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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영화제 감독상 ‘빈집’

베니스영화제 감독상 ‘빈집’

베니스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의 ‘빈집’에는 대사가 거의 없다. 주인공 선화(이승연)가 하는 대사는 단 두 마디다. “밥 먹어” “사랑해”가 전부다. 영상의 흐름으로 영화를 엮어가다 보니 어느 문화권에 속한 인물들이라도 영화의 기본적인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다. 베니스영화제에서는 청소년들이 선출하는 수상 부문도 있는데, 이 역시 ‘빈집’이 차지했다. 그만큼 주목도가 높은 영화다. 영화는 한태석의 일상으로 시작한다. 그는 부지런히 전단지를 돌린다. 하지만 전단지를 돌리는 것이 주 목적이 아니라 전단지가 고스란히 쌓여 있는 것을 보고 집이 비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게 목적이다. 태석은 빈집에 들어가 음식을 해먹고 몇 가지 소일거리를 해 주는 방식으로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여자를 만난다. 빈집인 줄 알고 들어갔지만 그곳에는 남편으로부터 매를 맞고 사는 여자 선화가 살고 있다. 마치 유령처럼 사는 남자가 유령과 같은 존재로 전락한 여자를 만나는 셈이다. 두 유령과 같은 존재는 함께 살아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태석은 결국 선화 남편의 고소로 감옥 신세를 지게 된다. 흥미로운 설정들이 영화 초반부에 펼쳐지지만 단순하기 그지없는 장면들도 곧잘 나온다. 김기덕의 과거 영화들이 그랬던 것처럼 어떤 묘사들은 드라마의 논리적인 흐름이나 배려 없이 등장해 헛웃음을 산다. 베니스영화제의 후광 덕분에 ‘빈집’에 대한 상찬이 쏟아지고 있지만, 과거 김기덕의 영화들처럼 단순함이나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장면들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물론 ‘김기덕 영화’ 하면 떠올랐던 폭력의 묘사는 상당 부분 자취를 감췄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 시기부터 ‘김기덕 영화’에 상이 주어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사마리아’로 베를린영화제 감독상을, 그 다음 작품인 ‘빈집’은 베니스영화제 감독상을 받았다. ‘빈집’은 김기덕의 최근작들 중에서 가장 세련된 편에 속한다. 빈집에 들어간 태석은 집 안의 고장 난 물건들을 고쳐놓고, 집안의 빨래를 말끔히 해 놓는다. 마치 도둑이 아니라 일종의 구원자같은 이미지를 선택한다.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기 힘들다는 이 영화의 마지막 자막처럼, 영화의 수상 결과 때문에 작품을 냉정하게 평가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아마 ‘빈집’이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더 다양한 비평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10월1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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