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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들, 포털에 '러브콜'

금융회사들, 포털에 '러브콜'

증권·보험 등 금융회사들이 속속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입점’ 중이다. 이전까지 주로 광고매체로 포털 사이트를 활용해오던 금융회사들. 이젠 포털이 마케팅의 주요 창구가 될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야후!코리아(yahoo.co.kr)의 금융정보란에서 보험을 클릭하면 자동차보험료 비교표가 뜬다. 온라인자동차보험 3종과 일반자동차보험 3종의 연간 보험료가 비교돼 있다. 비교표 중 하나. 운전경력 4년인 51세의 여성운전자가 대형차를 몰 때 보험료를 살펴 보자. 대한화재의 온라인자동차보험인 하우머치가 75만5,030원으로 다른 온라인 상품보다 2.2~4.0% 저렴한 것으로 나타난다. 일반상품에 비해선 15.1~15.2% 싸다.

야후!코리아 양창호 금융팀장은 “손보사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하우머치의 보험료를 다른 보험사의 경우와 비교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며 “그 결과 우리 보험사이트 방문자와 이를 통한 하우머치 가입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또 야후!코리아에서 보험료산출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관련 이벤트에 참여한 고객의 정보는 본인의 동의절차를 거쳐 대한화재의 콜센터로 넘겨진다. 그런 뒤 이 고객 데이터베이스(DB)는 대한화재의 마케팅에 활용된다. 대한화재 하우머치팀 김도원 대리는 “현재로서는 온라인 보험가입보다는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는 고객 DB를 확보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회사와 인터넷 포털 사이트 간 짝짓기가 활발하다. 올 1월로 야후!코리아에 ‘입점’한 지 1년을 맞은 대한화재는 그동안의 성과가 괜찮았다고 판단, 제휴를 1년 연장하기로 했다. 신동아화재는 지난해 11월 파란닷컴(paran.com)을 운영하는 KTH와 손을 잡았다. 보험사뿐 아니라 증권사들도 포털과의 제휴에 적극적이다. 미래에셋증권이 지난해 11월 다음커뮤니케이션(daum.net)과 제휴하자 LG투자증권은 한 달 뒤 NHN(naver.com)과 손잡았다.

신동아화재는 카네이션자동차보험을 파란닷컴을 통해 판매해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신동아화재 변동헌 온라인팀장은 “지난해 11월에 6개월 기간으로 제휴를 맺었다”며 “12월에는 6,200여 건의 판매 실적을 올려 온라인자동차보험 시장의 약 5%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카네이션보험은 국내 최초의 환급형 상품. 자동차보험에 든 뒤 1년 동안 사고를 내지 않으면 보험료의 10%를 돌려준다는 조건이다. 변 팀장은 “파란닷컴이 스포츠·연예 뉴스를 강화해 끌어들인 30대 남성 방문자들에게 카네이션보험의 장점이 잘 먹혀들어갔다”며 “짧은 시일에 좋은 성과를 낸 것으로 자체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동아화재도 파란닷컴에서 잠재 고객이 보험료산출 등을 하면서 남긴 정보를 콜센터로 넘겨받아 활용한다.

보험사와 포털 간 제휴는 광고를 내는 것과 비슷한 조건인 경우가 많다. KTH가 카네이션 배너를 매달 일정한 횟수 이상 방문자에게 노출하는 대가로 신동아화재는 월 4,000만원을 지급한다. 대한화재는 야후에 월 약 1억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자동차보험은 고객이 직접 보험에 가입하기 때문에 실제 계약이 발생하더라도 포털 사이트에 수수료가 떨어지지는 않는다.

LG화재의 경우는 월 일정액을 지급하는 대신 자본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포털에 자리를 잡았다. LG화재는 2003년 11월에 다음다이렉트자동차보험에 19억8,000만원을 출자해 9.9%의 지분을 확보했다. 두 회사는 지난해 6월 각자의 지분율을 유지하면서 다음자보의 자본금을 300억원으로 늘렸다. 지난해 12월에는 LG화재가 다음자보의 100억원 유상증자에 단독으로 참여해 지분율을 9.9%에서 32.4%로 높였다. 이밖에 제일화재는 엠파스(empas.com)와, 교보자동차보험은 네이버와 각각 손을 맞잡고 사이버 마케팅을 펴고 있다.

증권사와 포털의 결합 또한 활발하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11월부터 다음에서 주식매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LG투자증권은 네이버에 주식시세정보와 차트분석자료 등을 주고 투자대회를 여는 내용의 제휴를 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다음커뮤니케이션에 월 수백만 원을 마케팅비용으로 지불하는 조건이며, LG투자증권은 실전·모의투자대회와 같은 이벤트를 네이버를 통해 알리고 광고료를 낸다.

미래에셋증권 김대홍 e비즈팀장은 “다음을 통해 들어오는 신규 고객이 증가하는 추세이고 약정도 기대 이상”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다음 카페 가입자 등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강화하고 투자대회와 같은 이벤트를 열어 신규 고객을 더욱 유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LG투자증권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한 주식거래가 가능한데 굳이 포털에서 주문을 내는 형식을 취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포털은 증권업 면허가 없기 때문에 포털 사이트에서 낸 주문은 해당 증권사를 거쳐 체결된다. 이 회사 김정호 온라인지원팀장은 “LG투자증권은 네이버 회원에게 다양한 증권 정보를 더욱 쉽게 전달하고 전문가와의 1대 1 투자상담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향후 잠재고객을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털에 비해 수가 많은 증권사는 포털과의 제휴를 위해 치열한 경쟁도 벌이고 있다. 포털업계의 한 관계자는 “증권사는 많은데 포털은 몇 개만 남아 증권사들이 포털에 구애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트레이드증권·키움닷컴증권과 제휴를 협의하던 한 포털은 최근 다른 대형 증권사 한 곳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점찍어 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증권은 “파란닷컴과 제휴 조건과 범위를 놓고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현대증권은 파란닷컴이 금융·증권 콘텐츠를 개편하는 데 맞춰 대학생 모의투자대회와 주식매매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는 조건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증권은 엠파스와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증권 온라인지원팀의 강상민 과장은 “짝이 정해지지 않은 포털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 광고 사이트 등으로만 포털을 이용해온 금융회사들이 판매망으로서의 포털의 새로운 활용 가능성에 눈을 뜨고 있는 셈이다.” 한 포털업계 관계자의 분석이다. 증권계좌 개설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 포털과 손잡은 증권사들이 더 큰 선점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증권계좌를 개설하려면 오프라인 지점을 방문해야 한다. 야후!코리아의 양 팀장은 “전자인증만으로 증권계좌를 열 수 있게 되면 포털이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주요 창구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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