 미리 검색 프로그램에 입력해놓은 상태에서 실시간으로 유통되는 데이터를 스크린하는 것이다. P2P에서 음란물을 검색하고 내려받는 순간 자동 삭제되고 부모에게 문자 메시지가 전달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네트워크 솔루션 제공 업체인 (주)아라기술도 P2P를 통한 음란물뿐 아니라 저작권을 침해하는 불법 콘텐츠의 유통까지 차단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파인핸즈의 최원국 대표는 “내부 테스트 결과 음란물 차단율이 80∼90% 이상에 이르며, 특히 통상적이고 일반화된 제목을 가진 음란물(유해 정보)에 대해서는 거의 완벽한 차단이 가능하다”고 했다. 아라기술의 이재혁 사장도 “실제로 실행해 보면 기술력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부터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프로그램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민간 업체의 기술에 대해 정부나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은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
P2P를 통한 유해 정보는 오늘도 인터넷을 범람하며 청소년들의 눈과 귀를 현혹시키고 있다. 최재영씨와 같이 컴퓨터를 어느 정도 안다고 자부하는 부모들조차 낯선 경로를 통해 들어오는 유해 정보로부터 한창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을 보호하지 못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청소년보호위원회 보호기준과의 신준호 사무관은 “인터넷 환경은 급속하게 변화하는 반면 정부나 인터넷 서비스 업체의 대응은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관계 기관들의 신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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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김선일씨 동영상뿐만이 아니다. P2P를 통해 각종 음란물·성인 영화 등 원하는 콘텐츠를 얼마든지 구미에 맞게끔 내려받을 수 있다는 말에 그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었다. 최씨의 딸아이는 “P2P나 메신저를 이용하면 누구의 제지도 받지 않고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최씨 역시 매일 컴퓨터를 통해 e메일을 보내고, 웹사이트상에서 원하는 정보를 검색하고 있다.
인터넷에 몰입하거나 매니어가 된 것은 아니지만 인터넷을 자신의 일상생활에서 빠뜨릴 수 없는 동반자라고 생각해 왔다. 그는 초고속 인터넷 사업자가 제공하는 유해 차단 서비스가 유해 정보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왔다. 그러나 딸로부터 돌아온 답은 충격적이었다. “기존 음란물 차단 프로그램은 전체 인터넷 회선 사용량의 10% 정도에만 적용될 걸요. 나머지 90%에 대해서는 아무런 효과가 없어요. 어른들은 이런 내용을 잘 모르면서 알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어요.”
사실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어른들은 아이들이 인터넷상에서 어떤 경로를 통해 음란물 등 유해 정보에 노출되는 지 알 수가 없다. 한국통신의 ‘클린아이’, 하나로통신의 ‘하나포스 가디언’, 두루넷의 ‘두루넷 아이’ 등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가 한달에 3천원씩을 받고 유료로 제공하는 유해 정보 차단 서비스는 더 이상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유해 정보 차단 서비스가 제기능을 발휘하던 시절은 2, 3년 전 끝났다. 이는 지난 5월 한국통신 조사에 잘 나타나 있다.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데이터 소통량(트래픽)의 88.76%가 개인간 파일 공유 프로그램인 P2P와 메신저 프로그램을 통해 유통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웹사이트를 통한 유통량은 4.5%에 불과했다. 현재 제공되고 있는 유해 정보 차단 프로그램은 웹사이트에만 적용된다. 90%에 가까운 데이터는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인터넷상을 떠도는 것이다. 최씨의 딸이 한 말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다.
