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學 집중탐구① CEO의 자질 ·열정 인내 경륜이 성공 포인트
CEO學 집중탐구① CEO의 자질 ·열정 인내 경륜이 성공 포인트
전체를 보는 시각 기르는 법 하지만 경영학 역사가 일천한 데다 ‘CEO학’이 전혀 없다시피한 국내 실정에서 CEO가 갖춰야 할 조건을 자연스럽게 몸에 익히기는 어려운 일이다. 더 이상 어깨 너머로 눈치껏 배워도 괜찮던 시절은 더더욱 아니다. 이런 상황은 ‘신참 CEO’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그럴 때 CEO들은 ‘유능한 CEO의 조건’이 뭘까를 생각한다. 유능함의 조건을 고민하는 것이다. 그렇게 CEO는 힘들고 외롭고 짊어져야 할 짐이 많은 자리다. 그렇다면 도대체 유능한 CEO의 조건은 무엇일까? 아니, 무엇이 유능한 CEO를 만드는 것일까? 「이코노미스트」는 미래의 CEO들을 위해 전· 현직 CEO들을 초청, 저녁 식사와 함께 자신들의 경험을 털어놓는 자리를 마련했다. 딱딱한 세미나가 아닌 식사를 겸한 허심탄회한 자리를 통해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노하우가 나오도록 한 것이다. 통상적인 좌담회와 달리 별도의 사회자 없이 그들 스스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한 허심탄회한 좌담회는 2월 23일 저녁 6시30분 서울 장충동 한정식집 ‘대장금’에서 세 시간 동안 이뤄졌다. 마침 정월 보름날이어서 귀밝이술이 나오자 강석진 회장이 “이왕 마시는 거 큰 통으로 마시자”는 제안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그러자 윤은기 부총장이 “확실히 리더는 통이 커야 하는 것 같다”고 맞장구를 치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시작됐다. 윤은기 강 회장님은 국내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CEO로 꼽히지 않습니까. 옛날에는 경제를 잘 알면 경영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에는 경영이 퓨전화되면서 예술적인 역량도 중요해지는 것 같습니다. 유순신 맞아요. 보통 CEO들은 고독하고 외롭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빨리 사라지는 편인데 회장님은 20년 이상 CEO를 하셨으면서도 지치지 않고 활동하시는 것 같습니다. 회장님처럼 롱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스스로 만드는 게 중요해요. 강석진 (웃으면서) 가장 필요한 건 열정이 아닐까 해요. 그리고 끊임없이 열정을 쏟아내려면 일을 즐길 줄 알아야 합니다. 일을 일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 아닙니다. 나한테 주어진 것은 내가 하고 싶어 하는 미션(사명)이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며 (그래서) 즐기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열정이 나옵니다. 좋아하지 않는 것을 하더라도 일단 일을 맡으면 좋아하는 것으로 바꿔버려야 합니다. 그래야 열정이 쏟아지고 마음의 에너지가 나오죠. 윤은기 사실 저희 세대만 해도 하기 싫은 일을 받아도 숙명으로 생각하는 편인데 요즘 젊은 세대는 그렇지 않지 않습니까. 자기 적성이나 가치관에 맞지 않으면 열정을 보이지 않아요. 많이 달라졌습니다. 강석진 저는 좀 문제가 있다고 봐요. 자기가 좋아하는 일만 하면 거기서 끝납니다. 경영자들은 직원들 중 누가 비즈니스 리더가 될 것인가 유심히 관찰합니다. 괜찮다고 판단되면 굉장히 어려운 일을 맡겨봐요. 원래 좋아했던 일이건 그렇지 않건 열정을 쏟으면 1~2년 후 그는 그 분야 전문가가 됩니다. 성공하는 거죠. 그렇지 않고 CEO가 ‘이걸 좀 맡아야겠다’고 할 때 자기가 좋아하는 일만 붙잡고 있으면 그걸로 끝나는 겁니다. 계속 도전해야죠. 두 번 세 번 그렇게 로테이션(순환)하면 완전히 다른 분야로 갈 수도 있습니다. 거기서 살아남으면 CEO가 될 준비가 된 겁니다. 