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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질주는 계속된다"

“렉서스 질주는 계속된다"

오기소 사장은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운전 중 갑자기 끼어드는 차들 때문에 놀랄 때가 많았다. 지금은 적응이 됐다고 한다. 렉서스가 닦아놓은 한국 시장에 혼다(本田)와 닛산(日産) 인피니티 등 다른 일본차가 본격적으로 끼어들 태세다. 그래서 그는 올해 더욱 공격적인 투자를 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서울 서초동 렉서스 전시장 3층에서 잘 닦인 유리창을 통해 길 건너편을 바라보면 혼다자동차 전시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기소 이치로(小木曾一郞 ·51) 사장을 찾아가자 그는 혼다전시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한국 시장 진출 이후 심상찮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단 말이에요”라고 혼잣말을 했다. 지난해 5월 국내 진출한 혼다자동차가 현재 월 판매대수 기준으로 렉서스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렉서스가 한국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는지는 몰라도 아직 아성을 쌓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을 꺼낸 그는 인터뷰 도중 “닛산 인피니티가 언제쯤 들어올 것이라고 하더냐”며 오히려 기자에게 물어왔다. 닛산은 지난해 한국법인을 만들면서 인피니티를 주력 모델로 들여오겠다고 밝혔다. 당시 인피니티의 도입시기를 정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업계는 오는 6월쯤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격이나 브랜드 이미지 면에서 인피니티는 렉서스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오기소 사장도 “렉서스는 이미 전세계 시장에서 유명 브랜드들과 경쟁을 벌이고 있고 인피니티는 그 중 하나”라고 말했다. 렉서스가 한국의 일본차시장을 독주하던 시대는 끝나고 혼다 ·닛산과 본격적으로 경쟁하게 된다는 얘기다.

오기소 사장은 “렉서스 고객들에게 차 값 이상의 품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경쟁 전략을 세웠다고 밝혔다. 오기소 사장은 “이 같은 전략의 하나로 정기점검 시간을 한 시간대로 줄인 초고속 정비서비스를 2월부터 시작한 데 이어 차체 ·도장 서비스 공장 3곳을 올해 안에 추가로 설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신설한 토요타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회사 측은 한국 회사명을 토요타로, 자동차명은 도요타로 표기하고 있음)를 통해 렉서스 고객들에게 더 편리하고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렉서스의 한국 사회 안착하기
오기소 사장은 렉서스 판매 초기부터 한국 사회에서 진정으로 ‘좋은 기업 시민’이 돼야 한다는 취지로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구해왔다. 2000년부터 매년 오케스트라 초청 공연을 개최해 수익금 전액을 서울대병원과 부산 ·광주 등지의 병원에 기부하고, 소아암 환자 치료를 위한 음악회도 지원했다. 렉서스 고객이 참여하는 렉서스 자선골프도 2001년부터 매년 실시해왔다.

지난해 대회에는 200여 명의 고객이 참여해 수익금을 국립암센터에 전달했다. 한국토요타자동차의 서비스 부문 인력 개발을 위해 현재 대림대와 산 ·학협력을 맺어 도요타의 산학협력 프로그램(T-TEP)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매출의 1만 분의 일을 기부해 환경 운동을 지원하는 기업들의 모임인 ‘만분클럽(萬分 Club)’에 가입하기도 했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특별강좌 ‘아시아 앤 더 월드’에도 3년에 걸쳐 약 5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청소년 해외연수 프로그램(YFU)도 추진해왔다. 그동안 18명의 고등학생이 4주간 일본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비용 전액을 지원했다.

오기소 사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회사 설립 이래 지속적으로 벌여온 사회공헌 활동을 더욱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실시하기 위해 회사 내에 ‘도요타기금’을 설립하고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구체적인 플랜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다양한 렉서스 차종도 고객들에게 선보일 계획이다. 3월 23일 신모델 ‘뉴GS’를 들여왔다. 4월 말에 열리는 서울모터쇼에는 뉴GS 등을 비롯해 모두 9개 모델이 전시될 예정이며, 미래형 세단 ‘LF-S’도 선보인다. 고객들에게 보다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딜러망도 확충한다. 3월 대구에, 4월 대전에 각각 신규 딜러를 선정해 서울 ·수도권 ·부산 ·광주의 기존 딜러와 함께 전국적으로 모두 9개의 딜러망을 갖춘다.
지난해 한국토요타자동차가 수입차 업계 최초로 ISO14001 환경인증을 획득한 데 이어 내년까지 9개 모든 딜러사도 ISO 환경인증을 받도록 해 소비자 신뢰를 높일 계획이다.

혼다 ‘어코드’와 동급 차종인 도요타(豊田) ‘캠리’를 들여올 계획은 없느냐고 묻자 오기소 사장은 “한국은 세계에서 도요타 브랜드(렉서스 제외)가 진출하지 않은 유일한 나라”라면서도 “시간을 두고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 ·기아차 등 한국산 이 여전히 잘 팔리고 있어 도요타의 동급 모델을 들여오는 차에 신중해야 한다”며 “한국산 차보다 비싼 도요타 모델들이 가격경쟁력에서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2001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렉서스는 2003년 19%였던 수입차 시장 점유율을 지난해에는 23%로 높였다. 3년 연속 수입차 베스트셀링 모델인 ES330은 지금까지 3,169대가 판매됐다.
오기소 사장은 올해 한국에서 2만6,000대 정도의 수입차가 팔릴 것으로 내다보고 이 가운데 6,000대 이상을 렉서스가 차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한국 내 마케팅 활동에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 자신의 언어장벽을 들었다. 렉서스에 대한 소비자 의견을 직접 들을 수 없다는 게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딜러와 소비자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은 매우 중요하죠.” 지금도 시간 날 때마다 한국어를 배우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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