P2P와 메신저 프로그램을 통한 정보 유통이 급증한 것은 불과 2, 3년 전부터다. 웹사이트가 주요 정보 유통 경로였던 시절에는 인터넷 사업자가 제공하는 유해 정보 차단 프로그램도 제기능을 발휘했으나 몇년 사이 사정이 급변한 것이다. 게다가 지난해 국무총리실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전체 청소년의 절반 이상이 P2P를 통해 음란물 등 유해 정보에 접해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게 P2P다. P2P란 궁극적으로는 서비스 제공자(서버)와 수요자(클라이언트)의 구분을 없애는 서비스로 일반적으로는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개인간 파일 공유 행위를 말한다. 전송 속도가 빠를 뿐만 아니라 정보 검색도 아주 쉽고 간단해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해왔다. P2P 서비스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P2P를 통한 음란물이 초등생들 사이에서 버젓이 유통되자 경찰은 지난 5월부터 일제 단속을 벌여 사이트 운영자 14명, 사용자 5백73명 등 모두 5백87명을 검거했고, 이중 사용자 2명을 포함한 3명을 구속했다. P2P와 메신저 등 새로운 데이터 소통 방식에 대해 정부가 나서서 규제해야 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주무 부서인 정보통신부 역시 사안의 심각성을 절감하고 있다. 정통부 정보이용보호과의 문기환 사무관은 “국내 청소년 P2P 이용자 중 33.8%가 음란물을 접해본 것으로 조사되는 등 불법·유해 정보의 차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미국의 경우 P2P 사용자의 40%가 18세 미만의 청소년이며, 콘텐츠의 약 42%가 성인물로 추정되고 있다고 문사무관은 덧붙였다. 우리나라도 P2P 서비스 콘텐츠에서 유해 정보가 차지하는 비중이 50%선에 이르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통부가 최근 조사한 ‘주요 P2P 사이트 운영 실태’ 자료에 따르면 P2P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위 10개 업체 중 실명 인증을 요구하는 업체는 3개사에 지나지 않았다. 특히 5개사는 부모 동의 없이도 청소년의 가입을 허용하는 등 청소년들이 유해 환경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정부는 물론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나 관련 업계에서는 사안의 심각성을 진작부터 절감해왔다.
각기 체계적인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지만 현실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인상을 풍긴다. 가장 핵심적 조치인 차단 프로그램 개발만 해도 그렇다. 정부는 자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통부는 검색어와 이미지 식별을 통해 음란 정보를 식별할 수 있는 P2P 유해 정보 차단 기술을 개발키로 하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용역을 의뢰해놓은 상태다. 그러나 정부 차원의 기술 개발은 2005년 말께나 완료된다.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인 한국통신이나 하나로통신 역시 뾰족한 수가 없어 고민이다. 한국통신의 신동민 초고속사업팀 부장은 민간 업체가 개발한 기술의 음란물 차단율이 기대치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차단율이 떨어지는 프로그램을 고객에게 제공했을 때 항의가 빗발칠 것”이라며 곤혹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민간 업계에서는 P2P 음란물을 걸러내는데 나름대로 성능이 개선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는 입장이다. 네트워크 장비 유통 업체인 (주)파인핸즈는 청소년들이 P2P를 통해 음란물을 내려받을 수 없도록 하는 상품인 ‘키즈와처’(kidswatcher)를 개발했다. 이는 P2P 유해 정보의 제목에 들어갈 만한 음란 관련 키워드를 미리 검색 프로그램에 입력해놓은 상태에서 실시간으로 유통되는 데이터를 스크린하는 것이다. P2P에서 음란물을 검색하고 내려받는 순간 자동 삭제되고 부모에게 문자 메시지가 전달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네트워크 솔루션 제공 업체인 (주)아라기술도 P2P를 통한 음란물뿐 아니라 저작권을 침해하는 불법 콘텐츠의 유통까지 차단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파인핸즈의 최원국 대표는 “내부 테스트 결과 음란물 차단율이 80∼90% 이상에 이르며, 특히 통상적이고 일반화된 제목을 가진 음란물(유해 정보)에 대해서는 거의 완벽한 차단이 가능하다”고 했다. 아라기술의 이재혁 사장도 “실제로 실행해 보면 기술력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부터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프로그램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민간 업체의 기술에 대해 정부나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은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
P2P를 통한 유해 정보는 오늘도 인터넷을 범람하며 청소년들의 눈과 귀를 현혹시키고 있다. 최재영씨와 같이 컴퓨터를 어느 정도 안다고 자부하는 부모들조차 낯선 경로를 통해 들어오는 유해 정보로부터 한창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을 보호하지 못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청소년보호위원회 보호기준과의 신준호 사무관은 “인터넷 환경은 급속하게 변화하는 반면 정부나 인터넷 서비스 업체의 대응은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관계 기관들의 신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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