그때 경영자는 나이에 상관없이 ‘뭘 맡길까’ ‘어떤 사업을 맡길까’를 생각합니다. CEO가 되려면 다양한 경력을 가져야 하거든요. 가장 어려운 것을 이겨내고 고통을 극복하는 인내력과 열정이 있다는 게 판명되면 사장을 맡기는 거지요. 윤은기 그렇습니다. 요즘 젊은 세대는 체질이나 적성을 너무 따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강석진 바로 그게 차이점이죠. 능력있는 CEO는 완전히 다른 분야에서도 적응합니다. 가전에 있던 사람을 항공 분야로 보내도 유능한 사람은 적응합니다. 전체를 보는 시각을 갖고 있거든요. 무너져 가는 IBM을 구한 루 거스너가 컴퓨터를 잘 아는 사람이었습니까? 아닙니다. 이호욱 맞습니다. 열정을 가지고 하고 싶은 일을 해야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저는 사실 젊은 나이에 CEO가 됐는데 생계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고 즐기려고 노력한 것이 오늘의 저를 만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처음 (CEO) 제안이 왔을 때는 “하고 싶지 않다. 어린 나이는 비즈니스하기에 좋은 조건이 아니다”라고 노(NO)를 했는데 본사 쪽에서 그러더군요.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도전해 봐라.” 그래서 하게 된 겁니다. 벌써 1년3개월이 됐습니다. 유순신 제가 아는 실패한 CEO들이 몇 분 있는데 그 분들을 보니 임원과 CEO의 자리는 기본적으로 다르고 필요조건도 다른 것 같습니다. 특히 CEO가 임원 역할을 하면 실패합니다. 또 본인의 인기관리를 위해 ‘좋은 사람’이라는 얘기를 들으려다 거절의 말을 못하는 것도 실패 요인이더군요. 강석진 그래요. 열정도 필수지만 CEO는 임원일 때와 다르게 사람과 조직을 임파워먼트(Empowerment: 권한 위임)하는 자질을 키워야 합니다. 자기가 다 아는 일이지만 아랫사람 얘기를 들어줘야 하고 소신을 가지고 일하게끔 해야 합니다. 속으로 끙끙 앓아야 할 때가 많죠. 회사를 망치는 리더는 명확해요. 아랫사람의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알았어. 이렇게 저렇게 해” 하면서 다 시키는 거예요. 그러면 (아랫사람들이) 머리를 안 써요. 손발만 움직이는 거지요. 인내심 있게 다 듣고, 모든 아이디어가 다 나오게끔 분위기를 자유롭게 만들어 그것들을 경영에 반영한 다음, 평가를 내리고 보상하고 인센티브를 주는 겁니다. 내가 아이디어 냈더라도 아랫사람에게 주고 말이죠. 실행과 결단도 확실해야 합니다. 밑에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자기가 잘못을 껴안아야 해요. 우리 주변을 보면 흔히 잘된 것은 자기가 했다고 회장에게 보고하고, 잘못된 것은 아랫사람에게 전가하는데 그런 사람을 누가 따릅니까. 한 가지 더 보탠다면 조직 전체가 모두 프로 정신으로 일하게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게 CEO죠. 부려먹는 조직이 아니라 활기차게 알아서 일하는 조직을 만들어야 하는 겁니다. (업무를) 다 아니까 사장이다? 아니죠. 말단부터 아이디어를 내서 스스로 자기 일을 개선하도록 하는 사람이 CEO입니다. 간부는 자기 일만 잘하면 되지만 CEO가 되려면 잘하는 것보다는 리드하는 게 중요해요. 윤은기 맞습니다. 리더는 남이 잘하게 하는, 조직의 힘이 발휘되도록 하는 겁니다. 자신의 힘만 쓰는 것은 관리자일 뿐이죠. 명령이나 지시를 하면 손발만 움직이는 겁니다. 리더십이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고 움직이게 하는 힘 아닙니까. 강석진 내가 다 아니까 따라오라고 하면 50의 능력을 발휘하지만 모든 걸 맡기고 권한 위임을 하면 150의 능력을 발휘하는 게 조직의 특성이죠. 윤은기 요즘에는 RQ(Relationship Quotient : 관계 지수)도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사원은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면 되지만 임원이 되면 CEO와의 관계, 부하와의 관계, 언론과의 관계, 주주와의 관계, 심지어는 경쟁자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중요해지거든요. 