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칼럼] 뛰는 중국, 기는 한국
[김병주 칼럼] 뛰는 중국, 기는 한국
세계는 지금 자원확보 전쟁 중이다. 거대국 중국과 인도의 경제성장이 가속도가 붙으면서 각국이 원유 ·철광 ·구리 ·아연 등 주요 자원을 선점하려고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참에 원자재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각국은 공기업들을 앞세우고 뒤에서 정부가 밀어주고 있다. 반면 한국은 공사라는 공사는 모조리 본연의 임무가 아닌 사업에 뛰어들어 비리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철도공사가 왜 해외유전 개발에 나섰고, 도로공사 등은 왜 궤도에서 벗어났나.
중국도 빈부격차 ·농민의 소요 ·소수민족 문제 ·관료의 비행 등 나라 덩치만큼 문제도 많다. 그러나 경제발전에는 수미일관된 전략이 있다. 정부가 외자유치에 적극적이고 장기 전략으로 공기업을 앞세워 해외자원 확보에 힘쓴다. 민간기업들도 교묘하게 위장된 공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위해 하나의 커다란 밑그림에 따라 정부와 기업이 발맞춰 움직인다. 중상주의(重商主義) 국가라는 선진국의 비난에 아랑곳 없이 밀고 갈 수 있는 힘이 부럽다.
중국의 외화보유액이 이미 6,000억 달러를 넘어 곧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9,0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든든한 자금을 들고 외국기업 사냥에 나선 중국은 미국에도 손을 뻗었다. 렌샹(聯想 ·Lenovo)이 IBM의 PC사업부문을 샀고, 하이얼(海爾)은 대표적 가전회사 메이택(Maytag)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요즘 화제는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의 미국 석유회사 유노칼(Unocal) 합병 입질이다. 유노칼은 미국 내 시장 점유율 1% 내외의 작은 에너지 회사지만 동남아 등지에 유전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
CNOOC는 1982년 중국 근해(일본과 영유권 분쟁지역)의 석유개발을 위해 설립된 회사다. 모회사가 국가 소유기업이니 사실상 국영기업이다. 외국합작 파트너이던 유노칼과 로열 더치셸이 ‘상업상’의 이유로 철수한 이후 중국은 심해 탐사기술이 궁해졌다.
올해 초부터 조심스럽게 합병을 탐색하던 CNOOC가 미국 회사 셰브런에 선수를 빼앗겼다. 지난 4월 4일 셰브런이 166억 달러(현금+주식)를 주기로 하고 유노칼에 합병을 제의했다. 선수를 당한 CNOOC는 6월 22일 판돈을 185억 달러(현금)로 올렸다.
미국의 조야가 발칵 뒤집혔다. 의회는 CNOOC 제의가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며 국방위원회를 열었다. CNOOC가 국영은행으로부터 저리의 융자금을 받는 것을 시빗거리로 삼고 있다. 앞으로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 의견을 들어 대통령이 최종 결정할 모양이다. 금융가에서는 이 문제를 경제문제로 봐야 하며, 타국의 자유무역 전도사를 자처해온 미국의 명분과 의지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지적했다.
8월 10일 유노칼 주주총회에서 셰브런의 제의를 수락할지 여부가 결정된다. 아마도 최종 결판이 나기까지 CNOOC와 셰브런 사이에 한두 차례 가격인상 기 싸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힘은 어디서 나오나. 첫째, 경제정책의 지평이 장기적이고 일관성이 유지된다. 둘째, 전문인력이 적재적소에 배치된다. CNOOC의 CEO 푸청위(傅成玉)는 미국에서 석유공학을 전공했다. 셋째, 정부가 뒤를 밀어주니 기업이 활기차다. 중국이 독재국가이니까 장기 전략이 가능하고, 공기업 민영화와 금융자율화(정책금융 폐지)가 덜 되었으니까 정부 지원이 가능하다고 반론할 수 있다.
한국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앞선 정권의 단점을 들추기보다 장점을 계승하는 데 주력한다면(역사 새로 쓰기의 열성을 줄인다면),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정권 간 분업이 가능하다. 재야 운동경력과 코드를 타고 하강하는 비전문 인사들의 낙하산 줄은 끊고 전문인력을 발탁하면 공기업 경영이 바로 된다. 비현실적 공정거래규제 등으로 정부가 기업의 발목을 잡지 않으면 민간기업의 창의성이 살아난다.
환란 이후 금융회사들과 민간기업들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의 담금질을 거치면서 군살을 뺐지만, 정부조직은 오히려 부풀려졌다. 강성노조를 방패로 구조조정 예봉을 피할 수 있었던 공기업들은 무자격 CEO들이 대거 입성하면서 비리의혹의 온상으로 전락했다. 민영화되거나 지배구조가 개선된 한전 ·포스코 ·삼성전자 ·SK텔레콤의 무디스 신용등급이 정부보다 높은 사실에 주목하라.
