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 국내총생산 감소가 원인…제자리걸음하는 국민소득

이지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국민소득이 거의 늘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이 6월 11일 발표한 ‘2005년 1분기 국민소득 잠정 추계 결과’에 따르면, 올해 1∼3월 중 실질 국민총소득(2000년 가격 기준)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5% 증가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증가율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4분기(-6.1%) 이후 25분기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계절 변동 요인을 제거한 후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보면, 0.9% 줄어들면서 2003년 1분기 이후 2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됐다. 실질 국민총소득은 실질 국내총생산에 교역조건 변화로 인한 실질 무역손익과 실질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을 더한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실질 무역손익이라고 하는 것은 수출입 상품 사이의 교환비율을 나타내는 교역조건이 변화함에 따라 발생하는 실질소득의 국외 유출 또는 국내 유입을 말한다. 예를 들어 수입상품의 가격이 수출상품보다 더 올라서 교역조건이 악화되면 일정량의 상품을 수출해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이 감소하기 때문에 소비하거나 투자할 수 있는 재원이 줄어들어 실질소득이 감소하게 된다. 실질 국내총생산은 교역조건이 변화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산출되기 때문에 교역조건이 변하면 실질 무역이익 또는 무역손실이 발생해 (실질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이 동일할 경우) 실질 국내총생산과 국민이 체감하는 실질 국민총소득과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올해 1분기의 실질 국민총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한 데에는 우선 실질 국내총생산 증가율 하락의 영향이 컸다. 실질 국내총생산은 수출 신장세 둔화를 상쇄할 정도로 내수가 회복되지 못하면서 1분기 중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7% 증가에 그쳐 2003년 3분기 이후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또한 교역조건 악화는 실질 국민총소득 증가세 둔화를 부추긴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중 수출단가지수(2000년 기준)는 정보통신기기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6%나 하락하면서 3.0% 상승하는 데 그친 반면, 수입단가지수(2000년 기준)는 원유가 28.9%나 상승하면서 11.2%나 올랐다. 이에 따라 순상품교역조건지수[(수출단가지수/수입단가지수)×100]가 7.3% 하락, 교역조건을 반영한 무역손실이 54.4%나 확대됐다. 한편 우리나라 국민이 외국에 노동·자본 등의 생산요소를 제공한 대가로 받은 국외수취요소소득에서 국외의 생산요소 제공자에게 지급한 국외지급요소소득을 차감한 실질 국외순수취요소소득도 1분기에 전년동기 대비 12.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에도 국제 IT제품의 가격 하락은 공급과잉에 의한 세계 IT경기의 둔화로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우리나라 원유 수입의 80% 정도를 차지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50달러 내외에서 좀처럼 진정될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교역조건 악화에 따른 실질 무역손실은 앞으로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회복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지표경기(실질 국내총생산)가 크게 개선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교역조건 악화로 인해 체감경기(실질 국민총소득)는 더욱 싸늘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