삼류는 쉬고 일류는 교육한다 유순신 관계 역량 또한 리더십의 중요한 요소죠. 제 경험상 훌륭한 CEO임에도 주주와의 관계가 좋지 않아 아웃된 경우를 가끔씩 봅니다. 서로에게 굉장한 마이너스죠. 강석진 잘나가던 피오리나(전 hp 회장)가 갑자기 아웃된 것도 일은 잘했는데 이사회와 대립한 결과 아닙니까. 컴팩과의 합병을 반대했던 사람들과의 관계 개선도 없었죠. 대주주가 아니었던 잭 웰치가 오너보다 강력한 경영권을 가졌던 것은 모든 것을 투명하게 설명해서 이사회가 일사불란하게 지원하게끔 잘 활용했기 때문이거든요. 우리나라 전문경영인들도 명심해야 할 게 회사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주주와 고객, 그리고 내부 직원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셋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데 많은 시간을 써서 가치관과 비전을 공유해야 합니다. 윤은기 성공한 CEO들을 보면 공통점들이 발견되는데요. 어느 대학 나왔고 똑똑하다, 이것보다는 뭔가 소명의식이 있더군요. 강석진 굉장히 중요한 말씀을 하셨는데요. 열정·임파워먼트·결단력·실천력, 이런 것들 모두를 아우르는 비전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걸 자기 혼자만이 아니라 조직 전체가 공유하도록 해야 합니다. 비전이 확실하면 발전합니다. 어려운 일을 겪더라도 결국 극복하죠. 우리 말로 하면 꿈과 희망을 주는 겁니다. 이호욱 직원들과 뭔가를 공유하는 좋은 방법이 있습니까? 강석진 제일 좋은 방법은 조직 내의 벽을 없애고 비관료적인 문화를 정착시키는 거죠. 잭 웰치는 자기가 한 일 가운데 가장 잘한 일을 꼽으라고 하면 ‘워크아웃 타운 미팅’을 듭니다. 이걸 도입해서 상하 간 벽을 없애고 자유스럽게 대화하는 열린 조직을 만들었거든요. 그는 “노조위원장에게 물어도 CEO에게 묻는 것과 같은 대답을 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하곤 했죠. 유순신 제가 아는, 외국계 회사에 있다 국내 유통회사로 옮긴 한 CEO가 있는데요. 이분 경험이 재미있습니다. 가 보니 직원들 눈동자가 흐릿한 데다 열정은 물론 비전도 없고 하루하루 다니는 것에 만족하고 있더랍니다. 그래서 한강 유람선에 전 직원을 태워 비전 선포식을 했어요. “우리는 한 배에 탄 운명이다. 죽으면 죽고 살면 산다. 영원한 2등은 없다. 우리도 1등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말이죠. 지금은 그룹에서 상위 랭킹에 들어있죠. 직원들의 기를 살려주는 건 리더의 중요한 일입니다. 강석진 GE의 예를 한번 더 들어보죠. GE에서는 1년에 한 번씩 여러 부서, 다양한 직급이 골고루 섞인 이들이 회사와 완전히 떨어진 장소로 2박3일 동안 워크숍을 갑니다. 여기선 직위도 소속도 없어요. 계급장을 떼는 거죠. 이름만 부르게 합니다. 여기서 하는 일은 ‘우리 회사의 비전이 이건데 이걸 달성하려고 할 때 어떤 장애요인이 있는지 브레인 스토밍을 해달라’는 겁니다. 10명씩 소그룹을 지어 분석·토론하게 하면서 실행계획도 짜라고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날 모두 모여 발표를 하는데요. CEO가 가서 그걸 듣고 그 자리에서 ‘예스’ ‘노’를 합니다. 그런데 묘한 것은 ‘노’를 할 게 하나도 없다는 겁니다. 모두 ‘나’를 떠나 논의한 것이거든요. 거기서 장애요인과 그걸 해결할 아이디어가 다 나옵니다. ‘A라는 문제가 있는데 실행계획은 이렇다’라고 하면 돌아와서 그대로 실행하는 겁니다. 다 바꿀 수 있어요. 생산직 사원도 인사제도 개선에 참여하기도 하죠. 그리고 실행을 한 후 성과가 나오면 확실한 보상을 해주는 겁니다. 이만큼 이익이 났으니 이만큼 주겠다 하는 거죠. 노사문제가 있을 여지가 없어요. 이런 게 열린 경영 아닐까요. 중간 간부와 CEO의 차이점 윤은기 저도 그런 회사를 한 곳 알고 있습니다. 화산골프장인데요. 이곳도 매년 2박3일 동안 바다로 워크숍을 떠납니다. 