권력핵심부의 짧은 소견이 국민경제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민간기업을 도둑, 가계를 투기꾼으로 매도하는 정치꾼들의 후안무치가 경이로울 뿐이다. 요즘 세태는 개혁대상이 도리어 남을 개혁하겠다고 나대는 꼴이다. 이러는 통에 해외 자원 확보는 고사하고, 유일한 국내 자원인 전문인력이 고갈되고 있다.
(서강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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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빈부격차 ·농민의 소요 ·소수민족 문제 ·관료의 비행 등 나라 덩치만큼 문제도 많다. 그러나 경제발전에는 수미일관된 전략이 있다. 정부가 외자유치에 적극적이고 장기 전략으로 공기업을 앞세워 해외자원 확보에 힘쓴다. 민간기업들도 교묘하게 위장된 공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위해 하나의 커다란 밑그림에 따라 정부와 기업이 발맞춰 움직인다. 중상주의(重商主義) 국가라는 선진국의 비난에 아랑곳 없이 밀고 갈 수 있는 힘이 부럽다.
중국의 외화보유액이 이미 6,000억 달러를 넘어 곧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9,0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든든한 자금을 들고 외국기업 사냥에 나선 중국은 미국에도 손을 뻗었다. 렌샹(聯想 ·Lenovo)이 IBM의 PC사업부문을 샀고, 하이얼(海爾)은 대표적 가전회사 메이택(Maytag)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요즘 화제는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의 미국 석유회사 유노칼(Unocal) 합병 입질이다. 유노칼은 미국 내 시장 점유율 1% 내외의 작은 에너지 회사지만 동남아 등지에 유전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
CNOOC는 1982년 중국 근해(일본과 영유권 분쟁지역)의 석유개발을 위해 설립된 회사다. 모회사가 국가 소유기업이니 사실상 국영기업이다. 외국합작 파트너이던 유노칼과 로열 더치셸이 ‘상업상’의 이유로 철수한 이후 중국은 심해 탐사기술이 궁해졌다.
올해 초부터 조심스럽게 합병을 탐색하던 CNOOC가 미국 회사 셰브런에 선수를 빼앗겼다. 지난 4월 4일 셰브런이 166억 달러(현금+주식)를 주기로 하고 유노칼에 합병을 제의했다. 선수를 당한 CNOOC는 6월 22일 판돈을 185억 달러(현금)로 올렸다.
미국의 조야가 발칵 뒤집혔다. 의회는 CNOOC 제의가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며 국방위원회를 열었다. CNOOC가 국영은행으로부터 저리의 융자금을 받는 것을 시빗거리로 삼고 있다. 앞으로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 의견을 들어 대통령이 최종 결정할 모양이다. 금융가에서는 이 문제를 경제문제로 봐야 하며, 타국의 자유무역 전도사를 자처해온 미국의 명분과 의지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지적했다.
8월 10일 유노칼 주주총회에서 셰브런의 제의를 수락할지 여부가 결정된다. 아마도 최종 결판이 나기까지 CNOOC와 셰브런 사이에 한두 차례 가격인상 기 싸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힘은 어디서 나오나. 첫째, 경제정책의 지평이 장기적이고 일관성이 유지된다. 둘째, 전문인력이 적재적소에 배치된다. CNOOC의 CEO 푸청위(傅成玉)는 미국에서 석유공학을 전공했다. 셋째, 정부가 뒤를 밀어주니 기업이 활기차다. 중국이 독재국가이니까 장기 전략이 가능하고, 공기업 민영화와 금융자율화(정책금융 폐지)가 덜 되었으니까 정부 지원이 가능하다고 반론할 수 있다.
한국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앞선 정권의 단점을 들추기보다 장점을 계승하는 데 주력한다면(역사 새로 쓰기의 열성을 줄인다면),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정권 간 분업이 가능하다. 재야 운동경력과 코드를 타고 하강하는 비전문 인사들의 낙하산 줄은 끊고 전문인력을 발탁하면 공기업 경영이 바로 된다. 비현실적 공정거래규제 등으로 정부가 기업의 발목을 잡지 않으면 민간기업의 창의성이 살아난다.
환란 이후 금융회사들과 민간기업들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의 담금질을 거치면서 군살을 뺐지만, 정부조직은 오히려 부풀려졌다. 강성노조를 방패로 구조조정 예봉을 피할 수 있었던 공기업들은 무자격 CEO들이 대거 입성하면서 비리의혹의 온상으로 전락했다. 민영화되거나 지배구조가 개선된 한전 ·포스코 ·삼성전자 ·SK텔레콤의 무디스 신용등급이 정부보다 높은 사실에 주목하라.
권력핵심부의 짧은 소견이 국민경제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민간기업을 도둑, 가계를 투기꾼으로 매도하는 정치꾼들의 후안무치가 경이로울 뿐이다. 요즘 세태는 개혁대상이 도리어 남을 개혁하겠다고 나대는 꼴이다. 이러는 통에 해외 자원 확보는 고사하고, 유일한 국내 자원인 전문인력이 고갈되고 있다.
(서강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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