산속에 있다 시야가 넓은 곳으로 가는 거죠. 캐디부터 레스토랑 종업원까지 모두 갑니다. 가서 장기자랑하고 놉니다. 푸짐한 상품은 회원들이 협찬하죠. 그야말로 신나게 놀고 소리지르고 하는데 그러면서 벽이 깨집니다. 깨지면서 ‘우리는 하나다’라는 생각이 든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파견회사 출신이기 때문에 각자 소속회사가 달라 남처럼 지내는데 이렇게 신나게 놀면 공감대가 형성됩니다. 굳이 중요한 전략을 도출하지 않아도 효과는 엄청나죠. CEO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이런 장벽을 깨는 거 아닙니까. 매년 베스트 골프장에 선정되는데 가만 보면 겨울 휴장기에 삼류 골프장은 쉬고 일류 골프장은 교육을 하더군요. 정문식 듣기만 해도 노하우가 축적되는 것 같습니다. 제 개인적인 얘기를 하면, 저는 좀 특별하게 자랐습니다. 열 살 때 선친이 돌아가시고 13세 때 서울 청계천 전파사에서 일을 시작했죠. 그리고 14세 때 사업을 시작했는데 상당한 돈을 벌었습니다. 당시 중학교 선생님 월급이 4만5000원쯤 했는데 그보다 훨씬 많이 벌었으니까요. 무허가 이발소를 학교(서울 마포 동도중)에 차렸거든요. 두발 검사하면 머리에 ‘고속도로’를 내는 선생님들이 많았는데 깎인 학생들은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더라고요. 그걸 보고 사흘 동안 무료로 깎아주면서 연습해보고 시작했죠. 그때 별명이 ‘학생 재벌’이었습니다. 강석진 지금 헤어스타일이 그렇게 해서 나온 거군요.(웃음) 정문식 제게는 역할 모델이 있었습니다. 돌아가신 정주영 회장님인데요. 그분의 책을 읽으면서 ‘초등학교만 나오고도 열정으로 기업을 이룰 수 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일본의 마쓰시타 고노스케 전 회장의 책에서도 그걸 느꼈고 세계적인 CEO 40명의 전기를 몇 번씩 읽고 또 읽으면서 깨달았던 것은 남처럼 하면 남 이상 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뭔가 평범한 사람들과 달랐습니다. CEO는 학력이나 돈으로 만드는 게 아니구나 하는 걸 거기서 알았지요. 윤은기 적당한 핸디캡을 갖고 있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정문식 사실 지금부터가 문제입니다. 매출이 2000억원대에 달할 만큼 회사가 커지면서 항상 드는 생각은 ‘우리 회사에 내가 더 이상 필요할까’ 하는 겁니다. 학력 같은 게 아니라 여기까지 왔는데 더 좋은 회사 만들려면 정말 잘하는 CEO가 와야 하지 않는가 하는 거죠. 강석진 그런 고민 할 만하네요. 중간 간부와 CEO의 가장 큰 차이는 전체를 보는 시각이죠. CEO는 전체를 보면서 세밀한 부분을 같이 봐야 합니다. ‘헬리콥터 뷰(View)’라고 하는데, 비행기를 타면 전체가 보이지만 세밀한 부분은 안 보입니다. 하지만 헬리콥터를 타면 길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보이고 길 위의 사람이나 자동차도 보입니다. 길과 강과 산을 다 볼 수 있죠. 회사로 따지면 자금과 기술, 시장의 흐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걸 볼 수 있어야 CEO 자격이 있는 겁니다. 다양한 경험은 전체를 보는 시각을 키우는 훈련일 수도 있습니다. 유순신 자수성가한 CEO들 중 후계자를 빨리 키워놓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봤는데요. 본인이 잘하기 때문에 끝까지 경영에서 손을 못 떼는 분이 많습니다. 강석진 중요한 얘기를 하셨습니다. 내가 없어도 회사가 굴러갈 수 있도록 후계자를 여럿 키워놔야 합니다. 부재(不在) 경영이라는 게 있어요. 내가 없으면 절대 안 돼, 이런 생각에서 벗어나는 건데요. 실제로 창업자들이 가장 빠지기 쉬운 오류가 ‘내가 없으면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면 인생이 고달파집니다. 놀 시간도 쉴 시간도 없거든요. 그러지 말고 한 달 정도 사라져 버리는 겁니다. 자신 있습니까? 정문식 (웃으면서) 없습니다. “한달 동안 사라져 보라” 강석진 저는 그렇게 했어요. GE 같은 곳은 (내부 분위기가) 터프하잖아요. 실적 시원찮으면 다음달에라도 물러나는 곳이거든요. 하지만 저는 가장 능력있는 간부 두 명을 불러 “내가 가는 곳은 전화도 안 되는 곳이다. 당신들에게 전권을 위임하니 언제까지는 A가 CEO 역할을 하고, 다음에는 B가 하라”고 하고 휴가를 갔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몇 가지 조건이 있어요. 반드시 문서로 권한 위임을 하고, 기간을 명시해야 합니다. 인사권만 빼고 모든 걸 다 넘긴 후 그 문서를 모든 직원에게 복사해 돌리고, 그룹 회장이었던 잭 웰치에게도 보냈습니다. 그리고 사라지는 거죠. 한 달 후 돌아오면 제가 있을 때보다 일을 훨씬 잘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위임하고 갔으니 적당히 할 수 없었겠지요. 그렇게 자신이 생기다 보니 다음해에는 더 쉽게 떠날 수 있었어요. 제 자신도 완벽하게 재충전할 수 있었고요. 그걸 하면서 ‘아, 이게 바로 후계자 키우는 방법이구나’ 하는 걸 느꼈죠. 윤은기 보통 불안해서 실행을 못 하는데 훌륭하게 하셨군요. 강석진 처음에는 의문을 표시하던 잭 웰치가 나중에는 부러워하더군요. 갔다 올 때마다 어디 갔었느냐고 물어올 정도였어요. 이호욱 제 경우는 1년 동안 CEO를 하면서 ‘참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CEO가 되기 전 여러 부서를 거쳤는데 그러다 보니 ‘내가 가장 많이 알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더군요. 그걸 경계해야 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직원들이 ‘뭘 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내면 ‘그거 내가 옛날에 했는데 안 됐어’ 이렇게 말하고 싶어지는 겁니다. 상황이 달라졌는데 말이죠. 일을 다 안다고 생각하니 지시를 내리고 결과를 기다리는 것도 정말 고통스럽더군요. 하루면 될 것 같은데 왜 일주일이 걸리나,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담당 직원에게 전화 한 통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참아야 하는 것도 힘든 일 중 하나였습니다. 직원 해고하는 것도 고통스럽던데 좋은 방법 있으면 알려주십시오. 강석진 저는 ‘해고’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어요. 감정적인 문제로 발전하거든요. 저는 GE에 있을 때 이렇게 했습니다. 당사자를 불러서 ‘이 일은 당신에게 잘 맞지 않는 것 같은데 회사 내에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할 수 있는 부서가 있는지 찾아보고 없으면 밖에서도 찾아보자. 10개월 정도 기간을 주겠다. 그동안 당신이 바뀌든지, 아니면 맞는 일을 찾든지 그것도 아니면 밖에서 다른 일을 찾든지, 세 가지 중 하나를 하자.’ 이렇게 말입니다. 그러면 본인도 이해합니다. 거의 대부분 회사를 떠났는데 인사 기록에도 해고라고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떠난 지 1년 후 기가 막히게 잘돼서 오는 이들이 꽤 있어요. ‘그때 내게 그런 기회를 주어서 고맙다’라고 인사하러 옵니다. 한 사람도 원망받아본 적 없어요. 윤은기 좋은 인재를 오게 하고 좋은 인재를 떠나지 않게 하는 능력도 중요할 것 같군요. 정문식 저는 고객 만족도 중요하지만 직원 만족을 우선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고객 만족이 되거든요. 일례로 저희 회사는 몇 년 전부터 회사에서 전 직원에게 김장을 해주고 있습니다. 주부들의 골칫거리가 김장인데 가만히 보니 남자들도 스트레스를 받더라고요. 그래서 아예 회사에서 해주자고 한 거죠. 지난해에는 60t의 김장을 해서 각자 집으로 보내줬어요. 미혼 여직원이나 총각들도 김치로 효도하죠. 집으로 보내주거든요. 강석진 감성경영이군요. 윤은기 망한 기업들의 공통점이 ‘근면·성실’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이레전자의 성공은 다 이유가 있군요. 제가 아는 한 CEO는 항상 직원 부인들에게 편지를 쓰더군요. 승진 대상자의 부인들에게 ‘승진은 내조를 잘한 결과’라며 ‘감사하다’고 합니다. 이런 회사를 두고 부인들이 ‘그런 회사 뭐 하러 다녀?’ 하겠습니까? 인간적인 감동을 주는 경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강석진 한 가지 덧붙이면 일이 많은 CEO에게는 정신적인 휴식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일에만 몰두하면 지쳐서 창조적인 생각을 할 수 없어요. 자기가 좋아하는 다른 분야의 일을 만들어야 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그림인데 격렬하게 일을 한 후 화실에 가서 그림을 그리면 다 잊어버려요. 새벽 서너시까지 그려도 피곤하지 않더라고요. 낮에 생긴 정신적 피로가 청소되거든요. 창의력이 없으면 비전도 만들지 못해요.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망한 기업의 공통점 ‘근면·성실’ 윤은기 성공한 CEO들은 주로 새벽형 인간이 많아요. 일을 많이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자기 시간을 가지려고 빨리 일어나는 거죠. 유순신 자신을 코치해줄 멘토도 필요해요. 자기 생각이 옳은지 그렇지 않은지 편하게 얘기할 만한 사람이 있으면 좋죠. 사실 부하에게 말할 수도 없고 아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문제들이 많거든요.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몇 명 정도 있으면 좋죠. 윤은기 얼마 전 하버드대의 로버트 콜스 교수가 “윤리란 양심이라기보다 윤리적 분별력”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양심이 있어도 분별력이 떨어지면 비윤리적이라는 거죠. 앞으로 CEO 파워를 구성하는 원천 중 하나는 윤리 지능이 될 겁니다. 젊었을 때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유순신 맞습니다. CEO를 선발할 때 360도 평가를 하는데 거래처에서까지 평가를 받습니다. 내부 평가보다 훨씬 무섭죠. 강석진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죠. 윤은기 한국에서 성공했다고 하는 CEO들을 보면 대부분 ‘학습 인간’들입니다. 하나은행의 윤병철 전 행장 같은 분은 임원 시절부터 세미나 맨 앞줄에 앉아 항상 뭔가를 기록하시더군요.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을 학습하는 거죠. 의무감이라기보다는 즐기는 것 같습니다. 유순신 학습과 변화는 일맥상통하죠. 주도적이 되려면 알아야 하니까요. 강석진 21세기 리더십은 과거와 판이하게 다를 겁니다. 먼저 남을 따라가면서 변화하는 게 아니라 세상의 패러다임보다 한발 앞서가야 합니다. 딴 사람이 나를 따라오도록 말입니다. 또 사람을 경영하고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오픈 마인드를 지녀야 합니다. 내가 아는 식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과거의 방식이죠. 미래의 리더는 지적 호기심이 풍부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정신적인 연령이 낮아져야 합니다. 윤은기 예전에는 정신연령이 낮다고 하면 약간 모자라는 것처럼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까?(웃음) 강석진 나이가 어쨌든 호적 나이는 잊어버리고 20대의 정신 연령을 가져야 합니다. 18세 청춘이 돼야 하는 겁니다. 휴대전화 만들려면 20대가 돼야죠. 인사기록카드에서 생년월일 다 지워버려야 합니다. 윤은기 경영전쟁의 시대인데 갈수록 CEO의 책임이 막중한 것 같습니다. 술을 한 잔 곁들인 자리여서 그런지 딱딱한 세미나 같은 곳에서 들을 수 없었던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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